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치자나무 꽃향기

김창집 2016. 6. 21. 18:37


지난 일요일 큰동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장례를 치르는 걸 지켜보고 나니,

이틀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는 장인 장모는 물론

동서와 처형, 처남 등 처가와 관련된 분들이

때가 되어 하나둘 저 세상으로 가는 걸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 장마가 시작 되고

장마 속에 피어나는 치자꽃 향기가 떠오른다.

 

치자나무는

꼭두서닛과에 속한 상록 활엽 관목으로

높이는 2m 정도이고, 광택이 있는 잎이 난다.

6~7월에 백색 꽃이 피며 가을에 황갈색 열매가 익는다.

열매는 이뇨제나 물감 원료로 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대만 등에 분포한다.

    

 

치자꽃 향기 - 권도중

 

누구의 관심도

누구의 느낌도

누구의 위로도

누구의 조언도

누구의 간섭도

누구의 사랑도

누구의 전화도 필요 없는

몸짓만으로 아픔만으로 그리움만으로 치유만으로 그림자만으로

삶을 참아 작은 꿈 살릴 수 있다고 별 같은 자존 하얀 꽃이라고 열매는 굵은 짙은 향이라고 계곡 가득할 오래 꾼 꿈이었지 하얗게 펴 희망처럼 푸른 그림자 곁에서

 

슬픔아 마음아

너의 순수도 필요치 않다

존재만이 그리움일 뿐

내 안에 집을 짓지 말아라

그냥 먼 닿지 않는 사랑으로 편한 사람으로

향기는 그래서 짙고 멀다

 

  

 

치자꽃 - 반기룡

 

흰 옷을 좋아했던 어머니가 그리워져요

하얀 웃음 잔잔히 흐르던 나의 유년이

방안 가득 향기로 다가오는 듯해요

그립고 향기로운 것은

망각의 추억을 불러

생각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요

 

뜨락에 피어있는 치자꽃

마치 하얀 나비 나풀거리듯

방안 가득 선회를 하네요

 

부유하는 너의 향은

콧잔등 휘감은 채

사뿐사뿐 어디로 발걸음 옮기려 하나요

 

차자꽃 향을 맡고 있으니

오늘따라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지네요

     

 

 

치자꽃이 그립다고? - 이국헌

 

아조 사투릴 섞어서 아조 그립다고

시방 그립다는 것이 치자꽃인가

몸 비비며 조신한 목선을 끌어 안아보며

비천한 몸 짓 애걸하듯

사랑한다고 치자 그립다고 할까

 

날름거리는 이 작은 방 하나에서

구천을 오가는 연습 하나쯤 하면

일사불란한 천방지축이 될까

매미 따라 떠돌다 사라질까나

 

매미가 왔다간 뒤로

너도 왔다 치자

세상은 조용하다만

그 질긴 울음소리 들리지 않은 아침

준비하는 참매미의 서툰 울음이라 치자

 

치자꽃 하나하나에 그리움이

매미의 울음이 노랗게 질려서

촉농처럼 떨어졌다 치자 햇살이 뜰까

     

     

 

치자 꽃 - 장미숙(초원)

 

새벽 녘

창 밖에서 달이 하얀데

 

소리 없는 문틈으로

손을 당기는 요정

정념의 향기

찰라 일 줄이야

 

달빛에 추스리지 못하는 꽃잎

분분히 풀어놓고

남은 몇 잎도

햇살에 마저 떨굴

여린 옆모습

 

떠나기 전

한 번 보고 싶다던

반달 닮은 그 아이도

쪽문 밖에서

 

두 볼엔 별을 달고

치자 꽃 하얀 이로

웃고 있었지

     

 

치자화 - 곽정숙

 

마음까지 젖을까

비 오는 길이여서 나서지 못하고 서서

 

경박함이 보일까

그대 곁에 가지 못하고 그냥 서서

 

그대 발치에

소리 없이 내려앉아

 

청량한 기운으로

열매 맺지 못하는 까닭을 묻노니

그래서 아픔을 지우고 싶었을까

 

마음까지 젖을까

비 오는 길이여서 나서지 못하고 서서

     

 

치자꽃 달빛에 어리다 - 우공 이문조

 

시골집

장독대 옆에

치자나무 한 그루 있었지요

 

초여름

산들바람에 실려오는

그 향기는

어머니 젖 내음이었지요

 

초승달

어슴푸레

달빛에 어리는

하얀 우윳빛

 

뒤란에서

목간하던

새색시

뽀얀 살빛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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