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바다를 향해 피어난 해국

김창집 2006. 10. 23. 00:55

 

 

♣ 그리고 보니 오늘이 상강(霜降)

 

 상강은 24절기 중 열여덟 번째 절기로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의 절기이며, 음력은 9월, 양력으로는 10월 23, 24일께가 된다. 태양의 황경이 210도 되는 때이다. 이때에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므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옛날의 중국사람들은 상강으로부터 입동 사이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세분하여 초후(初候)에는 승냥이가 산 짐승을 잡고, 중후(中候)에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며, 말후(末候)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다고 하였다.

 

 말후에 가서 벌레가 이미 겨울잠에 들어간다고 한 것으로 보아 계절적으로 추울 때이다. 이는 농경 시필기(始畢期)와도 관련된다. 봄에 씨뿌리고 여름에 가꾸어서 가을에 거두어 겨울을 나는 것이 농본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인 것처럼, 9월 들어 시작된 추수는 상강 무렵이면 마무리가 된다.

 

 

 '농가월령가'도 9월령에서는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마침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로 율동감 있게 바쁜 농촌생활을 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기술의 개량으로 이러한 행사들이 모두 한 절기 정도 빨라지고 있다.

 

 어제 삭일을 마치고 비가 오는 중에도 너무 허전하여 해국(海菊)을 찾아 성산으로 떠났다. 온평 해안도로에 갔는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사진 찍기가 어려웠고 오랫동안의 가뭄으로 꽃은 이미 종말로 치닫고 있었다. 바람을 피하며 어렵사리 사진에 바다를 끼워 넣으려 하다보니,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괜찮다 싶으면 바다가 기울어졌고 꽃이 늙어버렸다. 아직도 싱싱한 것이 있는 종달리에서 찍은 것 중 몇 컷 내보낸다.    

 

 

 

♧ 해국(海菊)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해변국이라고도 한다. 바닷가에서 자라는데, 줄기는 다소 목질화 하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비스듬히 자라서 높이 30∼60cm로 된다. 잎은 어긋나지만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으로 밑에서는 모여나며 두껍다. 양면에 털이 빽빽이 나서 희게 보이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톱니가 약간 있으며 주걱 모양이다.

 

 꽃은 7∼11월에 피고 연한 보라빛 또는 흰색이며 가지 끝에 두화(頭花)가 달린다. 총포는 반구형이며 포조각은 털이 있고 3줄로 배열한다. 열매는 11월에 성숙하고 관모는 갈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이남에서 제주도까지 분포한다. (네이버 백과에서 뽑음)

 

 

 

♣ 상강(霜降) 즈음 - 곽진구
 
나무도 할 말이 있을 때가 있다
평생 입 꼭 다물고 답답히 살 수 있으랴!
그래서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하는 말

 

나는 내 열매와 잎을 버릴 테니
너는 무엇을 버릴 테냐?

 

나무여,
산에 올라 너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텅 빈 가을 하늘처럼
너의 몸이 가벼워
쓸쓸히는 한없이 좋구나

 

그러나 가난하고 실업한 나는
버릴 게 없어 너에게 미안하고
가진 게 없어 그것도 미안하구나
오늘도 미안,
어쩌면 내일도 미안하구나
 

 

 

♣ 상강(霜降) 무렵 - 정군수

 

내 젊은 날의 서리는
독살스런 얼굴로 초가지붕을 덮었고
지붕보다 더 높은 곳의 나무들을
허무하게 무너뜨렸다
작은 나의 뜰
어린 꾳봉오리를 무참하게 꺾어버렸다
가을의 절망을 모아다 불태우며
그 서리보다 더 매운 서리가 되어
거만한 오기로 세상을 덮고 싶었던 나
번뜩이는 빛 한 번 밝혀보지 못하고
지명(知命)의 고개를 넘어
고운 단풍 반짝이는 상강무렵
나의 머리는 정말 서리가 되어
세월을 이기고
강물에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내가 바라던 거만한 오기는
강 저편에다 모래성을 쌓아 놓고
물 따라 흘러가고
나는 찬 강물에 발을 적시며
상강의 머리를 비워내고 있었다
투명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가벼워지는 나를
빗질하고 있었다


 

 

 

♣ 상강(霜降) 무렵 - 김남극

 

고개를 오를 때는 옴죽거리는 안개가 길가에 늘어서서
복숭아뼈께가 간질거렸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길이 확 열렸다

마구 치댄 걸레 같은 낙엽들이 배수로로 쫓겨나 오종종 모여
새벽에 내린 서리를 걷어내려
등짝을 햇살 쪽으로 굽혀 둘둘 말고 엎드렸다

 

고갯마루를 내려오니
배추와 알타리무가 백발이 창창한 노인들처럼 일렬로 줄을 맞춰 서서
산마루까지 온 겨울 빛을 걷어내려 낑낑대며
박자 맞추어 가을을 오래도록 끌고 가고 있다
밭고랑에 남은 끌려간 가을 흔적이 서리에 덮여
그 굴곡만 남았다

 

길가 구절초 쑥부쟁이는 씩씩하게 여전히
종일 몇 안 되는 행인의 체온이라도 붙잡아 배를 덮었는지
뽀송뽀송한 꽃잎들이 탱탱하다

 

꽃 쑥쑥 구불구불 핀 길로 할머니 동네 잔치 보러 가는지
이마가 허리보다 낮아 삼배하는 보살처럼 길을 나섰다
오래된 옥양목 빛 소매가 잠깐 반짝한다

 

중천에 올랐다

 

 

 

♣ 상강(霜降) - 김연대


출근길의 코트 속으로 바람이 기어든다
어느 하늘 한 뭉치가 빠져나갔나
저절로 쳐다보이는 텅빈 하늘

내 가슴보다 더 비어 있어
빈 하늘이 내게로 달려온다
달려와선 내 가슴을
저가 차지하고 만다

 

쥐꼬리만큼 빌려쓰고...

 

내가 사정 쪼로 바라보면
하늘은 입 싹 닦고 모른 체한다.


 

 

♬ 명상곡 - 동다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