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절
한마디로
젊음은
뭐라 할 수 있을까?
단박에,
가을!
대답하는 딸아이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커피 그 갈등!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애매한 그 지점
결정 장애 있는 듯
길은 늘 두 갈래
젊음은
선택지 앞에
서 있는
가을이지
♧ 공항 커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떠나시라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날 무작정 차를 몰아 공항 대합실 찾아간다 설렘이란 가스로 애드벌룬 띄우고 알록달록 뽐내는 공항 패션에 캐리어, 탈출을 꿈꾸며 견뎌온 나날일까 혹, 어디서 날아와 꿈인 듯 사는 걸까 고치를 벗어난 나비 팔랑팔랑 날갯짓
열심히 일해야 할 당신,
돌아오라
돌아오시라
♧ 멸치의 눈
제발 엄마,
이런 멸치 볶지 쫌 마세요
들던 수저 내리며 밥상머리 등 돌리곤
오늘도 일그러진 얼굴 울먹이는 딸아이
땡그랗게 노려보는 그 눈이 안 보여요
죽어서도 감지 못한 그 눈을 보라구요
물살에 파닥이던 목숨
쏘아보던 그 눈빛
♧ 바다의 휴식
내 허물을 덮고 누운 삭막하다 저 바다
하나둘 집어등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밤새껏 섬을 떠받든 수평선도 잠기고
모래사장에 무너지는 그 여름 수평선처럼
조강지처 품을 찾은 고깃배 귀항처럼
오래된 환상통 같은 바다가 앓고 있다
♧ 꽃들의 예비검속
-코로나19
유채꽃 일생 위로
트랙터가 지나갔다
등뼈가 무너지고
혀가 잘려 나갔다
더 이상
최후변론은
필요치 않았다
♧ 가을 수평선
섬에선 계절조차 바다에서 오는지
풀벌레 더듬이가 한 발짝 당겨놓은
수평선 끝자락에서 벌써 단풍 드는 소리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하늘은
내 곁에 있네
외출 준비
막 끝낸
수척한
중년의 여인
립 라인 짙게 바르고 포토라인에 서 있네
*시 : 김영란 시집 『누군가 나를 열고 들여다볼 것 같은』
(시인동네 시인선 132, 2020)에서
*사진 : 2016. 8. 14. ‘천아숲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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