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2022년 신년호 403호의 시(1)

김창집 2022. 1. 5. 00:36

 

나는 무엇인가? - 洪海里

 

건강보험료 납부 증명서를 떼어 보니

해당 없음이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증명합니다

 

납세증명서를 떼어 봐도

해당 없음이라고

도봉세무서장이 밝히고

 

이어 지방세 납세증명서를 떼어 봐도

해당 없음이라고

서울특별시 강북구청장이 증명을 해줍니다

 

나는 대한국민이긴 한 것인가

이러고도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가

 

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내가 그간 칡처럼 등나무처럼,

담쟁이덩굴처럼 살았나 봅니다

 

이제 칡과 등처럼 갈등하지 않고

차탈피탈 핑계 대지 않겠사오니

해량하시기 바랍니다

 

 

입추 권혁모

 

1

이 진한 녹음 속에

가을이 숨었겠지요?

 

어우러진 젊은 날

붓으로 지우다 보면

 

맨 처음 만났던 연지 빛

오려낼 수 있겠지요

 

2

나도 이젠 쓰르라미

푸른 노래 푸른 울음을

 

목청껏 들어올린

까치집만한 보금자리

 

먼 나라

어머니 생각

밤이 깊어 갑니다

 

 

만추산행晩秋山行 - 김영호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을 산

저 나무들의 황금몸은 어디서 왔을까

세상구원 그 사랑의 정신에서 왔으리라

저들의 거룩한 사랑의 꿈이

비바람 매를 맞아 더욱 강해지고

햇볕에 온유함으로 익고 익어

황금시가 되어 춤을 추는 것이네

 

나무의 마음이 내 몸 안으로 들어 와 황금시가 되고

나의 마음이 나무 몸 안으로 들어 가 황금시가 되네

나무 마음이 나의 마음을 품어 천국시를 쓰고

나무 몸이 나의 몸을 품어 천국몸을 빚어주네

 

깊은 가을 산 속

외롭지 않네

보고 싶던 내가 황금나무로 서서

시를 낭송하고 있으니

 

가을 산행은

내가 참나를 만나는 은혜의 역사이네

내가 참나를 만나는 은혜의 역사이네.

 

 

11월 억새 나병춘

 

11월은

가을과

겨울 사이

포도시 낀 달

 

꼿꼿이 허릴 버성거리지만

세찬 비비람에 어쩔 수 없어

허연 머리칼

눈꽃처럼 휘날린다

 

낀 세대라 깔보지 마라

억새는 죽을 때까지

억세게 살아

내년 봄을 기약하리

 

겨울이 깊을수록

텅 빈 뼈는 강말라

광야에서 목놓아 울리라

억새 피리소리

 

 

독도 주민 정옥임

 

두꺼운 물신 보 찢고

딴딴한 바위 보 풀어

삐죽이 난 새 돌부리

꿋꿋한 덧니가 자라서

 

새싹 힘찬 아기바위

강 엄마바위 아빠바위

지혜로운 어르신바위

울릉군 독도주민바위

 

솟대솟대솟대솟대솟대

바위바위바위바위바위

몽돌몽돌몽돌몽돌몽돌

첩첩첩첩첩첩첩첩첩첩

 

 

나목 이규홍

 

당신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어요

세상에 나와 입었던

두터운 옷

벗어 버리고

앙상한 가지

나 처음으로 돌아갈래요

신이 보는 앞에서

세상 끝날처럼

미련한 옷 다 벗고

고이 누웠다가

빈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 월간 우리2022년 신년호 403호에서

                        * 사진 : 나미브사막 데드블레이의 고목枯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