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숲에 들다
짙푸른 나뭇잎들 풋풋한 서늘함에
쳐진 내 마음의 등뼈를 곧추세우고
지난 길 되새기는 걸음
내 발창이 뜨겁다
8부 능선 바라보는 둔덕에 올라서서
쨍한 햇살 받는 들꽃들 가슴팍에
벌 나비 멱 감는 것도
한참 동안 보았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키를 낮춘 나무들
그 의미 되새기듯 노루 컹컹 짖을 때
여름 산 젖은 이마에
밑줄 긋는 산비둘기
♧ 순례자의 꿈
돌담집 지붕 위로 녹슨 세월 불 밝히면
사상의 숲을 뚫고 고지에 올라보라
너와 나 귀 열고 앉아 속삭일 곳 있느냐.
찢긴 가슴 끌어안고 울다 지친 저 비둘기
의지의 눈을 뜨고 돌비를 쪼아대면
기어코 푸르게푸르게 돋아나는 들꽃들
산하여 내 산하여 숨죽인 곳 있느냐
돌이면 돌 물이면 물 입 다문 것 있느냐
끝없는 역류 속에서 빛을 삼킨 어둠어둠.
이 하늘 덮인 안개 바람에 걷혀지면
쇠북은 울리라 빙하도 풀리겠지
벽마저 무너지는 날 새 일기를 쓰리라.
*오영호 시집『귤나무와 막걸리』(정은출판, 2016) 등에서
--지난 일요일, 궁대악과 그 주변 오름엘 다녀왔다.
궁대악은 성산읍 금백조로 변에 있는 오름으로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오름이다.
생태공원이라 이름 하여 다른 오름과 다르다면
노루와 말똥가리 등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연을 들어본즉
사고를 당해 구조되었다가 회복한 후에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사단법인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의 협조로
여러 종류의 새를 볼 수 있도록 조류 관찰장을 마련하였고
아이들을 위해 야생동물 생태전시관도 운영 중에 있다.
노루는 잘 놀래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사슴처럼 길들여 공원 우리에 넣어 기르려고
여러 곳에서 순치사업을 벌였으나 실패했다는데
이곳의 것들은 부상당했던 것들이어서
먹이를 주면 가까이 다가서기도 한다.
현재 노루는 10여 마리 정도를
야외광장과 야생동물 관찰장에 놓아기르고 있는데,
오름이나 들판에서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달아나버려
보통 카메라로는 찍기가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가만가만 다가서면 찍을 수 있다.
그 눈을 바라보면 안타깝지만
하루빨리 완쾌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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