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이 일생이다 - 박얼서
어제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내일은 아직 열리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
오로지 오늘 뿐이다
현실에 충실할 이유다
어느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게 세월이었다
억만 년을 흐르고도
밤과 낮은 아무런 동요 없이
단 한 번의 고장도 없이
세월을 등 떠밀며
제 갈 길만을 고집한다
자아의 엄존마저도
정체 모를 시간의 흐름 앞에
오늘을 신음하며
어딘가로 회항하는 중이다
세상은 바보의 얼굴이다
울다가도 웃어야 하고
불의에 맞서 끝내는 이겨 놓고도
무릎 꿇어야하는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
세상은 왠지 억울함이다
모순의 잡음 속이다
오늘이 비록 조각구름이어도
하루는 늘 새로움이다
아무리 뒤쫓아도 붙잡지 못할
그 내일이라는 놈
맘껏 지껄일 수 있는 희망이다
그 무한 영속성 속에서
우리는 겨우
오늘과의 동행을 위해
그까짓 삼시세끼를
삶이라며
허락 받는다
나 오늘 산자로 남지 않았다면
절망도 없었을 터이다
고난이 반가운 이유다
분함도 억울함도 울분도
삶의 길 증표일 뿐이다
내일은 곧 망상일지니
그날을 결코 기대치 말라
최후인 양 오늘을 살라
사막이든, 만년설이든
가려거든 오늘 곧
그 머뭇거림에서 빠져나와
지금 곧 떠나라!
누군 창공 구름 속을 누비며
저들은 성난 파도에 맞서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부딪치고 아파하면서도
오늘이라는 그 길, 그 삶
결코 포기치 않나니
한 권의 일생 그 고집스러움을
집필치 않는 삶이 어딨으랴!
누군들 그 오늘이 아니랴!
*시 - 시사랑 시의 백과사전(http://www.poemlove.co.kr/)에서
*사진 - 분홍광대나물, 어제(2020.2.28) 뒤굽은이오름(후곡악).
-오늘은 4년만에 맞는 2월 29일
코로나 19로 하루가 버거워 보이는 날들이 흐릅니다.
어제는 자연 속 맑은 공기가 그리워
오름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오름에서 할미꽃들을 볼 수 있었던 걸로 보아
올 것 같지 않던 봄은 이미 와 있었습니다.
한 20년 전부터 올랐던 오름에서 내려와 밭으로 들어섰는데
광대나물 흰 꽃이 몇 개체 보이고
걷다보니 이 분홍광대나물 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보아 하니 보랏빛 꽃 원래의 광대나물과
흰 꽃 광대나물의 교배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 포기가 아니라 서너 군데서
여러 포기가 섞여 있었습니다.
오늘이 어렵다고 힘들어 하기보다는
오늘을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3월,
날씨가 풀리면서 분명 코로나19도 풀리리라 확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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