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부산 갈맷길 2코스를 걷다

김창집 2014. 11. 26. 13:08

 

 

♧ 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맑음

 

아침에 해동 용궁사를 보고,

우리는 부산갈맷길 2코스 2구간을 걸으려고

이기대공원으로 갔다.

 

코스가 시작되는 곳은 물론

민락교이겠지만

비행기 시간도 있고

바닷길을 걸어보고자

중간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출발에 앞서 우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가게에서

두부 김치를 안주 삼아

부산 막걸리 ‘생탁’을 몇 병 비우고

출발이다.

 

날씨 좋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갈맷길 옆 널따란 바위 위에는

끼리끼리 모여 야유회 겸 먹거리판을 벌였다.

힘든 곳은 사다리와 나무다리를 놓고

농바위를 거쳐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까지

이어졌다.

 

제주 올레길로 시작된 걷기 코스가

이젠 없는 곳이 없다.

신나게 길을 걸은 우리는

자갈치 시장으로 옮겨 꼼장어를 구웠다.

 

그리고 부산에 살고 있는

두 누이를 불러낸 뒤, 쥐치회에 낙지까지 시켜

그간의 회포를 풀며 한 잔했다.

   

 

♧ 부산 갈맷길 - 靑山 손병흥

 

가벼운 옷차림에 편한 신발을 신은 채로

도심에서 가깝고도 쉽게 접근할 수가 있는

갈매기나 짙은 초록 보며 걷는 명품 산책길

 

부산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길들을 따라

언제나 번거로움 없이 만나보는 눈부신 풍광

반짝이는 햇살 가슴 툭 트여지는 짙푸른 바다

불어오는 산들바람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번잡함을 피할 수가 있는 금정산 백양산의 숲길

 

굽이굽이 이어진 강길 잘 가꾸어진 하천길에다

마음마저도 차분하게끔 해준다는 호젓한 호수길

걷기 좋은 도시 명성 드높여 주는 도보인증 테마

이젠 국내외적으로도 인기가 높아진 부산 갈맷길

   

 

♧ 그리운 바다 부산포 - 권태원

 

부서진 돛대 위에 걸쳐 있는

바다로 떠난 형님의 마지막 유품을 바라보는

형수님의 한숨은 유난히도 반짝인다

 

산은 산대로 물 위에 앉아 숨결을 느낀다

쏘가리, 버들치, 가물치, 은어

농어, 미꾸라지, 헤기들이

미친 여자의 젖가슴처럼 막 풀어헤쳐 나온다

 

보이지 않는 바다의 언어들이

안개 속을 이리저리 굴러다녀도

하늘은 미세한 그물을 투망한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높이 날아 다니고, 아무도

바다의 뒷모습을 보지는 못한다

아침이면 파도는 바다를 잠재우지만, 말없는

바다는 끝내 잠들지 않는다

 

불쑥 솟아오르는 섬과 섬 사이로

갈기 세운 파도는 울부짖고 있다

집을 떠난 바다 사내들은

머나먼 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갔다

 

시골 장터보다 먼저 산이 어두워지고

조금씩 우는 법을 배우며

뜨거운 하루가 무너지고 있다

아 아, 그리운 바다 부산포여

 

 

♧ 오륙도를 노래함 - 정영자

 

아득한 12만년전 조그만 반도에서

오랜 세월의 파도에 침식하고 융기하여

거친 갯바위 너덧 여섯 개,

오늘은 올망졸망

그 이름도 아름다운 “오륙도‘라네

 

출렁이며 그냥 그 모습으로

갈매기 품어 안아도 보고

떠나 보내면서

키는 자라도 늘상 본래의 키대로

우삭도,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방패섬과 솔섬으로 나누어지는 밀물때의 우삭도까지

부산포 수문장들이네,

 

해 뜨고 해지는 바위병풍,

이기대의 바다와 바위의 어울림에

신선들의 모임도 호위하면서

대륙의 소식들이 테러로 근심 걱정이 쏟아져도

이기대 숲자락 발아래 동무 삼고

멀리 대마도 나즉히 엎드린 그대로

의연히 부산을 밝히는 등불이 되네

 

