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올 추석은 이웃도 돌아보고

김창집 2017. 10. 4. 00:22



여름이 끝나는 시점이라지만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날은 찾아왔다.

 

저 휴전선 너머에서

끊임없이 핵실험을 해대며

세상을 들썩이게 만드는 와중임에도

어쩔 수 없이 추석은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추석은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려니 하고

조상과 이웃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넘겼으면 좋겠다.

 

우리가 네 탓 내 탓하며 서로가 시샘한들

저들이 멈출 일도 아니고,

조금만 틀어지면 불바다 만들겠다 한 지 오랜데

이제 와서 요란 떤다고 나아지겠는가.

 

하여,

올 추석은 우리끼리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며 살아온 건 아닌지

조용히 되새겨보며,

흔들리는 이웃을 보살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석을 맞이하여 - 원영래

 

보라

저 벌판을 적시며 흐르는

황금빛 찬란한 풍요로운 물결을.

 

꽃샘추위와

모진 비바람

간단없이 찾아오는 병충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순간이

어디 한두 번이랴


마음 졸이며 지켜보아야 했던

태풍 그 험로를 건너

땀방울로 영그는 가을의 결실

농부의 마음 하늘도 감동하니

나비도 감히 범접하지는 못하더라.

 

가을볕은 따사롭고

들판을 흐르는 바람은 맑고 그윽하여

오곡백과는 저마다의 빛깔로 물들어

가을을 맞이하니

이 풍요로운 성찬을 준비한

농부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하느니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 가나니

백결선생의 방아타령으로 주리고 지친 마음 달래는

햇빛도 비껴가는 음습한 그늘 아래

쓸쓸히 처량한 한가위를 맞이하는 이웃은

둥근 보름달이 서럽고 원망스럽더라.

 

휘영청 보름달의 넉넉함과

무르익는 가을의 풍성함으로

나누는 기쁨이 함께하는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시기를

 


 

 

추석날 - 이남일

 

잘 이룬 차례상을 올리고

풍성하게 익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늘보다 높은 날

 

꿈을 못 이룬들 어떠랴.

조금 늦어진들 어떠랴.

꽃향기보다

언제나 꽃 피우는 시간은 길었다.

 

우리는 이루는 것보다

이루기 위해 살지 않았는가.

이룬 기쁨보다

땀 흘린 시간에 감사하는 날

 


 

 

어머니의 추석 - 오보영

 

아침부터 마을 어귀

내다보시며

 

아들 손주 며느리 기다리시다

 

긴 시간 막힌 길

뚫고 달려온

 

자식 등 다정하게 보듬으시며

 

그 먼 길 힘들게 뭐 하러 왔어

안 와도 느덜만 잘 살면 되지!”

 

대견함에 눈물 글썽이시던

울 어머니

 

이젠 보름 달 속에서

내려 보며 흐뭇한 미소지신다

 

언제나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자식들과 행복하게 더 잘 살라고.”

 

당부하며 인자하게 말씀하신다

 


 

 

추석과 어머니 - 박인걸

 

고향 인정은

밤송이처럼 여물고

어머니 모습은

맨드라미처럼 붉다.

 

마디 굵은 손으로

솔잎 섞어 빚은 송편

 

꽃 그릇에 담아

마을에 을 나를 때면

 

늘어 선 코스모스

다정하게 손 흔들 때

어둑한 신작로 위로

달이 따라오며 웃었다.

 

고향 온정이 섞인

불빛 노을이

어머니 추억을 뿌리며

아파트 지붕을 넘고 있다.

 


 

 

한가위 고향길 - 임영준

 

걸음마다 되새기게 되는

고향의 주름과

평생을 달고 살아야 하는

불효의 통증

 

지금까지 누린 것 중에

아직도 믿을 만한 것은

한결같은 보름달과

혈맥으로 이어진 끈뿐인가

 

그래도 어릴 적 포만했던

한 아름 추억은

뒷동산 무덤 곁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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