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천 탐방로는 머체왓 숲길과 연계되어 있다. 머체왓 숲길과 소롱콧길의 축을 이루는 서중천을 따라 한남마을 위쪽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다. 출발점은 마을 위쪽 고남물교. 냇가를 따라 용소, 제한이곱지궤, 절도/절터, 용암바위 등을 거쳐 머체왓 안내센터까지 이르는 총 연장 3km의 생태․문화 탐방로로, 종주하는 데만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 서중천을 따라서
서성로 810번길은 한남마을의 중산간동로와 서성로를 잇는 도로다. 이 도로와 서중천이 만나는 지점엔 ‘고남물교’라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그 남쪽에 한남리 마을지도를 포함한 탐방로, 한남7경 등 여러 가지 안내판을 세웠다.
안내판 ‘한라산 너머 남촌 건강보따리 마을’이란 부제가 붙은 마을소개에는 ‘마을 면적 총 3,327ha의 87%가 임야이며, 광활한 초원과 수려한 산림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감귤농사 및 축산업, 생태 녹색관광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곱게 피어난 마삭줄 꽃을 보면서, 다리 동쪽 옆으로 나 있는 탐방로로 들어선다. 길은 줄곧 서중천 동쪽 냇가를 따라 이어져 있다.
□ 서중천의 유래
안내판에는 서중천 옆에 ‘내창’이라고 덧붙여 놓았다. ‘내창’이란 ‘내를 이루는 골짜기’를 뜻하는 제주어다. 개천이나 하천 따위를 가리키는 말이나, 땅이름과 더불어 쓰일 때는 ‘내’로만 쓰인다.
서중천은 해발 1280m 흙붉은오름 분화구에서 발원한 후 여러 갈래의 줄기가 모여 본류를 이룬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화등지천(火等枝川)’, 「탐라지」에는 ‘부등지천(不等枝川)’이라 했다. 이는 고유어 ‘브등지내’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보이며, 한남리의 옛 이름 ‘화등촌(火等村)’에서 유래했다. 지금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남원읍을 ‘서중면(西中面)’이라 했는데,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중천 지질의 특성은 하폭이 좁고 하천 바닥 특수성이 큰 현무암과 기암절벽으로 형성되어 있어 용암층 밑으로 지하수가 흐르는 건천이라는 데 있다.
□ 용수와 제한이곱지궤
얼마 안 가 ‘용소(龍沼)’라고 써 붙인 곳을 들여다보니, 비교적 넓고 깊게 물이 고여 있다. 우리나라 지명에 보통 ‘용이 살았음직한 깊고 그윽한 웅덩이’를 ‘용소’라 하는데, 국어사전에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에 깊게 패어 있는 웅덩이’라 나와 있다. 깊게 패여 양쪽 숲이 물에 내비치는 것이 용에 관한 전설 하나쯤은 담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거기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제한이곱지궤’가 나온다. ‘궤’는 ‘암반으로 굴이 형성되어 비나 바람을 피할 정도로 크고 깊게 형성된 굴’을 뜻하는 제주어다. 한남리 경내에서 가장 넓고 큰 궤로, 진입로는 인위적으로 계단을 설치한 것처럼 보인다. 안내판에는 ‘4•3사건 당시 이곳에 대피해 있던 사람들의 인명 피해가 많았던 곳이며, 지금은 무속인이 가끔 찾아 기도처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써 놓았다.
□ 절도 또는 절터
서중천 탐방로 중 유일하게 하천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나 있는데, 속칭 ‘절도’ 또는 ‘절터’라 부르는 곳이다. 글자 그대로 ‘절 입구 또는 절이 있던 곳’이다. 시멘트 포장길로 내를 건너게 되어 있고, 서쪽으로 나가는 길은 그 높이만큼 패였다.
오른편에 둥그렇고 평평한 땅이 있는데, 지금은 나무가 울창하고 낙엽이 쌓여 확실한 절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집이 있었다면 조그만 암자 정도 자리할 곳인데 큰물이 지면 범람할 수도 있겠다. 그보다 내를 건너 서쪽에는 절이 앉았을 법한 곳이 많다.
안내판에 ‘기왓장, 깎은 돌 등 흔적이 있고, 고려시대에 있던 절로 추정되며 조선시대 척불숭유정책에 의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고 있는데, 발굴조사를 해서 정확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 서중천의 식생
냇가 양쪽을 채우고 있는 나무는 구실잣밤나무다. 난대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인데, 산남의 하천에는 온통 이 나무라 할 정도로 많이 분포한다. 바람의 힘이나 새에 의해 퍼지는 나무와 달리, 작은 열매가 냇물을 따라 이동하여 착생•번식하는 경우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이 조록나무인데 머체왓숲길 편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어 생략한다. 그 외의 상록수로는 사스레피나무와 동백, 생달나무 등이다. 사이사이에 보이는 낙엽활엽수는 참꽃나무와 자귀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등이다. 또 다른 데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새나무가 있다. 모새나무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로 줄기가 특이하다. 흑산도 이남의 도서지방과 제주도 표고 600m이하의 양지에 서식하며, 열매는 과실로 식용한다. 특이한 성분이 있어 과거 한약재로도 쓰였다.
□ 용암제방과 새끼줄용암
화산에서 나온 용암은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된다. 제주에서는 주로 하천을 따라 흘렀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굳어져 바위가 되고, 다시 그 위로 물이 세차게 흐르면서 깨지기도 하고 깎이기도 한다. 냇가를 다니다 보면 용암이 흐르다 굳어진 것 같은 모습이 보이는데, 이를 흔히 ‘새끼줄 구조’ 또는 ‘새끼줄 용암’이라 한다. 이는 유동하는 용암의 표면에 생긴 주름으로 용암의 표면에 새끼줄을 평면상으로 감아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의 구조여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따라서 흘러가던 용암이 벽면에 달라붙거나 바닥이나 상부 표면을 흐르는 동안 녹아 깎여나가면서 선반이나 탁자 모양으로 굳어진 것을 ‘용암선반’, 바닥에 나타나는 그런 구조를 ‘용암제방’이라 한다. 이곳 용암지대에서 나오면 바로 고사리축제장으로 이용하는 출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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