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택배 - 김춘기
가을이
애월항 곁에 택배회사 차렸답니다
성산일출봉 아침 햇살 두 병, 우도 서빈백사 은물결 찰랑찰랑 세 양재기, 산양곶자왈 피톤치드 머금은 공기 되가웃, 월령포구 저녁 노을로 빚은 약주 한 주전자, 산방산 봉우리 시월 그믐밤 별밭 반 평, 백록담 아래 물수제비뜨는 달빛 세 접시, 가파도 해녀 할망 주름진 미소 한 보시기, 그리고 포장지에는 절물휴양림 은목서 향기 골고루 뿌려서 하늘로 보내드립니다
어머니
내일모레가 열 번째 기일이군요
♧ 동백 – 김향진
눈밭에 뚝뚝 떨군
설운 마음 이럴까
둥치에 두고 내린
그 사랑 이럴까
그래도 살자 살자고
세 번은 더 견디자고
♧ 낮달 – 김현실
바람 한줌 무게로 돌탑에 걸려있다
커가는 크기만큼 길어지는 그리움
썸타며 서성거리다 수척해진 그림자
♧ 소밥나무 - 김희운
-나, 죄 어수다*
얽히고설킨 칠십여 년
허공중에 뿌리 뻗어
눈보라 속 꽃과 열매
움켜쥐고 살다 보면
까맣던 무자년 냄새
온 봄마다
또 되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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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1. 17. 4․3 군사재판 재심판결 시 임창의 할머니 최후 진술.
♧ 봄밤 - 문경선
달빛 아래 연두가 곤하게 잠든 밤
고요를 고요하게 숨죽이며 걷는 밤
어둠도 꽃으로 귀향 꽃향기가 진한 밤
코로나 시대에도 별이 송송 뜨는 밤
얼어붙은 강들이 몸을 풀고 누운 밤
역경도 꽃으로 귀향 과즙을 꿈꾸는 밤
제집 찾아 제비가 처마 밑에 깃든 밤
생각의 새를 타고 긴 여행을 하는 밤
까르르 아가가 웃으며 꿈속에서 노는 밤
* 제주시조시인협회 간『제주시조』 2022년 통권 제31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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