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바람 속에 서서 - 강방영

김창집 2018. 4. 2. 09:11


바람 속에 서서 - 강방영

 

아부지! 삼춘! ! 아시!

가슴으로 날아온 총알, 흙으로 스며든 피,

아이들 이끌고 동굴로 숨었다가 캄캄한 어둠이 된 동네 사람들,

밤중에 붉게 타는 하늘, 화염으로 사라진 마을들, 바람이 피를 부르던 시절.


 

죽창 들고, 성담 쌓고, 삶의 뿌리를 지켜내자고

찌르고 찔리는 어두운 공포, 검은 재 구름이 하늘을 가리던 때,

넓은 들 물들였던 피, 쓰러지던 억울함, 가슴 속 응어리, 못다 외친 함성.

 

이제 새로 부는 바람은 그 울음 대신 울고, 파도는 그 억울함 바위를 때려라,

아득히 사라졌어도 꿈속 고향 마을에 살고 있는 아부지! 삼춘! ! 아시!

풀꽃 피는 올레 담에 그림자로, 뒷산을 떠나는 상여 노래로 떠들지만,

 

 

치유되지 못하는 상처, 남아서 속울음 울던 사람들도 늙어서 따라가는 하늘.

새봄 두르는 한라산은 다시 푸르고, 노루들 가는 길에 구절초 피우는 계절,

일어서는 억새꽃 물결, 새로 자라는 아이들이 달리는 들판,

 

저 들에 노래하는 새들, 익어가는 열매, 뜨겁던 가슴 속 불길도 환한 빛으로 비추고,

한숨 쉬는 섬 그리움의 파도 속에서 당신들 보내드리니

소망은 새로운 날개로 생명의 하늘로 날아 자유롭게 노래하시기를.



      * 사진 차례로 1. 바람 타는 나무   2. 섯알오름 학살터  3. 백조일손지묘 

                         4. 70주년  4.3 광화문 국민문화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