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제주동백마을에 다녀오다

김창집 2015. 3. 24. 08:22

 

어제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제주동백마을엘 다녀왔습니다.

 

10월부터 피기 시작한 재래종 동백이

수백 년 된 나무를 온통 빨갛게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마을에서는 사단법인 동백고장보전연구회를 꾸려

동백 기름을 이용한 여러 가지 상품 개발 판매와 함께

동백꽃을 말려 화장품도 만듭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마을의 동백숲을 널리 알리며

한 해 수백 그루의 나무를 심고

노인들에게 동백 씨앗을 모으도록 하여

소득을 올리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동백과 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는 세상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습니다.

   

 

♧ 동백꽃 - 이희숙

 

섬처럼 동동 떠다니는 이름 위에 등불을 켜고

죽음보다 깊은 맹세를 새겼지만

한 줌 바람에도 한숨은 깊어지고

한 움큼의 햇살에도 까닭 모를 눈물 고이는

이내 사랑을 어쩌란 말입니까

잊을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강물이 되어 흘러간

그리움을 어쩌란 말입니까

시간의 문턱을 지나

계절의 강을 건너는 동안에도

그대만을 뜨겁게 사랑한 죄를

이제 와 어쩌란 말입니까

오지 않는 그대를 마냥 기다리는

이내 마음을 정녕 어쩌란 말입니까

그리운 사람이여,

그대 눈길 닿는 길목마다

눈물 글썽이며 피어나는 꽃을 보거들랑

그리워 하다 하다 빨갛게 멍든

이내 가슴인 줄 아시어요

 

 

♧ 동백꽃(46) - 손정모

 

겨우내 그리도 벼르다가

해안 감돌아

벼랑에 선 날

 

붉은 속치마

살며시 벗던 동백

속살 노랗게 떨다가

 

해풍 지나는 길목마다

발그레한 얼굴로

웃음 살며시 깨문다.

 

 

♧ 동백과 나 - 목필균

 

넌 본래 도회지 출신은 아니었어. 저 남쪽 바닷가, 낮은

언덕에 서 있던 나무였지. 해마다 하얀 눈 속에서 터뜨렸

던 붉은 꽃망울. 지난 봄, 백화점 사은품으로 도시로 찾아

온 넌, 화분만큼 묶인 채 살아온 거야.

 

축축한 소금기 배인 바닷바람이 내 고향은 아냐. 난 대

도시의 산동네에서 태어났지. 끊이지 않는 소음 속에 태어

나서, 매연으로 뼈를 키운 몸뚱이야. 풀풀 도시 냄새가 넘

치는 아파트 평수만큼 묶인 채 여기까지 살아온 거야.

 

아파트 베란다 속으로 스며드는 찬바람. 넌 타향에서 바

다를 그리워하고, 난 고향에서 바다를 그리워하며 어긋나

게 사는 거야. 벗어날 수 없이 묶인 세상살이. 이제 너와

난 조금씩 마른 가슴을 열어 꽃 피울 겨울을 함께 살아가

는 거야.

   

 

♧ 겨울길 동백 - 양전형

 

가슴이 얼마나 뜨거웠길래

눈보라 치는 세상에다 대고 이렇게

누군가의 이름을 붉게 불러대고 있는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온몸으로 하고 있나 했더니

방울방울 생각들이 모두

그대 이름이었나

냉랭한 겨울길 내 마음이

그대 생각 하나로 대책 없이 부풀어올라

송이송이 터져 가는 줄 어떻게 알아내고

이렇게

그대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고 있는가

   

 

♧ 동백꽃 사연 - (宵火)고은영

 

나 여기 서있을게요

사시사철 변하지 않은

잎새로 사랑 나르고

 

임 떠난 천릿길

그리움에 내 키가 훌쩍 자라

유수한 세월에도

오로지 꽃 피울 사랑

 

죽도록 못 견딜 그날 오면

선홍빛 붉은 피 가슴을 열어

서러운 사연 담아 쓴 편지에

노란 꽃 분으로 봉인을 하고

 

잔설이 녹을 때쯤

파도에 이는 풍랑 따라

그대 있는 하늘 끝까지

내 사연 띄우고

 

나는 그저 홀로여도 못 이룰 사랑

미세한 손끝의 떨림

멍들어 그리움 꽃 피우더라

그렇게 생각하세요

 

 

♧ 동백 - 최윤희

 

아무도 모르지

내 안에 동백 핀다는 것, 숨기지도 못해

노상 푸른 옷 입는다는 것, 무슨 신호처럼

황금 꽃가루 날빛에 흩날리다 희미해진

희미해서 다행인 그림자 하나, 기억하시는지

꽃은 달고 속 쓰려도 독이 없는, 독이 없어 더 지독한

슬픔의 속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빈집 주인이

겨드랑이에 선홍 꽃불 내거는 겨울 벌판

누가 보든 말든 맨발로 뚝. 뚝. 거려도

아무도 모르지

그대, 내 안에 핀다는 것

   

 

♧ 동백 등불 - 홍해리

 

먼저 간 이들

길 밝혀 주려

동백은 나뭇가지 끝끝

왁자지껄 한 생을 밝혀

적막 허공을 감싸 안는다.

한 생이 금방이라고

여행이란 이런 것이라고.

 

지상의 시린 영혼들

등 다숩게 덥혀 주려고

동백꽃

아단법석 땅에 내려

다시 한 번 등을 밝힌다.

 

사랑이란 이런 거라고

세월은 이렇게 흘러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