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김영란 시조 '표절' 외 5편

김창집 2020. 8. 27. 14:45

표절

 

한마디로

젊음은

뭐라 할 수 있을까?

 

단박에,

 

가을!

 

대답하는 딸아이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커피 그 갈등!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애매한 그 지점

 

결정 장애 있는 듯

길은 늘 두 갈래

 

젊음은

선택지 앞에

서 있는

가을이지

 

공항 커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떠나시라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날 무작정 차를 몰아 공항 대합실 찾아간다 설렘이란 가스로 애드벌룬 띄우고 알록달록 뽐내는 공항 패션에 캐리어, 탈출을 꿈꾸며 견뎌온 나날일까 혹, 어디서 날아와 꿈인 듯 사는 걸까 고치를 벗어난 나비 팔랑팔랑 날갯짓

 

  열심히 일해야 할 당신,

  돌아오라

  돌아오시라

 

멸치의 눈

 

제발 엄마,

이런 멸치 볶지 쫌 마세요

 

들던 수저 내리며 밥상머리 등 돌리곤

오늘도 일그러진 얼굴 울먹이는 딸아이

 

땡그랗게 노려보는 그 눈이 안 보여요

죽어서도 감지 못한 그 눈을 보라구요

 

물살에 파닥이던 목숨

쏘아보던 그 눈빛

 

바다의 휴식

 

내 허물을 덮고 누운 삭막하다 저 바다

하나둘 집어등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밤새껏 섬을 떠받든 수평선도 잠기고

 

모래사장에 무너지는 그 여름 수평선처럼

조강지처 품을 찾은 고깃배 귀항처럼

오래된 환상통 같은 바다가 앓고 있다

 

꽃들의 예비검속

    -코로나19

 

유채꽃 일생 위로

트랙터가 지나갔다

 

등뼈가 무너지고

혀가 잘려 나갔다

 

더 이상

최후변론은

필요치 않았다

 

가을 수평선

 

섬에선 계절조차 바다에서 오는지

풀벌레 더듬이가 한 발짝 당겨놓은

수평선 끝자락에서 벌써 단풍 드는 소리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하늘은

내 곁에 있네

 

외출 준비

막 끝낸

수척한

중년의 여인

 

립 라인 짙게 바르고 포토라인에 서 있네

 

 

          *시 : 김영란 시집 누군가 나를 열고 들여다볼 것 같은

                                  (시인동네 시인선 132, 2020)에서

                      *사진 : 2016. 8. 14. ‘천아숲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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