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이라고 해봐야
눈 한 점 내리지 않는 날
속은 것 같아
어둑한 하늘을 우러른다.
과거 지금보다 훨씬 간빙기에 가까웠던 시절
중국에서 만든 24절기 이름을
달력에 꼭 적어야 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식물들도 헷갈려
엉뚱한 때에 꽃이 피기도 하고
핀 꽃이 아직 질 때가 아니라고
계속해서 피고 있는 것을 본 어제의 산행
그 속에서 찍은 후추등을 올려본다.
후추등은 풍등갈(風藤葛)이란 한약 명으로도 불리지만,
쌍떡잎식물 후추목 후추과의 상록 덩굴식물로
마디가 환절로 되고 또 뿌리가 내려서 다른 물체에
붙으마디가 환절로 되고,
거기서 뿌리가 내려서 다른 물체에 붙으며
4m까지 자란다.
어린 때 잎은 원심형이며,
늙은 나무의 잎은 긴 달걀 모양이다.
꽃은 2가화이고 5∼6월에 피며 미상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9∼11월에 결실하며
장과로 둥글고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붉게 익는다.
♧ 내 생의 호우주의보 - 김종제
그늘 한 점 없는
온난전선의 내 생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호우주의보 내려졌으니
한 석 달 하고도 열흘은
폭우 쏟아진다고
부실하게 지은 내 몸 어딘가에서
산사태 나고 축대 무너지기 십상이다
축축한 살에서 곰팡이 슬고
습기 찬 뼈의 금 가는 소리 들린다
내 생의 어느 때
주의보 내리지 않은 적 있었나
한랭전선이 머물렀던 지난 겨울에는
외롭게 홀로 독하게 지내보라고
대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같이 내렸고
봄에는 꽃 같은 사람 만나서
눈 멀어지고 심장이 너무 심하게 띈다고
한 차례 주의보 내리고
여름에는 땡볕 같은 사랑에 쓰러질까
폭염주의보 내리고
가을에는 실연으로 낙엽주의보에
내 생은 온통
내가 아닌 주위에
주의하고 살아온 것 아닌가
물속이든 눈속이든 아니면 불속이든
푹 담갔다가 쑥 건져낸
생生 같다 말이지
♧ 눈 없는 대설 - 鞍山백원기
큰 눈이 온다는 대설
달력이 장난했는지
눈 씻고 봐도 눈이 없다
이른 새벽부터 꽁꽁 묶고 덮고
싸매주었다
철갑을 두른 듯 무거운 옷에
빠꼼하게 눈만 내놓고
뒤뚱거리며 걷는다
불을 지펴서 맞서려는
굳건한 방어심리 였지만
상대 없는 대결에 맥이 빠진다
사람은 워낙 약삭빨라서
당일치기로 살려하지만
자연의 위대한 섭리는
예습의 삶 살기를 당부한다
♧ 대설(大雪) - 엄원용
오늘은 대설
절기 따라 눈이 내린다.
온 마을과 마을
부드럽게 감싸며
토닥이며 덮어 내리는 눈
한여름 이글이글
지독하게 타오르던 욕망들이
한꺼번에 흰 치마폭 속에 포근히 잠재워
잠시 부끄러움 가릴 수 있겠다.
이제야 순수 하나쯤 품어볼 수 있겠다.
♧ 대설 - 김경희
애타던 날들의
깃발은,
그래서
천만 번 흰 것을....
낙목의 시절
혼자 영글은 동백은,
그래서
죽도록 붉은 것을....
지치고
무성한 것들이여-
돌아와야만 해
돌아와야만 해
망향의 귀신이 되어
일흔 살이 되어
조국이 되어.
♧ 대설大雪 - 오보영
너 오는 날 미리 알고
선조들이
달력에 기록해놓은 이유를
오늘 네가
가는 길을 막아서니 알겠구나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님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놓으니
오래 기억될 수밖에
이런 내 맘은 아랑곳없이
그저 저만 좋다고
마냥 좋아 흩날리는 널 보고 있노라니
좋아하던 모습조차
미워지려 하누나
♧ 대설 - 草岩 나상국
남한강 기슭을 헤매던
칼바람이
북서풍에 휩쓸려
탄금대 아래
남한강 시-퍼런 강물 속으로
떨어져 나리고
때 없이 오락가락 하던
조각구름도
비늘처럼 부서져
황쏘가리 등에 업혀
빠르게 빠르게
거친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남한강 시퍼런 바람....
여주 신륵사 절벽 난간에
기대어 잠시 머물던
햇살도 산산이 조각으로 부서져
강물의 비늘이 되어
강물을 박차고 오른다
동안거에든
노스님의 검정색
털고무신 아래
하얗게 하얗게 부서져
겹겹이 쌓이고 쌓이어
끊지 못한 연들이
발목을 잡고 수북이 덮는 밤
남한강 댓바람 울음소리
산등선을 타고 올라
놀란 산 까치가 날아든
광화문 사거리
산까치의 깃털이
무더기로 부서져 나려
거대한 빌딩 숲의
검은 그림자를
이불처럼 하얗게 하얗게
덮고 또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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