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건전한 입양문화의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
한 때 우리나라는 가난하고 못 살아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을
세계 여러 나라로 보내야 했다.
그래서
부끄러운 나라로 널리 알려졌었는데,
그 이유로 6.25전쟁도 한몫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 대신
어긋난 섹스문화로 하여
미혼모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현실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미혼모 혼자서 아기를 기르는 일이 쉽지가 않다.
한편으론 그릇된 식습관으로
불임 부부가 늘고 있어
그런 아이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여
키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우리나라는 이제
출산율이 저조하여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 미혼모 - 김용화
-입양 전야
오동꽃 시름시름 떨어지는 산사의 밤,
한 소녀가 진홍빛 스웨터 속에서
하얀 젖을 꺼낸다
세상을 다라도 차지한 듯
작고 예쁜 손가락 꼼지락거리며 애기는
빡빡 젖을 빤다
젖 냄새 애잔하게 고여 드는 적막한 방안,
한없이 착하고 순한 눈을 뜨고
어미 얼굴 빤히 올려다보지만
하릴없이 소녀는 허공에다 눈길 박는다
♧ 미혼모 - 최남균
가지를 치고
가지 끌어안고 산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행복이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행복한 거야
모진 바람이 흔들어대도
온갖 풍설이 난무해도
수피 앞치마를 두른 당신의 이름은 엄마니까
자궁이 단단한 나무니까
잉태의 순간
스멀스멀 불행은 기어 나왔던 거야
흰 머리카락이
어느덧 눈꽃처럼 환하게 웃을 때
그 미소를 닮은 당신의 가지가
행복을 잡고 흔들고 있는 거야
먼 훗날
갈바람이 몹시 불고나면
가지의 갈색 미소가 당신을 닮아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거야
삶이 곧 행복이라고 믿는 거야
♧ 이름 없는 사랑 하나 - 김소해
피었다 지는 봄꽃으로 봄의 태동을 느끼었네
휘날리는 낙화라 한들
이름 없이 태평양 상공을 날아오름만 할 거냐
가로등 불빛에 몸을 태워버리는 하루살이 인들
이 땅에서 태워 올린 넋인 걸 어떠하겠는가
강보에 쌓인 태 이름 없는 꽃으로 낙화가 되려는가
뿌리 없는 나무되어 사막에 심기려는가
비정한 어머니를 원망할 수 없지 않은가
철모르는 아비를 원망할 수 있을 것인가
내 태어난 나라의 이름과 성을 가지고
저 파란 창공을 날아오른다면
겹겹이 풀어 오르는 속살 같은 구름이
그 얼마나 부드러이 아름다울 것인가
*미혼모 집을 다녀오면서
♧ 뻐꾸기 엄마 - 송선애
젖도 떼지 않은 핏덩이를
헌신짝 버리듯 한 어미가
가슴을 치며 탄식을 게운다.
젖을 물릴 시간이면
젖가슴이 불어
떨쳐버린 아이 생각에
피울음을 토한다.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어미 찾는 자식을
모르는 척,
귀가 어두운 척,
외면할 수 없는 이승에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시간마다 미안하다,
어미의 시린 가슴으로
뻑꾹 뻑뻑꾹 울고 있다.
♧ 입양 가는 길 - 강경주
화성에 가서 저 혼자
이 아이 낳겠습니다
혼자서 우유 먹이고 혼자서 예방주사 맞히고 혼자서 학원에
보내고‥‥‥
내 사랑은 뇌성마비에 걸린 핏덩어리 하나로 내팽개쳐져
정박아가 되어 누더기 포대기에 쌓여져
입양가는 길
목성보다 더 멀리 천왕성 명왕성 해왕성보다 더 까마득히
혼자 떠나는 여행
태아인 저보다 더 어린 내 어머니 아버지
눈물은 우리별 1호 인공위성이 되어 세상 밖으로 쏘아올려져
빙빙빙빙 하늘을 돌고 있는데
비탈바위 안개골짜기 겨울나무 가지끝 어디에서든 매달려
어른이 되면 나는 엄마가 되면 토성 금성 수성
별 아닌 별 어디에서든
저 혼자 이 아이 낳겠습니다
산부인과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그리웠습니다
배 아프고 피 흘리고 마취당하는 괴로움 그리움보다
사랑하고 낳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사람을 내다버리는 일 그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달나라에 가서 저 혼자
이 아이 낳겠습니다
혼자서 빨래하고 혼자서 공부시키고 혼자서 잠드는 법
가르치고‥‥‥
연어 떼처럼 코끼리 떼처럼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이 아이 낳겠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산부인과에는 죽어도 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맹세하고 약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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