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정인수 시집 '섬과 섬 사이'의 시조

김창집 2022. 8. 21. 00:01

 

섬과 섬 사이 3

   -다려도

 

 

파도가 넘나드는

아담한 섬 다려도

 

밭둑도 없는 섬에

원두막만 졸고 있다.

 

이따금 낚시꾼 배가

섬 해안을 가른다.

 

다려도를 보노라면

순이삼촌* 생각난다.

 

43의 대학살*

희생된 가족들로,

 

평생에 트라우마를

못 벗어난 옴팡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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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춘 : 작가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의 주인공.

*43의 대학살 : 대학살터 너븐숭이에는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있음.

*옴팡밭 : ‘순이삼촌 문학비가 있는 곳.

 

 

 

섬과 섬 사이 4

   -토끼섬

 

 

하도리 해변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

 

썰물 땐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작은 섬.

 

이 곳이 국내유일의

문주란 꽃 자생지라.

 

해마다 7, 8월엔

토끼섬에 가 보아라!

 

문주란 꽃으로만

온 섬이 덮였으니,

 

죽어서 관 없이 묻혀도

덜 서러울 토끼섬

 

 

 

섬과 섬 사이 9

    -썩은섬

 

 

조이통물 개울에서

서건도를 찾노라면,

 

너븐물 밀어내며

성터 하나 보이는데,

 

그 이름 썩은 것도 아닌

섬 속의 섬 썩은섬.

 

소문으로 유명해진

한국판 모세의 기적

 

진도 모도, 여수 사도,

무창포 해수욕장,

 

그리고 강정항 썩은섬이

갈라지는 바닷길.

 

 

 

섬과 섬 사이 11

   -가파도加波島

 

 

가오리 가파도엔

파도가 네 가지다.

 

봄에는 보리파도

한여름엔 구름파도

 

가을엔 억새파도 너머

수평선엔 구름파도

 

가파도의 4월은

청보리 축제의 달,

 

먹거리 즐길거리

흥겨운 시골축제,

 

청보리 파도길 걷다 보면

마라도도 끼어든다.

 

 

 

섬과 섬 사이 12

   -마라도馬羅島

 

 

고구마 마라도엔

나무도 없고 꽃도 없다.

 

내 고작 요걸 보러

삼천리를 달려왔나?

 

우뚝 선 국토최남단비

태평양을 등에 졌다.

 

한 맺힌 업저지가

머리 풀고 울고 있는

 

마라도 할망당은

비바리가 할망*이라.

 

억울한 희생본풀이에

억장이 다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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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 : 할머니의 제주어

 

 

                                            *정인수 시집 섬과 섬 사이(고요아침, 201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