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주산지를 그리는 하루

김창집 2022. 8. 20. 00:31

 

오늘처럼 푹푹 찌는 날은

시원한 나무 그림자 어리는

청송의 주산지를 생각하며

더위를 식힌다.

 

주산지의 물은 주산현(注山峴) 꼭대기 별바위에서

계곡을 따라 흘러흘러 주산지에 머물렀고,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300년쯤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이 물과 나무의 힘으로

오늘 하루 더위를 이겨 볼까나.

 

 

 

청송으로 가는 길 - 김종제

 

 

어느 날 네가 선 자리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낯선 삶에게

결별이라는 수갑으로

덜컥 손목 채우고

발목에는

안녕이라는 쇠고랑 채우고

아무도 모르게 그곳으로 떠나가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살아 숨쉬다가

죄라는 죄는 모두 다 저질러

청송이라는 땅으로

지나버린 시간을

문득 묻으러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거진 생의 수풀을

휘적휘적 헤치고 가다가

손으로 건드린 것들 참으로 많았고

길도 아닌 생을 걸어가다가

발로 차 버린 것들 억세게 많았으니

구불구불 주왕산 산길을 걸어 올라

주산지注山池 바라보면서

사랑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

뼈속 깊이 뉘우치라는 것이다

물속에 뿌리박고 서 있는

왕버드나무를 바라보며

그와 똑같이 반성의 자세로

삶을 다시 꺼내 반추해 보라는 것이다

물속 독방에 홀로 갇혀

찾아올 누구 없이

고요하게 적멸해 보라는 것이다

 

 

 

주산지의 왕버들 - 권영호

 

 

시간의 속도를 끊임없이 기억하는

주산지의 왕버들 모자들,

백 년 동안 서로의 발을 묶고 사는 30

외골수들이 모여 부동면이 된건 아닐까?

 

<,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한 편의 영화 출현으로 셀 수 없는

발걸음들 불러 모아 살랑살랑

온 몸 흔들어 길을 넓힌다

 

왕버들이 쉼없이 판 한우물, 주산지

한 계절이 알록달록 곱게 차려 입고

손 배웅을 하는 뒤편에서 알게 모르게

적막의 깊은 뿌리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애써 모른 척, 못 본 척 돌아선다

 

 

 

청송 주산지 - 靑山 손병흥

 

 

밤새 봄비가 내리다 그친 이른 아침나절

그리 가파르지 않은 경사길 올라 만나본

물속 잠긴 경이로운 향연 주산지 왕버들

 

흐릿한 하늘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

울창한 숲 우뚝 선 기암괴석과 함께 어우러져

푸르고 맑아 더욱더 깨끗한 아름다운 신선세계

경북 청송 부동에 위치한 사계절 신비로운 호수

 

신선의 본향으로 고즈넉한 태백산맥에 똬리 튼

속세 멀리하려는 듯 산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곳

산보하기가 좋은 몽환적인 분위기 천혜의 관광지

남쪽 바윗골에 자리 잡은 주왕산 국립공원 주산지

 

 

 

주왕산 - 제산 김대식

 

 

깊고 깊은 산골

산 너머 또 산

굽이굽이 산으로 덮인

사과 고추 유명한 고장 청송

 

주왕산 입구

기암이 우뚝 솟아

장승처럼 오는 산객 반긴다.

대전사 들러 부처님께 합장하고

잘 다듬어진 등산로로 산길을 오른다.

 

아기자기 우람한 산 멋있는 기암괴석

시원스레 흐르는 주방천을 따라

여기저기 시원한 굴속 같은 협곡길

넘어올 듯 기암절벽이 병풍이구나.

 

이렇게 시원스런 폭포를 보았는가.

이렇게 멋있는 폭포를 보았는가.

장쾌하고 시원한 굴속 같은 제일폭포

아름다운 선녀탕 제이 제삼폭포

그냥 흐르기 심심하여 휘돌아 흐른다.

 

산속엔 낡은 절 개울가에 절 있다.

산 깊숙이 햇볕 잘 드는 곳

아담스런 마을 있다.

평화스런 마을 있다.

 

주산지를 가보라

고요한 연못에 물속의 왕버들

조용히 머리 감고 다소곳이 서 있는데

원앙새 물오리들 조용히 떠다닌다.

물속에도 산 있고 하늘이 있다.

물속에도 왕버들 늘어져 있다.

 

달기약수 마셔보라

톡 쏘는 그 맛 신기한 그 맛

천연의 사이다가 땅속에서 솟는다.

 

 

 

나무가 사람에게 28 - 고광식

   -주산지(注山池) 버드나무

 

 

  시퍼런 물속이다.

  어느 해 봄 잠결에 떠돌던 내가

  주왕산 바위를 휘돌아 지금은 푸른 물 가득 찬

  주산지 속에 뿌리를 내렸다. 내 목숨이

  깊은 물에 수장되어 물 밖으로 반쯤 드러나 있다.

  왕이 되려다 꽃으로 피었다 한다. 주나라 재건을 꿈꾸다가 이 곳까지 쫓겨와 죽음을 맞은 주왕. 하늘로 치솟는 바위와 은밀한 굴속의 어둠이 산을 물어뜯고 있다. 계곡마다 밀착되어 꽃송이 후끈 피워 올리는 그 생명력에 그대들은 주왕산 가득 꽃잠 자는 전설을 깨우고 있다.

  그러나 보아라. 물속에 수장되어

  물관부의 뜨거운 몸부림으로 꽃 피우는 것을

  4월의 숨결처럼 둘러쳐진 바위틈으로

  끝없는 입속말에 귀기울이다가

  그대들은 눈뜨지만 사실은

  가파른 우리의 목숨들이 전설의 옷 짜는 것을

  산의 치맛자락을 들춰보며 그대들은

  사르락사르락 뿌리내린 우리를 닮기 위하여

  깊어 가는 욕망만큼 전설을 만들어낸다.

 

  우리들은 물위에서 가벼워진다. 하늘 끝으로 흩어지는 꽃향기가 낮게 낮게 산의 어깨를 문지르고 있다. 비가 내려 주산지 물 불어나도 우리의 꿈은 깊어 가는 물만큼 꽃송이 피워낸다. 주왕산 치솟는 바위마다 입속말 떠돌지만 꽃은 핀다. 시퍼런 물을 밟고 참을 수 없는 갈증으로. 살아야겠다.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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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년 된 저수지 주산지(注山池)에는 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 사진 : 청송 주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