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산림문학' 2022년 가을호의 시(2)

김창집 2022. 9. 29. 01:19

 

 

유임종

 

 

고장 없는 공기 청정기요

필터 없는 정수기요

하루 종일 돌아가는 가습기이다

 

형체 없는 산소통이요

샘솟지 않은 원천수요

전기 코드 없는 에어컨이다

 

꽃과 벌 나비 낙원이요

산새와 짐승들의 놀이터요

아무나 찾는 힐링 백화점이다

 

산은 숲이요

숲은 산의 밑천이요

자연인의 영원한 안식처이다

 

 

 

 

수목장樹木葬 - 이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전혀 다를 테니

그 때는 아주 다른 모습이 되어 만나자

 

저녁 빛이 퇴락한 몸이 외벽을 물들이는 사이

신성한 영혼만 방부한 채

수줍은 그믐처럼 아득해져 버리자

 

그래서, 그리하여 낯선 여정에 목말라

그늘 한 모금을 얻어 마시려고

구체관절 인형처럼 형체를 구부리고

숲으로 들어가서는 잠이 들고 말자

 

적막한 저 편에서는

빛이 들지 않아도 시간은 꽃을 피우고

물관 속으로 안개도 스며들 것이다

 

우리는 아주 없어지는 게 아니라

존재하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있을 뿐,

 

어제는 누군가가 영혼의 자유를 얻었으니

오늘은 떡갈나무 가지에서 새잎으로 돋아나자

 

 

 

 

고요를 깨운다 김수야

 

 

구름이 모였다가

사라지는 순간마다

 

풍경은 또 일어서서

산 하나 옮겨 놓고

 

바람은 올이 풀린 채

아는 척을 안하네

 

그 짧은 시간에도

애굽은 길 돌아보며

 

눈물도 고명이라

그 무슨 화답인지

 

한나절

우는 뻐꾸기

고요를 깨우는가

 

 

 

 

매미의 계절 김용채

 

 

  토굴 속 일곱 해가 너무 설워 우는 매미

 

  기기기기 우는 소리 소나무 숲 남방봄매미, 카라카라 카라잉 더운 칠월 애기봄매미, 기야기야 우는 녀석 갱갱봄매미, 칫칫치잇 우는 놈은 송진 빠는 소나무좀매미, 오오싱 츠쿠츠쿠 설워 우는 애매미에 민민민민 우는 놈은 민대가리 민민매미라

 

  소리는 서로 달라도 임을 좇는 여름날

 

 

 

 

나무들의 권리장전 주로진

 

 

지구별은

물 바람 공기와 동거하며

나무들과 인간이 공생하는 곳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를 희생하며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꽃 한 송이 피우기 전에

함부로 거세하지 말라

겨우내 품고 견뎌온 봄빛 꿈을

거세하지 말라

 

나무들에게도 사랑하며

번식할 권리가 있다

 

 

                                      *산림문학2022년 가을호(통권4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