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애월문학' 2022년 제13호의 시(2)

김창집 2022. 12. 15. 01:27

*덩굴용담

 

기다려지는 꿈 김재훈

 

 

인적 없는 갯가에 얽매인지

수개월

이제나저제나

오시려는가

님 향한 그리움

온 몸으로 사무치는데

지난날이 그리워

함께 떠나고 싶다

꿈에서라도

 

 

*남오미자

 

여섯 개의 벽 김종호

 

 

육면체의

작은 독방에 유폐되어

너는 영원한 수인

 

누워서 날아다니는

다만 천정은 네 자유

그리움 너머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어머니 아버지

, 가난한 아내

손을 잡고

엉엉 울다가 온다

 

네 감옥에

사면赦免의 문이 있다

열면 열리고

열지 않으면

영영 열리지 않는

저 문은 견고하다

 

 

*애기사과

 

봄 동산에 흐르는 김창화

 

 

봄 동산엔 누가 가꿔주지 않아도

클로버 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그 옛날 동산에 앉아 보는

무지개 서리는 저 먼 해원 너머

피어오르는

흰 뭉게구름이 그림만 같았다

 

동산에서 클로버꽃목걸이를 주고받던

어릴 적 소꿉친구,

그 소녀 지금 어디서

나처럼 속절없이 늙어갈까

옛날도 이젠 너무 멀리 가버렸다

 

아른아른 솟는 까까머리동심

클로버 꽃 무성한 동산엔

아득히 가버린 것들이

여울지는 뻐꾹새 울음 타고

봄 하늘

새털구름마냥 한가로이 흐르는데.

 

 

*천남성 열매

 

어느 골총의 사연 김충림

 

 

바리메오름 서녘 초원

북녘으로 수평선 멀리 거침없는 시야

해안선 향한 옹기종기 마을들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 같은 풍광이 바라 뵈는 언덕바지

눈길이 가는 서른 평 양지바른 무덤 있네

 

잠드신 분, 살아서는 재물도 인심도 후덕했는지

봉분 산담도 실하게 쌓았는데

70여 년 버려진 세월 지나며

억새 가시덤불 잡목 우거지고

상석 동자석엔 파랗게 이끼가 감싸 덮고

검은 돌비석 글자마저 숨어버렸네

 

얼마나 오랜 세월 쓸쓸히 지내오나

찾아오고 돌봐주던 후손들

무자년 을축월 병오일에

살아보려고 숨어든 빌레못굴에서

온 가족이 처참히 죽어 절손 된

한 많은 사연만 전설처럼 전해오는

 

흉한 시운에 골총이 된 무덤 어찌 한둘일까

하소연할 곳 없는 슬픈 역사는 여전히 흐르는데

마소 떼만 주변 오가는

주인 없는 서러운 무덤을 보며

지나가는 산 나그네 가슴이 시리네

 

*줄사철 열매

 

개화를 늦추며 김태호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는데

목숨이 명치끝에 다다랐다

내 비록 작은 재주를 가져

힘써서 노래가 되고

시가 됨은

큰 즐거움이니

미숙한 꽃봉오리로 남아야겠다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애월문학회 간 涯月文學2022년 제13호에서

 

                            *사진 : 늦가을의 나무열매들

 

 

*말오줌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