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1월17일
비가 오는데도 수산봉과 고내봉에 올랐다가
더 이상 산행이 어려워 돌아오는 길에 만난 매화.
신제주보다도 더 위쪽인 정실마을에
이렇게 만발했던 이 매화 꽃송이들.
지금은 가보지도 못해, 그 안부가 궁금합니다.
당시 블로그에 올리려고 준비했다가
일주일 정지 먹는 바람에
일주일 늦게 올릴려다 보니, 이 지경이 되었네요.
그래도 위안이 될까봐
어제부터 비행기 결항으로 제주에 발묶인
6만의 관광객 여러분과 객실 바닥에서
밤을 새우신 여러분들께 보내 드립니다.
한시바삐 하늘길이 열려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길 빕니다.
♧ 그대가 나를 봄으로 핀 최초의 매화꽃입니다 - 이영지
그대를 봄은 기쁨입니다
내가 나를 봄보다
그대가 나를 봄으로 핀 최초의
매화꽃입니다
겨울타 새까만 매화가지인
나를 하얀 불을 켜시고
새까만 꽃가지에 하얀등을 다시고
최초의 하얀 빛의 불을 다시고
하얀빛이 빛나면 하얀 불인 것을
하얀 동정인 것을
단정히 맞추어 여민
가슴이 기쁜 옷섶인 것을
설레는 감탄의 봄이
나의 님으로 볼그레합니다
불 밝히시어 꽃송이 된
나를 아시는 이를 봄이 설렙니다
♧ 매화 송 - 박종영
여린 봉오리 감추며
두려운 눈치다.
초경 치른 처녀 오돌한 젖꼭지같이
붉으스레 잔가지에 매달려
희망을 주는 꽃망울,
저거, 더디 오는 세월 조급해서
혹독한 삼동,
비밀하게 이겨내고 저리 낯을 붉힐까?
한 생애 불꽃으로 다스리는 너,
싱싱한 그리움의 향기 품어대면
자지러지게 넘어질 우리,
산맥 같은 네 둥근 가슴이야
어찌 탐하지 않으랴.
♧ 매화 - 박인걸
서귀포 매화향이
영상을 타고 안방으로 퍼질 때
겨우내 차갑던 가슴에도
봄기운이 스민다.
눈발을 헤집으며
억척스럽게 피어나는
여리고 여린 꽃잎에서
숭고한 생명력을 읽는다.
海風부는 언덕에서
휘둘리며 견디어 온 세월
애태우며 기다린
은혜로운 봄이시여!
겨우내 닫아 둔 가슴
마음 문 열어 젖히고
더 이상 망설임도 없이
꽃 한 송이 피우리라.
♧ 매화 피던 날에 - 김경숙
님이 오셨나 보다
잔설(殘雪) 비집고
속삭이는 소리에
더디 오실 줄 알았건만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도 묻기 전
온몸을 휘감던
두꺼운 외투
벗어 놓고서
따사로운 햇살 아래
뽀얗게 미소짓는
곱디고운
단아한 자태
아, 눈부심
한차례 꽃샘바람이 분다
♧ 매화(30) - 손정모
하늘은
여전히 시리도록 푸른데
대숲의 바람소리에 떠밀려
매화가 눈을 뜬다.
언 땅 곳곳에
잔설이 눈부시고
장독간의 매화나무에선
꽃잎이 물결처럼 하늘거린다.
올려다보는 매화꽃은 별천지다.
하늘이 꽃송이로 들끓고
꿀벌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태고의 적막처럼 허허롭다.
파란 하늘에 꽃잎이
구름장처럼 흐르고
형체 없는 그리움으로
울컥 가슴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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