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더 그리울 때가 있다'(7)

김창집 2022. 8. 12. 00:28

 

한라산 둘레길

 

 

한라산 둘레길은

제주-목포뱃길 같다

길 따라 파도 따라 둘레둘레 둘레길

물 봉봉 억새의 물결

오름이냐 섬이냐

 

가도 가도 8부 능선 박음질 하듯 걷는 길

일제강점기 병참로 나도 따라 돌아들면

산노루 울음도 가끔 괭이질 소리로 들린다

 

이 땅에 누가 놓친 동전 한 닢 주워들 듯

그렇게 놓친 길을 주워든 가을 끝물

울어본 가슴만 골라 또 울리는 단풍아

   

 

 

구름 멱살

 

 

어젯밤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어떤 일 오늘 아침도 없었는데

서귀포 칠십리 벌판에 각시바위 올라섰네

 

이름에 홀렸을까

쌍바위에 홀렸을까

고해성사 할 때도 감춰뒀던 말들을

낱낱이 안다는 건가 그런 건가 아닌가

 

그런 건가 아닌가, 이 몹쓸 각시바위

맑디맑은 바다에 물고기가 노닌다고?

간간이 구름이 와서 멱살 잡다 가는 바위

 

 

 

집자리 별자리

 

 

대체 어느 곳으로 돌아가셨다하는 걸까

어머니 아버지 계신 가족묘지 한켠인가

고향산 국자로 걸린 북두칠성 한켠인가

 

별자리 돌아들 듯 돌아든 집자리들

어느덧 일곱 번째 거처마다 별 아닐까

한 생애 침점 친 길이 별의 길은 아닐까

 

대체 어느 곳으로 돌아가셨다하는 걸까

멀쩡한 사람 하나 어쩌자고 울려놓고

초저녁 마을 어귀에 서성대곤 하는 걸까

 

 

 

담뱃대더부살이

 

 

부정도 부정하면 긍정이 된다는데

서울의 섬 난지도야,

서울로 간 난지도야

버리고 버려진 섬에 돋아난 더부살이꽃

 

한 삽의 제주억새에 기어이 따라 나와

꽃이로되 꽃 아닌 척 향기마저 없는 척

야고의 또 다른 이름

담뱃대더부살이

 

누이야 서울의 밤,

미싱공 내 누이야

고향도 오래 뜨면 섬이 되지 않을까

억새에 억세게 기대,

한강의 불빛에 기대

 

 

 

새미소오름

 

 

아깝기사 가을 햇살 줘도 받지 않겠네

금억새 물결 따라 흘러든 섬의 안쪽

이 생엔 사랑 같은 거

다시 받지 않겠네

 

오름에 대못질하듯 박혀있는 십자가

나도

그리움도

그 위에 매어달면

네 죄는 네가 알렸다

삿대질하는 구름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더 그리울 때가 있다(황금알,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