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한남리 '머체왓숲길' 1코스

김창집 2023. 6. 8. 00:27

 

 

   ‘머체왓숲길은 서귀포시 한남동에 조성된 건강걷기 및 자연탐방 코스다. 5.16도로나 남조로에서 서성로로 들어서면 거의 중간쯤 서중천 옆 도로변에 머체왓숲길 방문객 지원센터가 자리했다.

 

  ‘머체돌이 엉기정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 ‘을 일컫는 제주어의 합성어로 이전에 그 주변에 있었던 머체왓이라는 동네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금도 지원센터 북쪽에는 머체오름(425.8m)’이 자리해 있다.

 

 

 

 

명품 도보여행 녹색길

 

 

   이 길은 2012년 한남리 주민들의 발의로 머체왓 일대의 목장과 곶자왈, 생태숲 등을 돌아오는 도보 여행길로 조성했다. 과거 주민들이 이용했던 옛길을 토대로 길이 약 6km, 너비 1.5m의 새 길을 만들어, 방문자센터를 기점으로 남원한남공동목장, 곶자왈, 머체왓 삼나무 숲길, 서중천 생태 숲길 등을 돌아오도록 한 것이다.

 

  이곳에는 탐방객 휴게실, 특산물 판매장, 주차장 등을 갖춘 방문자센터가 들어섰다. 그 이듬해에 옆 마을인 의귀리, 수망리와 더불어 하눌타리마을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의 하나로 마을 지역역량 강화와 소득증대 방안을 마련해 건강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산림청에서 정한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면서 우수상인 공존상을 수상했다.

 

  두 코스로 나누었는데, 1코스 머체왓 숲길은 안내센터에서 느쟁이왓 다리, 방애혹, 제밤낭 기원쉼터, 조록낭길, 전망대, 옛집터, 서중천 전망대(다리), 숲터널, 올리튼물, 연제비도를 돌아오는 6.7km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2코스 머체왓 소롱콧길은 안내센터에서 방사탑 쉼터, 움막 쉼터, 편백낭 쉼터, 소롱콧 옛길, 중잣성, 편백낭 치유의 숲, 오글레기도, 서중천 습지, 숲터널로 이어지며, 전망대(다리)부터는 1코스와 중복되는 6.3km,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그 외 남쪽에 3km의 서중천 탐방로가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한다.

 

 

 

 

오승철 시비 터무니 있다

 

 

   입구로 들어서서 한라봉을 들고 있는 돌하르방을 스치면 독특한 모형의 시비가 눈에 들어오는데, 오승철 시조시인의 시비 터무니 있다. 위미리 출신 오 시인은 43 때 잃어버린 마을 머체왓을 소재로 하여 터무니 있다라는 시를 써서 2014년에 오늘의 시조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남리 주민들과 서귀포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세운 시비이다.

 

  ‘홀연히/ 일생일획/ 긋고 간 별똥별처럼/ 한라산 머체골에/ 그런 올레 있었네/ 예순 해 비바람에도 삭지 않은 터무니 있네// 그해 겨울 하늘은/ 눈발이 아니었네/ 숨바꼭질 하는 사이/ 비잉 빙 잠자리비행기/ <43> 중산간 마을 삐라처럼 피는 찔레// 이제라도 자수하면 이승으로 다시 올까/ 할아버지 할머니 꽁꽁 숨은 무덤 몇 채/ 화덕에 또 둘러앉아/ 봄 꿩으로 우는 저녁’ - 오승철 터무니 있다전문

 

 

 

 

느쟁이왓다리와 방애혹

 

 

   숲길 입구에 들어서서 눈앞을 보니, 서쪽 넙거리오름 너머로 한라산이 느긋이 앉아 있다. 출발지점은 목장지대지만 얼마 없어 소나무 숲길과 잡목림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생뚱맞게 저류지 둘레를 돌게 되어 있다.

 

   저류지를 지나 왼쪽 숲길로 들어서 느쟁이왓다리를 지나면, 평범한 제주의 숲길을 만난다. 이쪽의 숲을 보면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그 사이에 상록수 무리들인 참식나무, 생달나무, 새덕이, 가시나무 등속과 구실잣밤나무, 조록나무, 사스레피나무, 동백나무 등이 섞였다. 이어 방애혹이라는 안내판이 있어 읽어보니, ‘화전농사를 지었던 곳으로 산굼부리처럼 안쪽이 움푹 들어간 형태가 방애를 찧는 절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

 

 

 

제밤낭 기원쉼터와 조록낭길

 

 

   그곳을 지나면서부터는 가끔씩 하늘이 열리고 활엽수들이 어느새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층층나무나 곰의말채 같은 큰 잎을 가진 것에서부터 때죽나무, 서어나무 같은 잎이 작은 나무나 말오줌때와 산벚나무, 꾸지뽕나무 들이 간혹 얼굴을 내민다.  제밤낭은 구실잣밤나무의 제주명인데, 이곳 서중천변을 비롯한 산남의 하천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고, 주변 오름 정상부에도 나이가 든 거목들이 많다. 수령 2백년이나 되었을까? 뿌리가 더러 드러난 구실잣밤나무 아래로 작은 돌무더기가 있었는데, 그곳이 기원쉼터라고 한다.

 

  다음에 조롱낭길이 이어지는데, 조롱낭은 조록나무의 제주명이다. 조록나무는 따뜻한 섬 지역에 퍼져 있는 나무로 키 20m, 지름 1m까지 자라며 질이 단단하여 옛날 초가집 기둥으로 많이 쓰였고, 조선시대 건물인 제주향교와 연북정의 기둥도 이 나무라고 한다. 제주시 영평동에 키 약 20m, 둘레 4m, 수령 400년이나 되는 고목이 있는데, 제주기념물 제21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전망대와 머체왓 옛집터

 

 

   거기서 목장길로 나와 한창 피어 있는 제주참꽃을 보며 걷는다. 숲길을 조성할 때 심은 것으로 제법 많이 자랐다. 한참 후 냇가 숲으로 들어갔다가 목장길로 걸어 나오니, 팽나무 한 그루를 의지하여 평상처럼 만든 전망대가 나타난다. 높은 곳이 아닌데도 시원하고 환히 트였다. 다시 목초 밭을 지나 편백 숲길을 걸어 도착한 곳이 머체왓 옛 집터다.

 

   삼나무 아래 참식나무와 관중 같은 고사리류가 자라서 돌담의 윤곽이 확연하지 않다. 예전에 목축업을 하던 문씨, 김씨, 현씨 등이 동네를 이루고 살다가 43 당시 소개된 후 복귀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왔던 팽나무는 태풍에 쓰러져 썩어가고, 그 뒤를 이은 작은 나무가 그걸 지켜보고 섰다. 뭔가 측은한 생각이 들어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조롱곳 숲길로 나갔다. 거기서부터는 조롱곳길 후반부와 코스가 겹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