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의 시(9)

김창집 2022. 12. 14. 01:09

 

꺾꽂이

 

 

이른 봄 볕바른 날

능수매화 향에 취해

늘어진 가지

싹둑 잘라

젖은 땅에 고이 꽂다

언제면

뿌리 내릴까

기다림이 먼저 싹트다

 

오늘따라 어머님이

왜 웃고 서 계실까

탯줄 잘라 품에 안을 때

매화만큼 아팠을까

일 년간

출생신고 미루며

멍울로 핀 조바심

 

 

 

낙화

 

 

목련처럼 수줍게 피고

벚꽃처럼

하르르 지자

 

아무리 그리워도

미련 따위 남길 거면

 

차라리

붉은 동백처럼

지고 말자

 

 

 

낚시

 

 

설렘이 미끼라면

기다림은 밑밥

놓친 것

아무리 커도

낚인 건

늘 아쉬움

 

남은 건

미련뿐인데

돌아보지도 않는

 

그리움

 

 

 

 

 

덜 삭은 내 시는

분화구에 고인

바람

 

詩心

노을처럼

바다에 숨은

파도

 

저 바람

바다에 닿으면

솟구치는 물보라

 

 

 

혼자일까

 

 

정류헌 난 혼자다

아니 늘 함께다

 

나 혼자 술 마시고

외롭게 밥 짓지만

 

감나문

소곤거리고

들꽃은

품에 안기고

 

 

             *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한그루, 20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