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겨울이면 봄도 머지않으리

김창집 2016. 1. 4. 23:31

 

일요일, 오름에 다녀올 때는

답답하다고 차창을 열어도 춥지 않아

한참을 그대로 달렸습니다.

 

가을엔 비가 그렇게 많이 오고

겨울이 되어 아직까지 춥지 않다보니

웃자란 이런 풀꽃들이 12월초부터

햇볕이 있는 날이면 방긋이 웃습니다.

 

이 녀석은 ‘큰개불알풀꽃’이라 하더니

이름이 너무 거시기 하다 하여

‘봄까치꽃’으로 하자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꽃들을 보다보니

문득 셸리(Percy B. Shelly)의 시

‘서풍의 노래(Ode to the West Wind)’

마지막 구절이 입가에 맴돕니다.

 

“내 입을 통해 잠자는 대지에게

예언의 나팔이 되어 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

 

 

♧ 봄이 오는 소리 - 류근택

 

오는 길목 어디

혹독한 신고 치루다

봄은

땅거미 어스레한 시간

꽃잎으로 찾아 드나

봄까치꽃

 

지난밤

바람으로 피어나

여린 몸짓

눈 감고

봄의 소리 듣네

 

마른 풀 사이

새싹 더불어

흔들리는 작은 꽃잎

전하는 말

나도 귀 기울여

 

 

♧ 길 - 이정자

 

가보고 싶은 길 다 걷고 나니

다시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숲 바람 꽃과 동행하며

오롯이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빈 가슴 하늘 한 자락 들여놓고

허리 굽혀 봄까치꽃과 눈맞춤 하는

하늘 우러러 별빛 노래하는 그렇게

꿈을 파종하며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낮아지며 어우러지며

흐르고 싶은 강이 있습니다

 

 

♧ 개불알풀꽃 - 김종구

 

개불알풀꽃이 피었습니다

 

두런두런

모의하듯 피었습니다

금시에 무슨 일 낼 것 같습니다

 

가난한 겨울 집에 빌어먹고 살았다고

불경스럽게 개 불알이라니!

성질대로 만만찮게 피었습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시펄시펄 피었습니다

 

조그만 입들이 모여 깍깍깍

제법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불알 두 쪽

대그락 대그락

 

이래 뵈두요

봄, 까치, 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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