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김정숙 시 '봄 바이러스' 외

김창집 2020. 2. 25. 17:53

 

♧ 봄 바이러스

 

춘분을 하루 앞둔 밤

암호망이 털렸다

 

깜깜한 바탕화면에

펄펄 내리는 바이러스

 

연둣빛 기억장치가

꽁꽁 얼어 먹통이다

 

특수문자 섞어가며

이중 삼중 잠가놓고

 

서둘러 나온 매화가

씨방까지 얼붙어

 

일 년 또 공치겠구나

백치 같은

저 눈꽃!

 

 

 겨울 안부

 

언제 어디 어떻게

사느냐고 묻지 마세요

 

동백 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나무는 또 오래오래

꽃을 피울 테니까

 

질기게 흔들리다

떨어져 얻은 자유

 

밟히면 뽀득뽀득

더러 향 날 거에요

 

지금 막

피운 여기가

눈길이라도 좋아요

 

 

♧ 없는 듯이 살다가

 

산목련 지네, 지네

늘어지는

춤 사 위

 

나무와 나무 사이 없는 듯이 살다가

 

이 한 봄

맨 앞에 서서

꽃불 켜고 가시네

 

 

♧ 꽃분 품은 채로

 

동백꽃 죽어서

물 위에 한참 머무네

 

이슬을 머금은 채

노란 꽃분 품은 채

 

연못이 봄처럼 피어

속을 환히 비추네

 

                                        * 김정숙 시집『나뭇잎 비문』(책만드는 집, 2019)에서

 

 

 -코로나 바이러스19가 발을 묶어버려

  될 수 있으면 집에 있는 것이 속 편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1주일에 두 번씩 가는 오름 나들이

 

  밀폐된 자동차에 4~5인씩 타고 가

  자연 속을 헤집으며 돌아다니는 것은 좋은데

 

  다시 그 차로 돌아와 음식점에서 맛있는 거 먹고

  각자 헤어지는 순서다.

 

  위험하다고 이것마저 없으면

  정말 사는 재미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