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園 김창화 시인의 제3시선집
‘저울질 할 수 없는 무게’를 보내왔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출생인 김창화 시인은
2007년 ‘시와 창작’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바다와 어머니’, ‘바람의 섬’ 등이 있다.
제주문화 간행
정가는 1만원이다.
♧ 저울질 할 수 없는 무게
봉순이 누님 머릿속엔
보름, 그믐을 기준한
어김없는 물 때 달력이 그려진다.
아끈조금, 한조금* 지나면
추위 매서운
하늬바람에도
삶의 공간은
바다에 동동 떠 흐르는 물새처럼
첩첩의 물결을 넘으며
물 때 맞춰 쉼 없는 자맥질의 연속,
마지막 남은 날숨 한 고비
숨비로 토하고 난 다음
다시 또….
남들이 남기고 간
물속 바위틈새 소라, 성게
하나 둘씩
이삭줍기로 망사리*를 채우는 일과,
풍파로 다듬어진
황량한 바람 곶
현무암 뭍에선 물보라 날리고
들리는가
거센 바다 위 타원 그리며 부르는
갈매기 노래 따라
너울에 밀려드는
물기 스민 저 고단한 숨결의 무게를,
---
*아끈조금 : 소조기.
한조금 : 대조기.
망사리 : 해산물을 주워 담는 그릇.
♧ 애월涯月에 가면 5
한담동 해변길 매바위*에
노을이 애수처럼 번져오면
그대는 방랑객인 양 고요한
길손 되어
불타는 바다로 마음을 띄울 것이네.
이윽고 황혼이 접히면
물가에 뜬 은 달빛 벗 삼아
지우(知友)와 함께
기울이는 대포 한 잔의 정
그대여
마음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할 때
삶의 산수 다 접고
인연 깊은 땅 애월로 오시게
느끼는 풍경만으로도
연인과 함께인 것처럼
마른 숨결을
촉촉이 적실 수 있다네.
---
*매바위 : 애월리와 곽지리 사이 속칭 가린돌(소로기통)
♧ 너븐여* 불턱의 여운
봄 햇살 내려 앉은 고향해변
밀려드는 파도에 사시장철
허공으로 솟치는
애절한 숨비소리*
그러나 수천년을 살아온 갯바위는
담담한 침묵으로
물너울에 정형화 되지 않은
친숙한 리듬으로
해변의 풍경을 흐르게 하고 있다
허물어진 불턱*에 가녀린 보라색 메꽃
전설처럼 흐름을 남기고 있는,
불턱에 솟구치던
해녀들의 웃음소리
고달픔 삭히는 원시적 공통어
내 어린 시절과 황혼의 지금
아직도 변함이 없이
메꽃의 향기처럼
기나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
*너븐여 : 애월리 서쪽해안
숨비소리 : 물속 잠수에서 수면위로 떠올라 내뿜는 날숨소리
불턱 : 해녀들이 물질하고 나누다음 뭍에서 불을 쬐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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