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꺾꽂이
이른 봄 볕바른 날
능수매화 향에 취해
늘어진 가지
싹둑 잘라
젖은 땅에 고이 꽂다
언제면
뿌리 내릴까
기다림이 먼저 싹트다
오늘따라 어머님이
왜 웃고 서 계실까
탯줄 잘라 품에 안을 때
매화만큼 아팠을까
일 년간
출생신고 미루며
멍울로 핀 조바심
♧ 낙화
목련처럼 수줍게 피고
벚꽃처럼
하르르 지자
아무리 그리워도
미련 따위 남길 거면
차라리
붉은 동백처럼
지고 말자
뚝
뚝
뚝
♧ 낚시
설렘이 미끼라면
기다림은 밑밥
놓친 것
아무리 커도
낚인 건
늘 아쉬움
남은 건
미련뿐인데
돌아보지도 않는
그리움
♧ 내 詩는
덜 삭은 내 시는
분화구에 고인
바람
詩心은
노을처럼
바다에 숨은
파도
저 바람
바다에 닿으면
솟구치는 물보라
♧ 혼자일까
정류헌 난 혼자다
아니 늘 함께다
나 혼자 술 마시고
외롭게 밥 짓지만
감나문
소곤거리고
들꽃은
품에 안기고
*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 (한그루, 202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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