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박얼서 시 '오늘이 일생이다'

김창집 2020. 2. 29. 09:56

*분홍광대나물

 

♧ 오늘이 일생이다 - 박얼서

 

어제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내일은 아직 열리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

오로지 오늘 뿐이다

현실에 충실할 이유다

어느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게 세월이었다

억만 년을 흐르고도

밤과 낮은 아무런 동요 없이

단 한 번의 고장도 없이

세월을 등 떠밀며

제 갈 길만을 고집한다

자아의 엄존마저도

정체 모를 시간의 흐름 앞에

오늘을 신음하며

어딘가로 회항하는 중이다

세상은 바보의 얼굴이다

울다가도 웃어야 하고

불의에 맞서 끝내는 이겨 놓고도

무릎 꿇어야하는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

세상은 왠지 억울함이다

모순의 잡음 속이다

오늘이 비록 조각구름이어도

하루는 늘 새로움이다

아무리 뒤쫓아도 붙잡지 못할

그 내일이라는 놈

맘껏 지껄일 수 있는 희망이다

그 무한 영속성 속에서

우리는 겨우

오늘과의 동행을 위해

그까짓 삼시세끼를

삶이라며

허락 받는다

나 오늘 산자로 남지 않았다면

절망도 없었을 터이다

고난이 반가운 이유다

분함도 억울함도 울분도

삶의 길 증표일 뿐이다

내일은 곧 망상일지니

그날을 결코 기대치 말라

최후인 양 오늘을 살라

사막이든, 만년설이든

가려거든 오늘 곧

그 머뭇거림에서 빠져나와

지금 곧 떠나라!

누군 창공 구름 속을 누비며

저들은 성난 파도에 맞서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부딪치고 아파하면서도

오늘이라는 그 길, 그 삶

결코 포기치 않나니

한 권의 일생 그 고집스러움을

집필치 않는 삶이 어딨으랴!

누군들 그 오늘이 아니랴!

 

 

                            *시 - 시사랑 시의 백과사전(http://www.poemlove.co.kr/)에서

                              *사진 - 분홍광대나물, 어제(2020.2.28) 뒤굽은이오름(후곡악).

 

 

 

-오늘은 4년만에 맞는 2월 29일

 코로나 19로 하루가 버거워 보이는 날들이 흐릅니다.

 

 어제는 자연 속 맑은 공기가 그리워

 오름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오름에서 할미꽃들을 볼 수 있었던 걸로 보아

 올 것 같지 않던 봄은 이미 와 있었습니다.

 

 한 20년 전부터 올랐던 오름에서 내려와 밭으로 들어섰는데

 광대나물 흰 꽃이 몇 개체 보이고

 걷다보니 이 분홍광대나물 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보아 하니 보랏빛 꽃 원래의 광대나물과

 흰 꽃 광대나물의 교배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 포기가 아니라 서너 군데서

 여러 포기가 섞여 있었습니다.

 

 오늘이 어렵다고 힘들어 하기보다는

 오늘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3월,

 날씨가 풀리면서 분명 코로나19도 풀리리라 확신해 봅니다.

 

 

*분홍광대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