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김순남 ‘섬, 바다의 꽃잎’의 꽃시

김창집 2014. 5. 27. 13:52

 

김순남 산문집 ‘섬, 바다의 꽃잎’을 읽다보면

여기저기 꽃시들이 나온다.

그녀가 얼마나 꽃을 사랑하는지와

또 그의 삶과 문학이 얼마나

들꽃과 밀착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 시를 여섯 편 빼어내 올리면서

하나하나 이름과 맞는 사진을 붙여 올리는 게

자연스럽겠으나

찾기도 쉽지 않고 시기에도 안 맞아

요즘 주변에 하얗게 피어난

산딸나무 사진으로 대신한다. 

 

 

♧ 돌매화

 

와흘 어디 농원길

어머니의 다리품 절뚝이며 가는 길

내 밟아보기 전에는

흔들리지 않으리.

 

사는 게 만만치 않아

가슴 저미는

떼 바람이 몰려와도

싱겁게 드러눕지 않으리

 

저 혼자 메아리 울리는

달빛을 움켜쥐고

아흔아홉골 ‘말없는 사원’을 걸어가기까지는

더 이상 내려서지 않으리.

 

 

 

♧ 한라구절초

 

찬 이슬 또르르 굴리며

한 아름 바람 꺾어들고

산을 내려 왔지

 

버릴 것 다 버리고

여든일곱 내 어머니의

아릿한 눈빛 너머

흰 옷의 신부로 있고 싶었지

 

아스팔트 위를 황량하게 떠도는

자동차 바퀴들을

순하디 순한 꽃잎의 이름으로

덮어주고 싶었지

 

 

♧ 설앵초

 

마음은 이미

수만 말의 콩을 볶았다지요.

 

사랑도 미움도

전농로 왕벚나무 하얀 꽃비 날리 듯

 

지우고 나면

그대 마음에 깊은 강물로

흐르고 싶었다지요.

 

그래요

탐라계곡 푸른 이끼를 딛고 서는

작은 꽃잎의

발그레한 외로움도 괜찮지요

그런 호사도 어디에요

 

그만하면

내 영원한 잠마저 흔들어 깨워

오라동 웃세오름 언덕을

기꺼워 내려서겠습니다. 

 

 

♧ 하늘말나리 

 

줄게 없어도

자꾸만 줄 것을 찾아 내다가

주근깨만 얼굴 가득

피워내는 사람아

뜨거운 햇살이 차마 부끄러운

들녘에서

그대 사랑이 타고 있는 것을

보네.

 

 

 

♧ 개요등

 

참아라, 참아라

아니다, 참지 말아라

누가 네 발목을 잡고 올라타거든

에잇 쌍! 하고

걷어차 버려라

아무도 네 피맺힌 목구멍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가거라

구질하게 뒤엉켜 잊지 말고

네 좋은 곳으로 가서

룰루랄라

살아보거라

 

 

♧ 꿀풀 

 

진드르 곳자왓에

할애비 고장

혼저 혼저 서둘지 말앙

쉬멍 놀멍 하라고

4.3 때 먼저 간 이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할애비 고장 꽃방석에 꿀향기를

채왔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