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문지 ‘우리詩’ 8월호가 나왔다.
주요목차와 함께 시 몇 편을 뽑아
요즘 한창 피어나는 더덕 꽃과 같이 올린다.
□ 권두 에세이 | 마선숙
□ 신작시 26인 選 | 최승범 홍해리 송문헌 최성민 김일곤 유진택 강만 심춘보 최상호 박정원 홍예영 백수인 장성호 채들 홍준경 전건호 조길성 이재부 황인학 최병암 한문수 김부희 최서연 기성서 유수진 최연수
□ 기획연재 인물 詩 | 이인평
□ 신작 소시집 | 박은우
□ 테마 소시집 | 우정연
□ 순천작가회의 동인특집 | 이민숙
□ 시에 대한 에세이 | 나병춘
□ 한시한담 | 조영임
♧ 구미 - 최승범
이 한 달 이리저리
초복도 중복도
소서도 대서도
오보록이 담겼거니
챙겨 볼
절후 입맛도
놓칠 일이 아니야
♧ 일요일 오후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ㆍ171
이제까지 한평생 75년
46년을 함께 산 한 생生인데
아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편이란 사내
일요일 하루 종일 두 사람이 부딪치는 일상
한평생 한 말이 한 말이 아니라
몇 말이 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할 말이 많이 남아 있겠는가
오전을 무사히 보냈으니
오후 세 시 반
촐촐한 참에 막걸리 한 병을 꺼내다
홀짝이고 있는 사이
밖으로 나가는 사람
내가 얼마나 더 늙고 낡아야
그 사람 속을 알 수 있을까
지금 알고 있다 해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말라가는 웅덩이에서 힘없이 퍼덕이며
물끄러미 바라다보는 피라미 한 마리
혼자 견디다 가자며 막걸릿잔을 들이켭니다.
♧ 호명산 - 송문헌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산 능선
새소리 바람소리 쉬어가는지 잠잠한
그 길을 내가 산과 함께 가고 있다
아슴아슴 저 멀리 산 산 산
축령산 화야산 보납산 새덕산
넌지시 바라보는 눈빛이 살갑다
무시로 호랑이의 포효소리 들렸다는
그 호명산을 내려서니 호명호
야생화 지천 너른 품을 내어준다
---
*호명산 : 경기도 청평이 있는 산.
그 산자락엔 호명호가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 흔적 - 김일곤
주말농장 채소밭 아래
포장도로
작은 물줄기가 물머리를 붓 삼아
물 그림을 그렸다
아니 물 거미줄을 쳤다
붉은 노을 뜬 허공에선
뭘 잡으러 밤새 애면글면
거미줄을 쳤을까
손금 같은 길을 간다
새털구름이 지나가고
새벽별이 지나가고
마지막 어린 올챙이 발자국이 지나갔다
흐를 것은
모두가 흘러 텅 빈 늑골, 골성에
그믐달이 떴다
♧ 풍욕 - 유진택
밤 꽃술들이 꼬리를 흔들어댄다
흑염소 뭉게구름 따라가는 길
밤 숲엔 비릿한 냄새뿐이다
바람나 가출한 남편 떠오르면
밤 숲으로 올라간다는 과부 이씨
풍욕을 즐기는지 못 매무새가 헐렁하다
고독의 세월에 찌들어
살랑대는 꽃술에 파묻혀 사내 냄새를 맡는다
뭉게구름처럼 방죽 길로 걸어가는
흑염소 무리 위로
능글능글한 남편의 얼굴이
밤 꽃술처럼 너울거린다
♧ 동백 - 강만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다
링거를 꽂고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는다
눈부신 청춘의 시절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고운 님 품에 안기던 모습 그대로
곱게 웃으며 툭!
목숨을 내려놓는다
두려워하기는커녕
죽음을 희롱한다.
♧ 여름, 여어름 - 홍예영
울어야지, 울고 말 거야
울보 시인처럼 매미는 소리 높이고
잠깬 나방은 여름, 여어름,
기호 위로 천천히 날았다
쉴 장소 없어
뜨거운 증기 속에 주저앉았다
살이 오른 돼지
가뿐 숨소리
들여다보니 나였다
♧ 본향 - 채들
탯줄 묻은 골짝에 들어와
오늘을 풀어놓고 눈 감으니
울컥, 들리는 외할머니 목소리
골물소리 새소리도
걸림 없이 들어왔다,
걸림 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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