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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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화 제3시집 '저울질 할 수 없는 무게'

김창집 2016. 8. 12. 00:40



海園 김창화 시인의 제3시선집

저울질 할 수 없는 무게를 보내왔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출생인 김창화 시인은

2007시와 창작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바다와 어머니’, ‘바람의 섬등이 있다.

 

제주문화 간행

정가는 1만원이다.

     

 

저울질 할 수 없는 무게

 

봉순이 누님 머릿속엔

보름, 그믐을 기준한

어김없는 물 때 달력이 그려진다.

 

아끈조금, 한조금* 지나면

추위 매서운

하늬바람에도

삶의 공간은

바다에 동동 떠 흐르는 물새처럼

첩첩의 물결을 넘으며

물 때 맞춰 쉼 없는 자맥질의 연속,

 

마지막 남은 날숨 한 고비

숨비로 토하고 난 다음

다시 또.

 

남들이 남기고 간

물속 바위틈새 소라, 성게

하나 둘씩

이삭줍기로 망사리*를 채우는 일과,

 

풍파로 다듬어진

황량한 바람 곶

현무암 뭍에선 물보라 날리고

들리는가

거센 바다 위 타원 그리며 부르는

갈매기 노래 따라

너울에 밀려드는

물기 스민 저 고단한 숨결의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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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끈조금 : 소조기.

한조금 : 대조기.

망사리 : 해산물을 주워 담는 그릇.

     

 

애월涯月에 가면 5

 

한담동 해변길 매바위*

노을이 애수처럼 번져오면

그대는 방랑객인 양 고요한

길손 되어

불타는 바다로 마음을 띄울 것이네.

 

이윽고 황혼이 접히면

물가에 뜬 은 달빛 벗 삼아

지우(知友)와 함께

기울이는 대포 한 잔의 정

 

그대여

마음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할 때

삶의 산수 다 접고

인연 깊은 땅 애월로 오시게

느끼는 풍경만으로도

연인과 함께인 것처럼

마른 숨결을

촉촉이 적실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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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위 : 애월리와 곽지리 사이 속칭 가린돌(소로기통)

     

 

너븐여* 불턱의 여운

 

봄 햇살 내려 앉은 고향해변

밀려드는 파도에 사시장철

허공으로 솟치는

애절한 숨비소리*

그러나 수천년을 살아온 갯바위는

담담한 침묵으로

물너울에 정형화 되지 않은

친숙한 리듬으로

해변의 풍경을 흐르게 하고 있다

 

허물어진 불턱*에 가녀린 보라색 메꽃

전설처럼 흐름을 남기고 있는,

불턱에 솟구치던

해녀들의 웃음소리

고달픔 삭히는 원시적 공통어

내 어린 시절과 황혼의 지금

아직도 변함이 없이

메꽃의 향기처럼

기나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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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븐여 : 애월리 서쪽해안

숨비소리 : 물속 잠수에서 수면위로 떠올라 내뿜는 날숨소리

불턱 : 해녀들이 물질하고 나누다음 뭍에서 불을 쬐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