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부처님 오신 날에

김창집 2016. 5. 14. 07:03

                                                                                                            *고성 극락사 연등



오랫동안 우리들의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아온 부처님.

일찍이 불교를 받아들인 우리 민족은

부처님을 통해 자비를 배우고

마음을 수양하면서

품격 높은 문화와 고매한 정신세계를 구축해

삶을 한층 안정되게 해온 것이 사실이다.

 

불기 2560년 부처님 오신 날(5월14일)을 맞아

조계종에서 봉축법어를 발표했다.

 

조계종 진제 종정예하는 봉축 법어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지구상의 모든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며,

그 고통을 덜어주고 대신 앓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를

시현(示現)하는 그 곳이 부처님 오신 도량”이라 했다.

    

                                                                              *범어사 축등

 

♧ 내 마음에 연등을 달고 - 목필균

 

여린 바람에도 흔들리는 마음

힘겹게 부려놓는다.

법당으로 들어서는 가지 많은 나무

 

몸에서 나는 절은 때

향을 피워 가리고

백 팔 배로 머리 속을 지운다

 

합장하는 두 손

꿇어앉는 두 무릎

바닥에 닿은 백 여덟 번의 이마들

 

탐욕을 먹으면 탐욕을 잘라내고

분노를 만나면 분노를 비워내고

미련을 행하면 미련을 쓸어내고

미움을 마시면 미움을 몰아내고

사랑을 품으면 사랑을 풀어내고

 

스치는 바람에도 베이는 아린 상처가

무성하게 자란 잡초로 뽑혀지고서야

촛불로 밝혀지는 정좌된 마음

 

마음의 거울 맑게 닦이면

눈부신 오월의 햇살 속으로

처마 끝 풍경마다 방생의 소리를 낳는다

 

                                                                       *동래 용궁사 동자승들

 

♧ 木魚 - 정군수


용머리 틀어 올린 대들보

단청에 감겨서 울지도 못하다가

등위의 붉은 먼지 씻어내려고

부처님 오신 날에나

비어 있는 뱃속을 열어 놓는다

스님의 염불소리

녹음기 하나로 삼경을 지새우지만

공양미 씻어내던 사미승이나

무딘 정으로 가슴 깎던 목공이라도

속을 저어야 아픔이 운다

마른 목청은 울림도 없어 끊기고

수중을 헤매는 혼을 부르지 못하고

공양미 씻어낸 뜨물에서나

개울물 소리로 절 마당을 씻는다

 

                                                           *갓바위(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

 

♧ 그릇만큼 비우고 - 엄혜숙

 

승용차 한 대 가누기 버거워

구불구불 접혔다 펴지는

백운사 가는 길

부처님 오신 날 奉祝 드리려

풀잎들은 일제히 고개 숙이고 있다

바람 속에 드문드문 섞여

가늘게 늘어져 우는 목탁소리 밟으며

一切가 唯心造라는 화두 속을 걸어간다

마흔이 넘도록 옷섶의 단추 제대로 채우지 못한

헐거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비움과 버림에 대하여 일어서지 말아야 할

마음은 환한 꽃잎 따라 몸 기대는데

발길은 오히려 늪 속으로 길을 낸다

 

언덕 위 토담집이 길 위를 지날 때

올망졸망 장독대들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비는 일정한 간격으로 마음 닿는 곳에 내리고

입 벌린 장독은 그릇만큼만 담아내고 있다

나의 밑동 새는 그릇은 어쩔 수 없이 넋놓고 앉아

고인 것 뱉어 내야 하는 저 빈 물동 닮았을까

벼랑 끝에 부러지는 바람 담을 수 있는

속 깊은 그릇 빚어내고 싶다

지는 해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시는

부처님 동공 속에 無形의

보이지 않는 넉넉한 그릇 보인다

 

                                                                                  * 월정사 경내

 

♧ 산사 - 하두자


살아온 날들의 허리를 잘라

이름없는 별로 띄워 놓고

당신 앞에 서면

이렇듯 청청해지는

사바의 세계

 

각기 다른 소망 달고

흔들리는 연등 사이로

풍경 건드려 고요를 깨는

당신의 뜨거운 손

스스로 비운 적도 있습니다

 

햇살 사위어

적막처럼 가라앉는 어둠 속에서

영겁의 꽃씨

저마다의 가슴 텃밭에 심으니

 

이 땅에 오신

당신의 뜻 결코 헛되지 않아

헤매는 길손의 구원이더이다

우리 가는 이 길에

당신은

    

                                                                                     *법주사 경내

 

 

♧ 관세음보살은 벽에 걸리고 - 김추연

 

가깝게 두고서

제일 먼저 눈을 뜨겠다는

관세음보살상을 벽에 걸어 두고

편안한 미소와

우아한 자태

공명한 심장까지도

꼭 빼어 닮아 보겠다고

한 해를 다섯 번이나 지난 지금은

새롭게 만납니다

숨소리에도 흔들릴 것 같은

옷자락의 흐름에도 내가

부드러워집니다.

걸음도 사뿐하여 춤을 춥니다.

얼마나 닮았을까요 당신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내가 되게 해 줍니다

깨닫게 하여 줍니다

당신을 꼭 닮아 보겠습니다.


                                                                                                        *감은사지 3층석탑

○ 천수경 - 삼보사(三寶寺)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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