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강연옥 시‘가끔 비린내가 그리운 것은’

김창집 2016. 9. 13. 10:50


가끔 비린내가 그리운 것은 - 강연옥

 

1.

 

  마른 땅에 오른다는 것은 애당초

  자신의 팔자와 상관없다는 듯,

  발바닥 젖은 늙은 어선

  햇빛 밝은 날이면 온 몸에 비늘꽃이 반짝인다      


 

2.

 

  살의 바다에는 끽끽 관절을 흔드는 파도소리가 산다, 해풍이 방문을 열면 쏟아 들어오는 저녁노을, 아직 깨어나지 않는 미래가 출렁인다, 욕망하는 바다, 그것은 물때 낀 생을 띄우는 삶의 부력이다, 유유히 흐르는 지느러미가 내 살 속 잠든 꿈을 흔든다, 외로울 새가 없다, 두려운 밤 총총히 떠오르는 별을 믿으며 방파제를 벗어나 어둠의 분진으로 비린내를 낚으며, 밤마다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바라보기보다 뭍을 끌어당기며 살아왔으리라 


   

3.

 

  뱃고동 소리 썩지 않은 밤을 깨우며 떠나갈 때, 말이 없는 것들만 사는 세상에서 건져 올린, 등 푸른 고등어가 새벽시장 자판에서 팔딱거린다, 고등어의 배를 가른다, 내장을 꺼낸 후 굵은 소금을 치고는 말리거나 토막을 내어 조리를 한 뒤, 여러 의미로 씹어보아도 입안에 맴도는 비린내, 뭍사람에게 바다 속 비린내의 계산은 하나의 공식이 되지 못한다

     

 

4.

 

  섬이 섬 밑 을 알 수 없듯

  배는 평생 딛고 떠 있는 바다 밑을 알 수 없다지만

  아직 닿지 못한 속살을 찾아 바다로 나가면

  심장에 핏물로 차오르는 비린내

  가끔, 가끔 비린내가 그리운 것은

  몸 구석 어딘가 썩어가는 상처를 일깨우는 짠 바람에 죽도록 바직거리고 싶기 때문이다

 

 

* 강연옥 시집 물마디꽃’(한국문연, 현대시 시인선 105. 2011.)에서

         사진 : 바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