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전 3시간여를
대정읍 신평리에 있는
올레길 11코스의 곶자왈 숲을 걸었다.
약 4.5km의 코스였지만
이것저것 살펴 메모하고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이다.
함몰지를 제외한 곳의 길은
다른 곶자왈과는 달리
나무들이 아직 자라는 중이고
햇볕이 많이 드는 곳이라
가시덩굴에 속하는 나무들도 많고
식생이 다양하다.
일찍 자나고 라던 커다란 소나무들은
재선충으로 죽어
그 밑동을 처리해 비닐로 싸놓은 것들이
그늘에 즐비하다.
참가시나무가 주종이 되는 숲은
그 아래로
참식나무, 생달나무 같은 상록수를 키우고 있어
언젠가는 아열대 상록숲으로 변할 것 같다.
아무리 사람의 손이 들어가고
과학이 아니라 우 과학으로 다스려진달지라도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을
실감한 하루였다.
♧ 숲길 - 권경업
숲은, 제 몸 갈라 길을 냈습니다
시닥나무 물들메 까치박달
아기배나무 사이 실개천 지나
타박타박, 길짐승 산책하며
부엉이랑 올빼미 밤이면 깃 내립니다
가끔, 야산(野山) 비둘기 자고 가는 신갈 숲 속
장끼 까투리, 갈잎 덤불 긁어 모아 살림 내는 날
산(山)사람 몇 지나갔습니다
얼마 뒤, 그들 품에 열리는 오솔길 한 올
누군가가 열리는 그 오솔길로, 다시
조잘대며 지나갑니다
“들리니 들려
저 새소리 물소리하며
조릿대 헤집는 저 바람소리하며
어머나어머나 저기 장당골
함박꽃 향기 자옥한
아침이 밝아 오는 길”
스스로를 비위 낸 길
서로가 서로에게 길 되어
세상의 모든 길, 동무 되어 갑니다
♧ 예감의 숲길 - 김후란
그늘 짙은
숲 속을 거닐면
군때 묻은 소리꾼의
깊은 소리맛처럼
그 고요 잦아든
세월의 숨결 느끼다
땀 젖은 그림자
동반하고
어제 온 길
내일 갈 길
자유로와라 무한히 높은
예감의 손길
♧ 숲길을 걸으며 - 김덕성
여기가 어딘가
별천지를 이룬 듯싶은 고요의 숲
그 고요 속에
정막을 깨뜨리며 들려오는 새소리
멋진 선율로 들리고
호흡마다 신선한 공기로 마시니
영혼까지 맑아지고
도가니 속 같은 현실을 벗어난
자연 속에 기쁨
창조의 신비를 느낀다
이제 숲길을 걷는 나
세상 헛된 욕심을 깨끗이 버리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맑게 살라고
넌지시 일러 주는
숲의 소리를 듣는다
♧ 제주 사려니 숲길을 걸으며 - 東山 박태강
아름드리나무 빽빽이 늘어선 한라산 중턱 숲길을
수많은 연인 부부 친구 가족들
발걸음 보면
삶이 건강으로 이어져 행복을 찾는 길
높은 산길 물소리 하나 없이
이따금 들려오는 까옥 까옥 까마귀 소리
무엇이 바쁜지
말없이
재촉하는 숲길
수백 년 살면서 보는 나무
고작 백년을 못살고 가는 인생
너에게서 생명을 구하려
오늘도 많은 사람
바쁜 걸음 걷노라!
네 가슴에 안기면
기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먼 길 와서
네 품에 안겨
삶의 오르가즘을 느끼노라.
♧ 숲길에 서면 - 민병련
숲길에 서면
말을 잃어버린 나무가 될까.
지저귀는 나무가 될까.
홀로이 서 있어도
칭얼대지 않는 아기가 될까.
임이 보이지 않아도
바람의 옷깃에 얼굴을 파묻을 수 있을까.
바람의 옷깃에 눈물방울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뭇잎이 파래서 슬프구나.
나뭇잎이 말을 못해서 슬프구나.
숲에 서면
나무가 되는 방법을 배워야 겠지.
♧ 숲길에서 - 예당 조선윤(藝堂趙鮮允)
도란도란 속삭이는 계곡물
굽어 돌아서 수정같이 맑아라
울창한 계곡 따라 걷노라니
몸도 마음도 숲이 된다
푸른 녹음 초록 숲을 울리는
자연의 소리에 맑아지는 마음
한 생명의 근원이요
청정한 성품을 일으켜 세우는
지극한 아름다움은 지극한 진실이다
산빛 물빛 산문의 빚장 열고
투명한 빛을 맞아
내면속 샘솟는 희열의 원음으로
소유와 집착의 끈을 풀고
자유와 안락의 쉼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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