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 - 권경업
1
다들 정상에 서고 싶어 하지만
정상에는 대피소가 없습니다
2
오르기 힘든 것은
내려오기도 힘들다는 뜻입니다
3
생떼 쓰고 억지로 올라갔다가
힘들게 백담사 쪽으로 내려와서, 지금도
연희동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분도 있습니다
4
쫓기듯 정상을 다녀온 이들은, 더러
남의 엉덩이만 바라보았다는, 이상한
산행담만 들려줍니다
5
지리산 천왕봉과 설악의 대청봉이
중턱에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6
높은 산의 정상에는
사람들이 들끓기에 가기 싫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그런 산입니다
7
산정(山頂)을 바라보고 갔지만
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산정 아래에 있다는 걸
하산길에 보았습니다
* 권경업 시선집 '자벌레의 꿈'(도서출판 전망, 2014)에서
- 사진 2008년 8월 7일 설악산 대청봉 나들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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