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서귀포시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상잣성길(1)

김창집 2023. 5. 29. 04:59

*남조로변에 자리한 표지판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자연휴양림이 자리한 붉은오름은 표선면 가시리 산158번지로 남조로변에 있는 표고 569m, 둘레 3040m의 오름이다. 오름 자체는 휴양림 밖에 있으나 건강산책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오름 북쪽 길가에 통나무를 쌓아올린 것 같은 바탕에 멋진 글씨체로 써 붙인 안내판을 지나 진입로에 들어서면 왼쪽에 붉은병꽃나무, 오른쪽에 참꽃나무가 꽃을 피워 탐방객을 맞는다. 300m쯤 걸어간 곳에 주차장과 방문자센터가 자리 잡았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한라산 동쪽 제주시와 서귀포의 경계선 남쪽에 자리해 있다. 그래서 온대난대한대 수종이 다양하게 분포된 울창한 삼나무림과 해송림, 천연림 등의 자연경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다.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과 각종 편의시설, 그리고 쾌적한 쉼터를 마련하여 이용객들이 좀 더 편안하게 자연의 향기와 멋을 즐기도록 설계되었다.

 

  탐방 안내에 따르면 산림 휴양관숲속의 집등 숙소와 야영 데크를 갖추었고, 45인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도 마련했다. 생태 탐방코스로 상잣성 숲길’, ‘해맞이 숲길’, ‘무장애 나눔 숲길’, 건강산책 코스로는 붉은오름 정상 등반길이 있다.

 

*무장애나눔길과 입구가 같은 상잣성길

 

상잣성 숲길

 

  해송림을 시작으로 곳곳에 삼나무림이 조성되어 있다. 상잣성 숲길 출발점은 무장애 나눔 숲길과 겹치며 520m 지점부터 나뉜다. 전체 2.7km로 데크 로드와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는 길로 60분 정도 걸리며, ‘숲속의 집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데크로 되어 있는 부분

 

  ‘잣성이란 용어는 1970년대 제주지형도에 처음 등장했다는데, 옛 제주목장에 울타리로 쌓아있는 돌담을 말한다. 고려 원 간섭기에 시작된 목마(牧馬), 제주가 조선시대 이르러 최대의 말 공급지로 부각되면서 경작지까지 위협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고득종(高得宗)은 해안지대에서 백성들이 마음 놓고 경작할 수 있게 중산간에 경계용 돌담을 쌓을 것을 건의했다. 그렇게 쌓은 것이 하잣성이 되었고, 이후 말이 한라산 쪽 고지대로 넘어갈 수 없도록 쌓은 것은 상잣성이다. 그리고 가운데 돌담을 쌓아 효과적으로 말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중잣성인 셈이다.

 

  그렇게 쌓은 돌담은 대충 해발 150m250m에 하잣성, 350m400m에 중잣성, 450m600m에 상잣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각 소장과 소장 사이의 경계 돌담을 선잣(간잣)이라 했다. 지금 이곳에 남은 잣성은 정조 4(1780) 김영수 목사 때 쌓은 산마장(山馬場 : 침장, 상장, 녹산장) 중 상장의 잣성이라 한다. 제주도의 전통적 목축문화를 살필 수 있는 잘 보존된 잣성 유적에 속한다.

 

 

*입구에 핀 붉은병꽃

 

 

왕벚나무도 있어

 

  진입로에서 들어가 오른쪽으로 난 길은 데크로 되어 있다. 원래 데크는 습지를 관리하고 관찰하게 하기 위해 널빤지로 설치한 인공구조물을 말하는데, 규범에 맞는 표기는 이다. 이런 곳까지 데크를 설치한 것은 간벌한 삼나무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원래 곰솔 숲에 저절로 번진 나무들이 자라면서 이루어진 천연 숲이다. 때죽나무를 비롯하여 곰의말채나무, 왕쥐똥나무, 나도밤나무, 꾸지뽕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부지런히 나무를 살피며 걷는데 번쩍 눈에 띄는 명패가 있다. ‘왕벚나무.

 

  한 15년생쯤 되어 보이는데 꽃은 이미 졌고, 잎사귀는 이제야 벌어지는 중이다. 제주에는 봉개동과 남원읍 신례리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생지가 있고, 관음사와 오등동 자생지는 그냥 제주도 기념물이다. 그러면 이것은 어느 곳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분명히 새에 의해 전파되었을 터이고 보면, 어디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더 걸어보니 잎사귀와 열매가 작은 산개버찌나무나 섬개버찌나무들은 종종 보여도 왕벚나무는 안 보인다.

 

*남아 있는 상잣성

 

상잣성은 길게 못 봐

 

  520m지점에서 무장애 나눔 숲길과 갈리고부터 오른쪽으로 얼마 안 가 상잣성 옆으로 나란히 길이 나 있다. 겹담으로 단단히 쌓아진 돌담은 원래의 돌담인지 아니면 가라앉아 낮아졌는지, 위엔 덩굴식물이 오르고, 옆에 나무가 자라 시원한 사진은 찍을 수가 없다.

 

  나무로 간단히 만들어진 전망대에 오르면 잘 찍을 수가 있을까 하여, 마침 페인트 작업하는 분께 양해를 구해 올랐으나 마찬가지다. 오른 김에 멀리 보이는 물찻과 말찻오름만 찍고 내려왔다. 이곳에는 곰솔이 제법 많이 남아있고 수종도 다양하다. 비목나무, 참식나무, 산뽕나무도 보이고, 간혹 원종 목련도 보인다.

 

  다시 전망대가 나타나고 나서 길은 왼쪽으로 돌게 돼 있어 이제 상잣성과는 이별이다. 오른쪽에 삼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다. 길은 연못 옆으로 나오게 되어있는데, 때맞춰 흰 수련과 붉은 수련이 활짝 피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천진난만한 유치원 어린이들이 보인다. 모처럼 선생님을 따라 나와 이야기를 들으며 맑은 공기 아래 뛰노는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계속>

 
 
                    * 이 기사는 얼마 전 '뉴제주일보'에 실었던 필자의 글입니다.  
 
 

*유치원 선생님과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