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깨와 팔이 심하게 아팠지만
오늘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될 거여서
아침에 조금 눅인 틈을 이용해
모슬포 가는 버스를 탔다.
모슬포 750번 종점에 내려
한참을 걸어 하모체육공원에 있는
11코스 출발점에 도달했다.
옛날 ‘못살포’라던 포구를 지나
산이물공원에서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고
동일리쪽으로 가다보니, 신당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래 바닷가 바위 위에
한 아주머니가 몇 가지 제물을 올려놓고
무슨 사연인지 간절히 비는 것이 보였다.
그곳을 지나 중산간에 들었는데,
경운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도 보이고,
이런 더위에 황토빛이 도는 넓은 밭에서
마늘 심는 아주머니들을 보았다.
그렇게 대정 마늘은 유명하다.
그리고
송악산에 올랐다 내려
정난주 마리아 성지를 거쳐
신평에서 그냥 돌아왔다.
문득 모슬포에 시집가 사는
이애자 시인의 시집 ‘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가 생각나
찾아보니 그런 시는 없고,
대신 다른 시 한편을 찾아
사진 몇 장과 함께 내보낸다.
♧ 그딜 누겐들 모르크냐 - 이애자
흙냄새 비린 냄새 땀 냄새 버무려져
웬만한 세파쯤이야 사람 사는 내음이려니
살 냄새 자리 젓 냄새 익는 밤이 짧더라
물 봉봉 가슴 봉봉 먹먹한 날 어찌 없으랴
물허벅 장단이면 어느 장단을 못 맞추랴
대정 땅 대정몽생이 반 치키고 반 하시하더라
역풍에 쓸려 와서도 북향으로만 돌아앉더니
탱자나무 가시바람 유배 땅 그 바람도
추사의 붓 끝에 멈춰 세한도로 돋보이더라
후덕한 모슬봉이 치마폭 인심이더라
송악산 엎딘 내력 등만 밟고 가더라
“또 옵서” 하지 않아도 모슬포가 그립다더라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섯이 있는 풍경 (0) | 2017.08.28 |
---|---|
곶자왈 숲길을 걷다 (0) | 2017.08.24 |
부레옥잠으로 여는 아침 (0) | 2017.08.17 |
나뭇잎에 새기는 여름 (0) | 2017.07.24 |
김순선 시집 '바람의 변명' (0) | 2017.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