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돌오름 오가며 만난 숲길

김창집 2016. 6. 18. 18:19



어제는 오름 9기 친구들과

돌오름을 다녀왔다.

 

한라산 둘레길 2코스 연장선상에 있는 이 길은

숲이 좋아 여름에 걷고 싶은 길이다.

 

삼나무가 제일 많고

간혹 편백나무도 나오고

소나무도 조금 이어지고

나머지는 혼효림인데,

요즘 제일 빛나는 것은 하얀 꽃을 쓰고 있는 산딸나무다.

 

막 꽃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매달기 시작한 때죽나무,

청사초롱처럼 씨방을 길게 늘어뜨린 서어나무,

곰의말채와 층층나무 구별하는 법을 말해주기도 하다 보면

간혹 난()을 발견하여 촬영 경쟁도 벌이고

가끔 산딸기나 오디가 나타나 입도 심심하지 않은

하늘이 내려준 건강한 숲길이다.

     

 

숲길 - 권경업


숲은, 제 몸 갈라 길을 냈습니다

 

시닥나무 물들메 까치박달

아기배나무 사이 실개천 지나

타박타박, 길짐승 산책하며

부엉이랑 올빼미 밤이면 깃 내립니다

 

가끔, 야산(野山) 비둘기 자고 가는 신갈 숲 속

장끼 까투리, 갈잎 덤불 긁어 모아 살림 내는 날

()사람 몇 지나갔습니다

 

얼마 뒤, 그들 품에 열리는 오솔길 한 올

누군가가 열리는 그 오솔길로, 다시

조잘대며 지나갑니다

들리니 들려

저 새소리 물소리하며

조릿대 헤집는 저 바람소리하며

어머나어머나 저기 장당골

함박꽃 향기 자옥한

아침이 밝아 오는 길

스스로를 비위 낸 길

서로가 서로에게 길 되어

세상의 모든 길, 동무 되어 갑니다

     

 

 

숲길을 걷노라면 - 김윤진

 

한적한 숲길을 걷노라면

어딘가 에서

나무 타는 향내와

짙어 가는 녹음에

푸근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고 싶어진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미풍은

옷깃을 날리게 하고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어루만지는 산들거림은

감감소식인 친구가

부르는 손짓 같았다

     

 

숲길을 간다 - 김덕성

 

하늘을 뒤덮는

병풍처럼 늘어진

더위가 들어서지 못하는 숲

 

신선함에 취해

별세상

꿈길을 걷는 듯 황홀하고

숲은 완벽한 고요

숨소리초차

들리지 않고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맑은 공기에

 

영혼이 정화되어

숲과 같이

사랑을 나누며 새 길을 간다

   

 

 

숲길 - 최제형(源谷)


숲으로 드는 길 위엔

살빛 그리움 하나 있어.

 

그대 보내던 날

허공에 흔들던 하얀 손.

미련 한 조각 남겨

멀리 굽은 들길을 보네.

 

숲길로 들면

그대 반기던 패랭이꽃

자줏빛 짙은 옛 모습인데

외로워 빈손으로

나뭇잎 훑으며 가지.

 

! 숲 속에 들면

아직도 남은 외로움

노란 송홧가루 되어

떡갈잎 사이로 흩어지네.

     

 

숲길에서 - 藝堂 趙鮮允(예당 조선윤)

 

도란도란 속삭이는 계곡물

굽어 돌아서 수정같이 맑아라

울창한 계곡 따라 걷노라니

몸도 마음도 숲이 된다

푸른 녹음 초록 숲을 울리는

자연의 소리에 맑아지는 마음

한 생명의 근원이요

청정한 성품을 일으켜 세우는

지극한 아름다움은 지극한 진실이다

 

산빛 물빛 산문의 빚장 열고

투명한 빛을 맞아

내면 속 샘솟는 희열의 원음으로

소유와 집착의 끈을 풀고

자유와 안락의 쉼을 얻는다.

   

 

 

예감의 숲길 - 김후란


그늘 짙은

숲 속을 거닐면

군때 묻은 소리꾼의

깊은 소리맛처럼

그 고요 잦아든

세월의 숨결 느끼다

땀 젖은 그림자

동반하고

어제 온 길

내일 갈 길

자유로와라 무한히 높은

예감의 손길

     

 

숲길을 거닐어보았습니까 - 용혜원

 

숲길을 거닐어보았습니까

숲 향이 가슴에 가득해오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다람쥐와 눈빛이 마주칠 때

밤송이가 툭 떨어질 때

느껴지는

숲의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보기 좋게 어우러진 숲은

하나님이 만드신 작품

사람들은 아름답고 잘난 것들만

그럴듯하게 꾸미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물들과 바위들,

이름 모를 풀들이 함께

숲을 아름답게 꾸미도록 만들었습니다

 

숲길을 거닐면

내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들어버립니다

욕심이 사라지고

삶을 정직하게 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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