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더도 덜도 말고 올 한가위만 같아라

김창집 2018. 9. 24. 02:16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벌써 추석이 돌아왔다.

 

가난한 시절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때는

들판에 노랗게 익은 벼이삭만 봐도 풍년이라고 좋아했는데,

올 추석의 화제는 남북 평화회담과 백두산,

비핵화, 그리고 평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오랜 가뭄 때문에

빨리 가을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지더니,

그런 멋있는 회담을 연출하여

우리를 감동의 무대로 이끎으로써

무엇보다도 민족의 추석 선물로 내려준 셈이다.


올 추석은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식구와 친척끼리 서로 믿고 이끌어주면서

상처 주는 말은 피하고 보듬고 격려하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이웃을 외면하며 살고 있진 않는지

조용히 돌아보고 보살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며칠 전의 감동을 되새기며

그 간 북파, 서파, 그리고 서파에서 북파까지의 종주 등

세 차례 다녀온 백두산 사진 중에서

2011625일 사진을 중심으로 올려본다.

 

 

 

한가위에는 - 정심 김덕성

 

올 한가위에는

들녘의 알곡은 황금물결 치고

과일은 주렁주렁 맛나게 열리는

풍요의 마당이 되게 하소서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흩어졌던 동기들이 한자리 모여

감사하면서 맛난 음식 나누는

화목의 마당이 되게 하소서

 

보름달처럼 둥글어 모나지 않는

둥글둥글한 사랑으로 정을 나누며

믿음과 사랑과 소망으로 배려해 주는

사랑의 마당이 되게 하소서

 

아름다운 추억을 한 아름 안고

모두 기쁨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과속하지 않고 편히 귀성하는

즐거운 한가위 되게 하소서

 


 

한가위 밝은 달 - 심지향(상순)

 

청량한 갈바람에

하늘은 저만치

성큼 높아지고

참새 떼 조롱하던

한 아름

넉넉한 들녘

허수아비 마른기침도

고개 숙여 잠든 밤

은빛 너울 자락에

천지를 휘감아

포근히 감싸는

풍요로운 어머니 품속처럼

빈 가슴

가득 채웠다가

차면 비워낼 줄 아는

거룩한 성자(聖者)!

 

 

 

한가위만 같아라 - 야송 오승희

 

먹음직도 하여라

햇곡식 조물조물

 

송편이라 이름 놓고

가득히 소 채우니

 

앉은 자리 찰떡이라

담방담방 솔잎 깔고

 

임 맞을 채비하니

애모(愛慕)의 정 익어

 

속 보이는 욕심

해죽이 벌어진다

 

담장너머 달그림자

그리움도 한몫이라

 

옹골지게 차오르니

보암직도 하여라

 

 

 

한가위엔 연어가 된다 - 이승복

 

백여폭 병풍으로 산들이

둘러리서고 꽹과리 장구의

신명난 굿패 장단에 웃음꽃

피우며 손들을 잡았다

한가위 만월을 감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일상 등짐을 벗고서

놀았던 춤사위, 신명난 어깨춤으로

더덩실 춤을 춘다.

 

고향이 타향이 된 이들이

고향이 객지가 된 이들이

한가위엔 연어가 되어서

한 옛날 맴돌던 언저리서

술잔에 푸념을 타 마시며

거푸 잔을 돌린다

어색한 서울 말투가 낯설게

톡톡 튄다'치워라귀간지럽다'

잊을 만 하면 불나비 되어

고향지기를 찿아와 몸을 태운다

재가 되는 몸들이 벌겋게 변하다가

달빛 흠뻑 먹어 하얗게 익어간다

 

고향을 떠난 이는

외톨로 떠돌아 외롭고

남은 이는 다 떠나서 서럽단다

정들면 어디든 고향이라지만

미물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데

못내 가슴에 고향을 키우는 은빛 연어도

선영하(先瑩下) 어버이 발끝에 앉아

고향을 가슴에 심는다

눈에다 고향을 담는다.

   

 

 

추석날 - 이남일

 

잘 이룬 차례상을 올리고

풍성하게 익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늘보다 높은 날

 

꿈을 못 이룬들 어떠랴.

조금 늦어진들 어떠랴.

꽃향기보다

언제나 꽃 피우는 시간은 길었다.

 

우리는 이루는 것보다

이루기 위해 살지 않았는가.

이룬 기쁨보다

땀 흘린 시간에 감사하는 날

   

 

 

추석 명절에는 - 유상철

 

추석 명절에는 좀

뒤로 느긋이 물러앉아 보자

지나가는 바람에 손짓하고

앞서는 자동차를 웃음으로 보내주자

 

추석 명절에는 좀

눈을 길게 뜨고 둘러보자

조카놈들 키 큰 것도 보고

담 너머 과부댁과도 눈 한번 맞춰 보자

 

추석 명절에는 좀

얼큰하게 취해도 보자

주식으로 날린 돈은 잊어버리고

쥑일놈도 살려주기로 마음 먹자

 

그래서 추석 명절에는 좀

눈물을 쏟아 보자

텔레비전 전원을 뽑아내고

아버지 빛바랜 사진 앞에서 꺼억 꺽

울음 예배를 드리자.

   

 

 

추석 - 엄원용 

                          

꼭 제사를 지내야만 추석이더냐

퍼내도 퍼내도 부족함이 없는 저 밝은 달을 그릇마다 담아

형님 아우님 만나는 기쁨을 상마다 푸짐하게 차려놓고,

아들 손자 며느리 한 자리에 모여앉아

조상님 고마운 생각에, 대신 살아계신 부모님 정성껏 모시고

올해도 잘 익은 과일들처럼 자식들

무럭무럭 자라게 하시고, 향기 품어내게 하시고

우리 집 잘되고, 이웃이 잘되고, 이 나라 잘되라고 빌고 빌면,

그제야 오늘이 진정 추석날이지.  


 

 

추석 - 반기룡

 

길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 반가이 영접하고

황금물결 일렁이는 가을의 들녘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설레임이

밀물처럼 달려오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한동안 뜸했던 친구와 친지,친척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까르르 웃음짓는 희망과 기쁨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날이었으면 합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아

고향길이 아무리 멀고 힘들지라도

슬며시 옛 추억과 동심을 불러내어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의미 있고 소중한 추석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