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작가' 통권58호의 시들(1)

김창집 2017. 9. 20. 07:14



백비 - 강덕환

 

어떠난

써넝헌디

눅졍

내불어시니게

 

오꼿

일려세와불자녕

 

---

*제주43평화기념관 들머리에는 정명(正名)을 기다리며 비석이 눕혀져 있다.

 


 

 

전홧줄이 뱅뱅 꼬였다 - 강봉수

 

관공서

전홧줄이 뱅뱅 꼬였다

 

너 거기 앉아서 뭐하냐

우리가 낸 세금으로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이건 또 뭔 냄새야

도대체 너희들은 뭐하는 놈들이야

졸바로 하란 말이야

덜커덕

 

관공서

전홧줄이 뱅뱅 꼬였다

빨리 안 받아

너희들 뭐하는 놈들이야

 

세금은 왜 해마다 팍팍 올리는 거야

벌지도 못하는데

세금 받아 니들 다 처먹고 있지

이렇게 해서 사람 살겠어

이민 떠나든지 해야지

에이 씨

 

관공서

전홧줄이 뱅뱅 꼬였다

 


 

 

세월호 의인(義人) 김동수를 위하여 - 김경훈

 

옳은 일을 옳다고 하는 것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하는 것

그것이 의()

 

목전의 죽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사람

그가 의인(義人)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헌신이 아니다

한 생명을 구하면 한 세계를 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겁한 우리의 영혼을 꾸짖는 것이다

 

의를 구현한 의인들

진흙 속에 피어난 연꽃 같이

우리 가슴에 깊이 각인 된다

 

그것은 어떤 상패보다 빛나고

그것은 어떤 훈장보다도 값지고

그것은 어떤 명예보다 귀하다

 

옳지 않은 일을 옳게 하는 것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는 일

그것이 의(), 그가 의인(義人)이다

   

 

 

낮달 - 김문택

 

보일 듯 말 듯

길 밖에 서 있다가

세상 곳곳에 박힌 어둠

야금야금 집어삼키려고

 

구름 뒤에 숨었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땅바닥을 짚어야

일어설 수 있음을 가르치려고

 


 

 

내 마음에 종이 울릴 때 - 김병택

 

울타리 밖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찾을 때

 

산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둔 친구들의

미풍 같은 소식을 들을 때

 

남은 생()의 들판에서

오늘의 노동을 끝내고

저 먼 곳의 불 켜진 방()을 보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올 때

 

정원의 나무들이 수줍게 웃으며

조금씩 물을 마시고

푸른 열매를 맺기 시작할 때

 

타인들이 내 안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수시로 창문이 가볍게 흔들릴 때

 


 

 

이게 나라다 - 김수열

 

  지난 512일 어느 포털 사이트에 세월호 선체 수색에서 사람 뼈로 추정되는 다수의 뼈로 추정되는 다수의 뼈가 발견 되었다는 기사와 관련하여 문변이라는 아이디로 댓글이 올라왔다

 

 ┕현철이, 영인이, 은화, 다윤이,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이영숙 씨.

  돌 때 새 명주실 놓을 걸, 한 달이라도 더 품을 걸 후회하며 엄마가 지옥에 갈 테니 부디 천국에 가라는 절절한 엄마의 마음을 담은 글을 보니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모두가 함께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하루 빨리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문변은 대통령 문재인의 아이디다

 


 

 

내가 설 자리 - 김순선

 

꿩 한 마리 높은 돌담 위에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다

 

흑진주 같은 버찌 사방에 흩어져

더러는 풀숲에서

초롱초롱 반짝이고

더러는 나무 밑에서

또록또록 눈알 굴릴 때

더러는 길가에

무참히 짓이겨져 있다

 

오고가는 사람들

무심한 발자국에

검붉은 피

낭자하다

 

차라리, 새 밥이 될 수 있다면

 

 

       * 제주작가2017년 가을호에서

           사진 : 올레 13코스에서 본 밭 풍경(201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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