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해년 설날 아침에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갈수록 녹록치 않은 날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설날 아침은 희망을 갖고 맞읍시다.
모든 행불행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좋은 일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년엔 여행복이 많아
새해 벽두부터 가족들과 함께 일본 시코쿠[四國],
4월엔 멀리 아프리카 남아공, 짐바브웨, 잠비아 등지,
10월엔 중국 계림, 양삭, 귀양까지 다녀왔습니다.
국내로는 6월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대구, 강원 나들이,
8월에 탐문회 워크숍으로 선유도와 그 주변,
9월에 가야지역과 3보사찰 등도 돌아보았습니다.
도내에서 한 것으로는
2017년 1월부터 시작해 제주올레를 걸으며 주 1회 신문 연재하는 일
올해 15~21코스와 부속 코스들까지 9월까지 무사히 마쳤고,
방송대에서 시행하는 오름 12기 강좌를 맡아 무사히 종강,
오름을 이용한 감성치료 개발팀과 더불어 활동을 끝냈고,
송당리 오름 답사코스 개발,
주 2회 오름 산행과 탐문회 도내 월례 답사 안내 완료 등등등,
참으로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입니다.
날마다 이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도
올해는 좋은 꿈꾸면서 행운도 얻고 건강을 지켜
여행도 많이 다니시기 바랍니다.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연하장 - 목필균
가속도 붙은 세월이 또 한 해를 건너가는데
송년회 술자리가 언제였는지
잊혀진 사람이 되어 있는 텅빈 집안에
날아든 연하장
새해에는
잃었던 건강 찾아서
평안함으로 열두 달을 살아가라는 덕담
익일특급이란 우편으로 도착했다
황금빛 돼지가 점프하는 그림 속으로
무딘 내 발이 펄쩍 뛰어본다
무거운 몸뚱이
짧은 네 다리로 뛰어오르는 황금돼지
그림 그리는 손끝 따라
묶여진 행동반경이 순간순간 넓어진다
♧ 설날 - 박인걸
거기에 누가 살기에
설이면 사람들은 달려가는가.
차(車)길이 사방으로 막혀도
기어이 가고야 마는가.
무엇에 홀린 듯이
하나같이 들뜬 기분으로
바리바리 싸들고
빨려들 듯이 그곳으로 가는가.
봉친(奉親) 효은(孝恩)때문일까
귀소본능(歸巢本能)때문일까
휴계(休溪)나 안식(安息)때문일까
전통 인습(因習)때문일까
아무것이라도 좋다.
설날은 너무나 즐겁다.
만나서 행복하고 보아서 기쁘다.
살붙이들을 만남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논리나 이치(理致)는 필요 없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괜찮다.
설날에 그곳에 가기만 하면
마음이 편해서 사람들은 가는 거다.
♧ 설날 - 정심 김덕성
가뭄에 단비 내려
냇가에는 연둣빛 감도는데
온 가족이 안전한 귀성길이 되었으면
부모님 찾아뵙고 세배 드리고
온 가족 모여 앉아 떡국에 먹으며
정을 쌓는 행복한 설이었으면
웃어른 찾아뵙고 세배 올리고
옛 친구만나 회포를 풀며 정 나누며
하늘은총 감사하는 설이었으면
뿌리 찾아 나눈 설
연륜으로 성숙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안전한 귀경길이 되게 하소서
♧ 설날아침 - 윤주영
식구들과
떡국을 먹던 설날아침
설음식상 위로 덕담들이 푸짐하게 오가는데
울타리 헐린 빈집처럼
등허리가 허전한 것은
세월이 움켜간
헐렁한 머리숱 때문도 아니고
뽀얀 국물,
평생 자신의 등골을 진국처럼 울쿼 낸
지금은 계시지 않는
어머니 같아서도 아니고
올챙이 적 꼬리를 끊고
달리던 열차를 쫒고 싶던
개구리의 오금을
이제는 하나 둘 버려야하는
그것들 때문인가
♧ 설날 아침에 - 동호 조남명
매년 오는 새해라도
새 마음으로 맞이하리
소망을 안고
꼭 이뤄야 할 일
마음에 담고 첫 아침을 맞으리
늘어난 만큼 나잇값을 해야 하고
제 나이 먹는 것만 알며
애들 머리 크는 것 모르면 안 되느니
핏줄들 모여 조상 기리고
둘러앉아 떡국 한 그릇
술 한 잔 나눌 수 있으니
그만하면 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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