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름에 다녀올 때는
답답하다고 차창을 열어도 춥지 않아
한참을 그대로 달렸습니다.
가을엔 비가 그렇게 많이 오고
겨울이 되어 아직까지 춥지 않다보니
웃자란 이런 풀꽃들이 12월초부터
햇볕이 있는 날이면 방긋이 웃습니다.
이 녀석은 ‘큰개불알풀꽃’이라 하더니
이름이 너무 거시기 하다 하여
‘봄까치꽃’으로 하자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꽃들을 보다보니
문득 셸리(Percy B. Shelly)의 시
‘서풍의 노래(Ode to the West Wind)’
마지막 구절이 입가에 맴돕니다.
“내 입을 통해 잠자는 대지에게
예언의 나팔이 되어 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
♧ 봄이 오는 소리 - 류근택
오는 길목 어디
혹독한 신고 치루다
봄은
땅거미 어스레한 시간
꽃잎으로 찾아 드나
봄까치꽃
지난밤
바람으로 피어나
여린 몸짓
눈 감고
봄의 소리 듣네
마른 풀 사이
새싹 더불어
흔들리는 작은 꽃잎
전하는 말
나도 귀 기울여
♧ 길 - 이정자
가보고 싶은 길 다 걷고 나니
다시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숲 바람 꽃과 동행하며
오롯이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빈 가슴 하늘 한 자락 들여놓고
허리 굽혀 봄까치꽃과 눈맞춤 하는
하늘 우러러 별빛 노래하는 그렇게
꿈을 파종하며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낮아지며 어우러지며
흐르고 싶은 강이 있습니다
♧ 개불알풀꽃 - 김종구
개불알풀꽃이 피었습니다
두런두런
모의하듯 피었습니다
금시에 무슨 일 낼 것 같습니다
가난한 겨울 집에 빌어먹고 살았다고
불경스럽게 개 불알이라니!
성질대로 만만찮게 피었습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시펄시펄 피었습니다
조그만 입들이 모여 깍깍깍
제법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불알 두 쪽
대그락 대그락
이래 뵈두요
봄, 까치, 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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