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어 봄이라고 느낀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날이다.
화려한 봄꽃의 주인공
벚꽃 축제는 이미 끝났는데,
아직도 바로 창밖 10m도 안된 소공원엔
벚나무 흰 꽃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별은 야단스럽지 않아야 좋을 것 같아
며칠 전 방송국 다녀오다
돌담 너머로 찍은 이 작은 조팝꽃으로
3월을 보내고 싶다.
지금쯤 남도의 들판엔
조팝꽃이 흐드러질 텐데….
♧ 3월을 보내며 - 김선옥(운경)
시린 겨울 끝자락을 잡고
몰려오는 봄의 문턱에서
쉬지않고 달려온 숨길을 고른다
찬 겨울 온 몸 실핏줄을 타고
잉태한 숱한 새 생명의 환희가
화사한 꽃들로 망울져 피고
초록빛 새싹들로 피어난다
쏟아져 내리는 햇살들은
간지러운 실바람과 함께
씨줄 날줄로 봄을 엮어 간다
盛裝성장한 봄의 축제를 앞두고
3월은 부끄러운 듯 몸을 숨겨
아무런 미련 없이
얼음 녹은 검푸른 강물을 타고
먼 바다로 흘러 흘러간다
♧ 봄을 부르는 비 - 전가람
그대가 싫어하는 겨울,
온전히 벗어 버리려고
봄의 찬란한 햇살을 안겨다 줄,
3월의 마지막 비가
강의실 빈 공간으로
음률을 타고 흐릅니다.
이 비가 그치면
그대의 어두운 그림자도
그대의 아픈 영혼도
비 그치는 소리와 함께 찾아드는
여명의 햇살에 녹아내리고
그대 행복만이 빛을 발하길 기도합니다.
♧ 조팝나무 꽃 - 도광의
중참(中站)먹고
밭고랑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나면
서럽게 우는 한 마리 뻐꾸기
햇빛 쨍쨍한 나절
길 복판에 퍼질고 앉아
투정하는 아이의 눈물
쓸쓸한 음식이라고
목월(木月) 선생이 이름을 붙인
목 한 사발
팔베개를 하고 눈감아 보면
배고픈 시절에 피었던
조팝나무 꽃
♧ 조팝꽃 - 최원정
하얗게 부서지는
저, 밥알 같은 꽃으로
한 끼 때우면
그리움의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
너를 향한 마음은
수평선 끝에서부터 밀물로 다가와
폭죽처럼 터지는 흰 포말이
끝내
주저앉지 않듯이
내게, 눈부신 아픔으로 남는다
♧ 조팝나무 꽃 - 김종익
식장산 한적한 계곡 오르다가
조팝나무 하얗게 핀 군락 만나
왈칵 눈물나도록 반가웠다
어린시절 누나 등에 업혀 오르내리던
언덕길에 반겨주던 꽃
오랜만에 만난 누나인 듯
어루만지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조밥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던 시절
그 누나 조팝나무 꽃 하얗게 어우러진
고개를 넘어 시집가다가
자꾸 뒤돌아보며 눈물짓던
한번 헤어지고 만나지 못한 누나
몇 번 철책 선에 가서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 이름 불렀었지만 메아리 되돌아오고
눈물을 삼키느라 목이 메었는데
오늘 누나 조팝나무 꽃에 소식 전해준다
누나 등에 업혀 응석부리던 나도
이젠 머리 하얀 조팝나무 되어 서 있다
♧ 조팝나무 - 반기룡
조팝나무를
보면 밥이 고프다
허리가 휘청거리듯
잔뜩 나무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
허기가 허리끈을 당기고
눈알이 핑핑 돌지만
고봉밥 한그릇이면
금세 생기가 나고
다리가 듬직해진다
"밥이 보약여"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얘야 밥 많이 먹고 힘쓰거라"
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도 낭랑히 들리는 듯하다
힘줄이 툭툭 솟고 알토란같은 근육은
고봉밥 덕분인가 보다
산자락에 서 있는
조팝나무가 고봉밥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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