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우리詩' 4월호의 시와 칠레 벽화

김창집 2019. 4. 18. 15:12


♧ 쥔장 요추협착증으로 3주간 입원

 

남미에 다녀온 후

정상적인 활동을 했는데,

5일 만에 디스크 계통인 요추협착증으로

3주간 입원하는 바람에

블로그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상태는 왼쪽 엉치가 쑤시고

그 다리 아래로 절리는 상태지만

통증이 많이 완화돼 조금 걸을 수도 있으며,

책상에도 조금 앉을 수 있습니다.

 

그간 제가 즐겨 보는 우리4월호(통권 제370)

와 있었네요.

 

오래 앉으면 안 될 것 같아

그 중 시 몇 편만 옮겨

남아메리카 여행 때 찍은

칠레 발파라이소 마을의 벽화 사진과

곁들여 올립니다.

   

 

 

권두시 : 봄 비 - 김소월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로라.

   

 


연필은 추억이다 - 洪海里


연필이 그리는 길을 가면

눈이 내리고

 

아이들이 나와서

눈 밟는 소리

 

무한 공간 뛰노는

발자국 소리

 

사각사각

뽀드득 뽀득

 

어느새 새벽하늘

동이 터오고

 

백지 가득 춤추는

푸른 학 떼여, 한 줄의 !

   

 

 

- 이산

 

부활절 종소리로

여울물 소리

상큼하고

 

청명한 하늘에

봄 내음

환하게 번지고

 

겨우내 예비한 벚꽃

서둘러

피었다 지고

   

 

 

사랑은 - 한인철


사랑은

사랑은 사랑이어야 하리

살며, 다 자란 사랑을 보았던가

 

내 어머니 품 말고는

신의 가슴에 살 뿐

사랑은 그래

 

아이가 자라 어느 날

만년에 이르는 인생처럼

사랑도 그래

 

지금에 이르러 온 길

산 너머 산이 몇 개

그때마다

 

몸 둘 바를 몰라 비틀거리다가도

! 꺾이지 않았음에

아침의 태양처럼 깨어났던 것처럼

 

삶의 살결 푸른 잎이

한낱 태풍에 낙엽이 될지라도

사랑은 그래

   

 

 

고목 - 김혜숙

 

밤낮으로 날아와 앉은

가지 끝 새의 두 다리에도

역사를 쓰고 또 쓰고

 

이젠 그도 나도 앉았다

무심히 일어설 때마다 뚝뚝

가지 부러지는 소리

 

무수한 날 천둥과 번개가 잔설 가지에

수시로 잦게 왔다 가고 있는 소리

 

 

 

겨울 산수유 - 나영애

 

열매만 남았네

붉은 빛

꽃처럼 아름다워 눈부신데

 

우듬지 끝마다 봉긋봉긋

갈색 옷 걸친 꽃봉오리

언제 밀어 올렸나

 

겨울 잠 반납했나

깜짝 햇살 움켜잡아

봄 키우느라

까칠하게 일어난 각질

 

겨울은 쉬는 것도

죽은 철도 아닌

말없이 허공의 일기장에

봄의 계획을 쓰는 시간이네  

 

 

설피 - 홍인우

 

가기는 가되

옹이처럼 깊이는 말고

 

섞이긴 하되

너무 닮지는 말자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며

천천히 나는

네 쪽으로 허물어져 꽃 피운다

   

 

 

링거 - 김종욱

 

흰 장미의 순결한 꽃잎은

팔을 침대 밑으로 늘어뜨린

미인의 손목처럼 하락하고 있다

박하꽃 향기 가득한

창밖으로 햇빛이 뭉개지는 정갈한 병실

그저 견디는 것뿐

티 없이 빛나는 투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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