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경업 시인의 '등산'

김창집 2016. 9. 6. 08:49


등산 - 권경업


1

 

다들 정상에 서고 싶어 하지만

 

정상에는 대피소가 없습니다

     

 

2

 

오르기 힘든 것은

내려오기도 힘들다는 뜻입니다

   

 

 

3

 

생떼 쓰고 억지로 올라갔다가

힘들게 백담사 쪽으로 내려와서, 지금도

연희동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분도 있습니다

     

 

4

 

쫓기듯 정상을 다녀온 이들은, 더러

남의 엉덩이만 바라보았다는, 이상한

산행담만 들려줍니다

   

 

 

5

 

지리산 천왕봉과 설악의 대청봉이

중턱에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6

 

높은 산의 정상에는

사람들이 들끓기에 가기 싫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그런 산입니다

     

 

7

 

산정(山頂)을 바라보고 갔지만

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산정 아래에 있다는 걸

하산길에 보았습니다


                             * 권경업 시선집 '자벌레의 꿈'(도서출판 전망,  2014)에서

                                - 사진 2008년 8월 7일 설악산 대청봉 나들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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