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2022년 제31호의 시조(4)

김창집 2022. 12. 13. 00:44

 

 

가을 택배 - 김춘기

 

 

  가을이

  애월항 곁에 택배회사 차렸답니다

 

  성산일출봉 아침 햇살 두 병, 우도 서빈백사 은물결 찰랑찰랑 세 양재기, 산양곶자왈 피톤치드 머금은 공기 되가웃, 월령포구 저녁 노을로 빚은 약주 한 주전자, 산방산 봉우리 시월 그믐밤 별밭 반 평, 백록담 아래 물수제비뜨는 달빛 세 접시, 가파도 해녀 할망 주름진 미소 한 보시기, 그리고 포장지에는 절물휴양림 은목서 향기 골고루 뿌려서 하늘로 보내드립니다

 

  어머니

  내일모레가 열 번째 기일이군요

 

 

 

 

동백 김향진

 

 

눈밭에 뚝뚝 떨군

설운 마음 이럴까

 

둥치에 두고 내린

그 사랑 이럴까

 

그래도 살자 살자고

세 번은 더 견디자고

 

 

 

 

낮달 김현실

 

 

 

바람 한줌 무게로 돌탑에 걸려있다

 

커가는 크기만큼 길어지는 그리움

 

썸타며 서성거리다 수척해진 그림자

 

 

 

 

소밥나무 - 김희운

   -, 죄 어수다*

 

 

얽히고설킨 칠십여 년

허공중에 뿌리 뻗어

 

눈보라 속 꽃과 열매

움켜쥐고 살다 보면

 

까맣던 무자년 냄새

온 봄마다

또 되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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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1. 17. 43 군사재판 재심판결 시 임창의 할머니 최후 진술.

 

 

 

 

봄밤 - 문경선

 

 

달빛 아래 연두가 곤하게 잠든 밤

고요를 고요하게 숨죽이며 걷는 밤

어둠도 꽃으로 귀향 꽃향기가 진한 밤

 

코로나 시대에도 별이 송송 뜨는 밤

얼어붙은 강들이 몸을 풀고 누운 밤

역경도 꽃으로 귀향 과즙을 꿈꾸는 밤

 

제집 찾아 제비가 처마 밑에 깃든 밤

생각의 새를 타고 긴 여행을 하는 밤

까르르 아가가 웃으며 꿈속에서 노는 밤

 

 

                   * 제주시조시인협회 간제주시조2022년 통권 제31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