깍아지른 절벽은

직선의 선을 그리며

역사 속에 늙어 가고

유람선 따라 도는 갈매기는

솟구치며 유연하게

솔섬의 소나무처럼 단단한 미래를 축하하고 있었네

 

느릅, 보리수, 사철나무는 키가 작고

돌틈에는 땅채송화, 갯고들빼기,괭이밥, 갯장구채가 고개 내밀어 바다와 햇빛을 조우할 때

솔개, 매, 민물가마우지, 바다직박구리,괭이, 갈매기들의 새들이 비행하다가 쉬어 놀고

바다에는 총알고동, 갈고동, 따개비,바위게, 대수리, 맵사리 들이

포세이돈의 노여움과는 전혀 일 없이

천진스러운 용궁의 꿈을 이어 갈 때

갯바위는 최치원이 오륙도라 이름지어 부르니

신라의 이상에서

한국의 미래를 여는

우리들 부산의 상징, 남구의 자랑이 되었네

   

 

 

♧ 자갈치 시장 - 전홍준

 

무쇠 같이 단련된 아지매들 방귀가 새벽을 깨우면

 

고기비늘에 반짝이는

돈 비린내도 향기로운 곳

 

태평양을 끌고 온 뱃놈들이

지나가던 똥개에게도 지폐 한 장을 던져주고

 

온 몸을 난도질당해도 입을 오물거리는 도다리!

 

사람들이여

인생의 한 때 소피가 마려우면 자갈치로 가자

 

뻑뻑한 사투리에 바지가랑이를 적시다

곰장어 안주

막걸리에 취하면

아무리 심한 독감에도 코가 펑 뚫리는

 

남포동을 돌아가면 아직 그 곳 칠십년대가

본향 같이 똬리를 틀고 있다.

  

 

♧ 광안리 - 진경옥

 

가을 저녁 광안리로 나가보아라

물 빠진 모래톱 발자국 남기고

노을은 바다 위를 붉게 물들여

뜨겁던 그 마음 추억하게 하지만

 

오늘은 혼자 와서 걷는 모래톱

바람 일어 옷섶만 여미게 하네

 

가을 저녁 광안리에 누워보아라

만리 밖 큰물들 옛 추억 지우고

여태도 깊이 숨어 떠나지 않는

가슴 속 발자국 밀물을 씻어가네

 

오늘은 혼자 와서 눕는 모래톱

물살 일어 마음까지 춥게 적시네.

   

 

 

♧ 꿈에 본 부산항 - 김옥자

 

바다 한가운데 파도에 몸을 맡긴

쓸쓸히 떠있는 상선 한 척

타국 땅 돌고 돌아 정든 고향에

 

그리움을 알려주는 뱃고동 소리

이제야 겨우 나 여기 왔다고

반가운 소식 물고 날개를 펼치며

 

육지를 향하여 날아오른 갈매기

해풍에 실려온 그 노래 소리

그리다 잠이 들어 꿈꾸는 부산항

   

 

♧ 불꽃 아리랑 - 산월 최길준

 

해송가지 사이 하늘이 열려

하얀 달빛 수줍은 웃음 구름을 비집네!

떠나간 갈매기의 날갯짓이 그리워

바다는 잔잔한 파도의 그리움만 안는다

 

누구의 바람이었던가

산은 녹아내려 강을 이루고 강물은 흘러

바다를 메우니 넘쳐나는 기쁨이 하늘로 치솟아

아름다운 불꽃이 되었네

 

가슴을 울리는 저 소리

둥둥둥 들려오는 북소리가 되어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려 쌓였던 울분들이

광안리 넓은 백사장 하늘 공간에 축포로 터진다

 

마음에 문을 열고 어울림의 춤을 추네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희로애락을

저 바닷가에 아름다운 춤사위로 승화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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