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갈 곳도 많다.
작년까지는 맞고 올해는 틀리다.
기를 쓰고 6대륙을 가본다고
작년에 마지막으로 남미를 다녀왔다.
누구는 올해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냐며
부러워하지만
진짜로 올해 코로나19로 갇히고 보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으로선
세상 좋다는 곳에 다 가볼 수는 없다.
이럴 땐 그림과 상상 만으로라도 즐기자고
TV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오늘 같이 덥고 습한 날은
알프스 설산(雪山)만 봐도 살 것 같다.
♧ 알프스로 간다 – 강희정
빨간 통 기차 톱니바퀴기어 기차를 타고 알프스를 오른다
산길을 오르다가 만나는 소 떼들의 목에서 흔드는 소 방울 소리
드넓은 초지위에 부는 바람 초지의 조용함
스위스의 양지바른 언덕에
집 한 채 있어 담장 안에서 키우는 화려한 꽃들이 담장너머 까지 화려하다
빨간 통 기차 천천히 해발 삼천 미터를 오른다
무 산소에 적응 하고 있는 검정 까마귀 떼
등산객의 커피한잔 마시려 주위를 맴돌고
산 정상에서 야호를 부르면
메아리마저 얼어붙어 돌아오지 않는다
알프스의 빙하
그 청정의 맑음
하여 나는 알프스로 간다
♧ 바람의 노래 - 문병란
어젯밤 알프스 넘어간 구름
오늘은 어느 항구에서
빈 술잔에 포도주를 채우는가.
방랑길에서
바람이 가르쳐 준 말은
인생은 맹세하지 말라는 것
머물지 않는 바람은
저만치 고개를 넘으며
내일 쉴 곳을 정해놓지 않는다.
오늘은 오늘의 술을 마시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국경이 없어도 외롭지 않은
바람은 유유히 손을 흔든다.
정 주지 마라
꿈을 버려라
미워하지 마라
미련을 남기지 마라
네가 앉았던 자리
네가 마셨던 잔
이제는 다른 사랑이 속삭이고
다른 잔을 마신다, 뒤돌아보지 마라.
바람이 앉았다 간 자리
오늘도, 작은 풀꽃 하나 흔들리고 있다
이름이 무어냐고 묻지 마라, 다짐하지마라.
♧ 에델바이스의 별빛 사랑 - 槿岩 유응교
하늘나라 싫증이 나서
지상의 나라
알프스의 정상으로 내려온
아름다운 여천사가
등산객의 추파 속에
시달림을 당하다가
하늘나라 오르면서
남겨놓은 추억이여!
별빛처럼 빛나는
추억하나 묻어두고
싱그럽게 불어오는
알프스 언덕마다
꿈과 사랑으로
오늘도 피어나니
그대여! 그대도 이 땅위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추억하나 남기고 가오.
아름다운 추억하나
간직하지 못한 사람은
재산이 없어 가난한 사람처럼
한없이 가난하리라
아름다운 비밀하나
가져보지 못한 사람도
한없이 가난하리라.
그대여!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대를 황홀하게 할 추억하나
지상에 남기고 가오.
♧ 깊고도 푸른 - 진경옥
어제는 샤모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몽블랑을 올랐고
오늘 다시 에어프랑스
조그만 창으로 알프스를 내려다본다
나폴레옹도 어느 장군도
함락할 수 없었던 눈 산
지상의 녹지 않는 얼음을 채워
누구의 발자국도 허락지 않는 처녀지
스키어들의 힘찬 스피드에도
금가지 않고 밟히지 않는
절대고독 하얀 순수
에어프랑스 조그만 창을 통해
바라보는 마음에도
설산 하나 찰랑거린다
태초의 새벽 같이
깊고도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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