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쥔장 요추협착증으로 3주간 입원
남미에 다녀온 후
정상적인 활동을 했는데,
5일 만에 디스크 계통인 요추협착증으로
근 3주간 입원하는 바람에
블로그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상태는 왼쪽 엉치가 쑤시고
그 다리 아래로 절리는 상태지만
통증이 많이 완화돼 조금 걸을 수도 있으며,
책상에도 조금 앉을 수 있습니다.
그간 제가 즐겨 보는 『우리詩』 4월호(통권 제370호)가
와 있었네요.
오래 앉으면 안 될 것 같아
그 중 시 몇 편만 옮겨
남아메리카 여행 때 찍은
칠레 발파라이소 마을의 벽화 사진과
곁들여 올립니다.
♧ 권두시 : 봄 비 - 김소월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로라.
♧ 연필은 추억이다 - 洪海里
연필이 그리는 길을 가면
눈이 내리고
아이들이 나와서
눈 밟는 소리
무한 공간 뛰노는
발자국 소리
사각사각
뽀드득 뽀득
어느새 새벽하늘
동이 터오고
백지 가득 춤추는
푸른 학 떼여, 한 줄의 詩여!
♧ 봄 - 이산
부활절 종소리로
여울물 소리
상큼하고
청명한 하늘에
봄 내음
환하게 번지고
겨우내 예비한 벚꽃
서둘러
피었다 지고
♧ 사랑은 - 한인철
사랑은
사랑은 사랑이어야 하리
살며, 다 자란 사랑을 보았던가
내 어머니 품 말고는
신의 가슴에 살 뿐
사랑은 그래
아이가 자라 어느 날
만년에 이르는 인생처럼
사랑도 그래
지금에 이르러 온 길
산 너머 산이 몇 개
그때마다
몸 둘 바를 몰라 비틀거리다가도
아! 꺾이지 않았음에
아침의 태양처럼 깨어났던 것처럼
삶의 살결 푸른 잎이
한낱 태풍에 낙엽이 될지라도
사랑은 그래
♧ 고목 - 김혜숙
밤낮으로 날아와 앉은
가지 끝 새의 두 다리에도
역사를 쓰고 또 쓰고
이젠 그도 나도 앉았다
무심히 일어설 때마다 뚝뚝
가지 부러지는 소리
무수한 날 천둥과 번개가 잔설 가지에
수시로 잦게 왔다 가고 있는 소리
♧ 겨울 산수유 - 나영애
열매만 남았네
붉은 빛
꽃처럼 아름다워 눈부신데
우듬지 끝마다 봉긋봉긋
갈색 옷 걸친 꽃봉오리
언제 밀어 올렸나
겨울 잠 반납했나
깜짝 햇살 움켜잡아
봄 키우느라
까칠하게 일어난 각질
겨울은 쉬는 것도
죽은 철도 아닌
말없이 허공의 일기장에
봄의 계획을 쓰는 시간이네
♧ 설피 - 홍인우
가기는 가되
옹이처럼 깊이는 말고
섞이긴 하되
너무 닮지는 말자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며
천천히 나는
네 쪽으로 허물어져 꽃 피운다
♧ 링거 - 김종욱
흰 장미의 순결한 꽃잎은
팔을 침대 밑으로 늘어뜨린
미인의 손목처럼 하락하고 있다
박하꽃 향기 가득한
창밖으로 햇빛이 뭉개지는 정갈한 병실
그저 견디는 것뿐
티 없이 빛나는 투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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