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가정의 달에 보내는 시

김창집 2016. 5. 9. 09:24

                                                                                                                          *채진목(제주 특산)

 

 

♧ 가정 1 - 김지호

 

핏줄 하나로도

별이 되고

달이 되며

해가 되는

 

정 하나로도

울타리 되고

세계 되며

우주 되는

 

온기와

사랑과

행복이 새어나오는

신비한 궁전

 

                                                                                                   *참꽃나무

 

♧ 선녀에게 물었다 - 목필균

 

언젠가

열여섯 살 매화선녀에게 물었다

부모 복도 남편 복도 없다고 생각한 내가

자식 복은 있겠냐고

선녀는 옥황상제 뜻을 받아

접신의 위력을 입으로 보여주었다

 

남편은 자기 생각만 하고 살고

양가 부모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으나

남매는 잘 살겠다고

부모 속 썪이지 않고 공부도 잘하고

타고 난 복이 많아서 걱정없겠다고

 

부모 복도 남편 복도 다 소용없이

자식 복 하나로 배가 불렀다

자식이 둥지를 떠나 가정을 꾸려도

굳게 믿는 그들의 복

 

선녀가 접신이 끝난 후 말한 것은 잊었다

둥지를 떠난 자식은 잊고 살라고

그 땐 자식 복이 아니라 그들의 복이라고

자식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는 지금의 내가

그 마지막 당부를 까마득히 잊고 있다

 

                                                                                                      *산개버찌

 

♧ 물오리 일가(一家) - 손세실리아

 

  호수공원 나무다리를 건너다가 때마침 그 밑을 지나던 물오리 一家를 만났습니다 어미가 앞장 서 갈퀴발로 터놓은 물의 길을 여남은 마리의 새끼들이 올망졸망 뒤쫓고 있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수선스러워 보이지만 묵언정진 중인 수련 꽃잎에 생채기내는 일없고 빽빽한 수풀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니는 듯 보이지만 물풀의 줄기 한 가닥 다치는 법 없이 말짱한 것이 하늘에 길을 트고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들의 비행과 별반 다를 바 없었는데요

 

  왜 유독 사람이 다녀간 길 언저리에는 상처가 남는지

  꽃 지고 새소리 멎어 온통 황폐해지고 마는지

 

                                                                                                     *백작약

 

♧ 갑과을 - 鞍山 백원기

 

눈코 뜰 새 없이

자식을 기를 적엔

의식주로부터

공부와 노는 것까지

엄마 아빠의 손이 갔다

보드랍고 귀여워

손을 놓지 못했다

당연히 엄마 아빠는 갑이요

자식은 을이었다

 

어느 날 우뚝 선 자식

심신이 어른스럽더니

조금씩 부모 손을 벗어났다

떨어 저 나간 별 조각처럼

짝 만나 한 가정 이루더니

비추지 않아도

잘도 반짝인다

 

차츰

부모의 빛은 쇠하여가고

자식의 빛은 성해가더니

어느새 자식은 갑이되고

부모는 을이 되고 있었다

갑의 목소리는 낮아지고

을의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각시붓꽃

 

♧ 보리떡 집에 간다 - 민미량

 

성경에 기록된 보리떡

예수님의 기적 사건에 나오는 보리떡

나는 날마다 보리떡 집에 간다.

 

쿠르디스탄 이락에서 살고 있는 나는

매일 새벽 기도 시간이 되면

아파트 정문 맞은편에서

보리떡(Tiri=Kurdish Flat Bread)

굽는 냄새가 내 코를 즐겁게 한다.

 

1디나르에 보리떡 3개

보리 향기 가득하고 고슬 고슬하여

아침 식사로 푸짐하다.

 

이층에는 가정집

아래층에는 보리떡을 구어 파는데

막내아들은 보리떡을 정리하고

형은 땀을 흘리며 화루에서 구어내고

아버지는 반죽을 하는 한 가정 사업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밥과 빵이 있는 곳

이곳 이라크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보리떡

퇴근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신사 숙녀들의 손에

뜨거운 보리떡을 들고 걷는 이들의 가족 또한 행복하리라.

              (1월, 2012년. 술리마니아 이라크)

 

                                                                                                *아그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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