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제14회 4. 3 문학기행(1)

김창집 2007. 4. 25. 06:40

 

 

 4.3 평화공원 앞에서 참배를 기다리고 있는 참가자들

 

▲ 2007년 4월 14일 토요일 맑음

 

 제주 4·3 59주년 제14회 4·3 문학예술축전의 일환으로 실시된 문학기행에 참가했다. 오후 5시에 탐문회 행사가 있지만 4시경에 돌아올 수 있다는 바람에 무리해서 갔다가 결과적으로 저녁 행사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후회 없는 답사였다.   

 

 '돌아오라! 바람 속에, 파도 속에 잠긴 이름이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실시된 이번 기행은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가 주최하고 (사)제주작가회의가 주관,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행사이다. 장소는 서귀포시 성산읍 '터진목'을 중심으로 한 제주동부지역 일대로 잡았다.

 

 9시 반. 출발지점인 신산공원 해원방사탑 앞에 모인 회원들을 포함한 70여명의 참가자 중에는 어린이로부터 80에 가까운 아저씨들까지 다양했다. 2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탄 일행은 먼저 참배를 위해 4·3 평화공원으로 갔다. 1호차의 안내는 전 4·3연구소 사무처장이었던 시인 오승국 회원, 2호차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전문위원인 시인 강덕환 회원이다.

 

 

  4.3 평화공원의 주상징물

 

▲ 안내문 - 기행을 떠나면서

 

 제주작가회의가 매년 치르는 4·3문학제의 중요 행사의 하나인 4·3문학기행은 4·3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 땅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현장을 찾아 작가와 독자들이 함께 순례하며, 이 땅의 화합과 평화를 소망하는 시간이다.

 

 올해 4·3 문학기행은 제주동부지역의 중산간과 바닷가 산재한 4·3유적지를 돌아보면서 4·3의 비극적 역사와 이 섬에 휘몰아쳤던 광풍(狂風)의 실체를 체감해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문학기행은 주 답사지로 선택한 성산포 '터진목'과 '우뭇개동산'은 제주의 관광명소 중에서도 첫 손에 꼽는 성산일출봉의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경관이 아름다운 장소로 인식되고 있을 뿐,

 

 그곳에서 벌어진 처참한 살육과 그 살육의 광풍 속에서 숨져간 영령들의 원통한 넋이 지금도 바람 속에, 파도 속에 잠겨 구천(九天)을 떠돌고 있는 비극적 역사의 현장임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매우 무섭고 안타깝게 한다. 우리가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섬, 제주에는 섬의 곳곳마다 숙연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어루만져 주어야 할 상처들이 산재해 있다.

 

 제주작가회의는 역사는 되새김질하는 것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는 문학적 명제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서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 왔으며, 그 과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전력해왔다. 그리고 이 사명을 완성시키는 우리의 문학적 여정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다.

 

 살붙이, 피붙이 생명들이 붉은 동백보다 더 붉게 졌던 4월 앞에서,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힌 역사적 교훈 앞에서, 우리 모두가 쉬 드러낼 수 없었던 고통과 회한을 거울 삼고 이 땅에 뿌려졌던 피와 눈물을 밑거름으로 섬의 깊은 상처가 봉합되고, 해원(解寃)과 상생(相生)의 한마당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4.3 평화공원 참배를 위해 위령실로 가는 참가자들

 

▲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4·3사건 발발 이후 50여 년 간 해원 되지 못한 희생자의 넋을 위령하고 유족 및 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달래는 평화·인권을 상징하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제주특별자치도민들의 염원과 4·3특별법 제정취지인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하고자 하려는 목적으로 제주시 봉개동 산 53-5번지 외 4필지 12만평의 부지 위에 총사업비 592억 원을 들여 2001년부터 시작하여 200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내용은 위령탑, 위령 제단, 추념 광장, 4·3사료관 등이다. 단계별 추진 계획을 보면 1단계인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112억원을 들여 12만평 대지 위에 위령탑, 위령 제단, 추념 광장, 기반 시설 등을 완료했고, 2단계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총 4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경공사, 4·3사료관 건립, 전시시설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추진 경위를 보면 1999년 6월 12일 대통령 제주 방문시 위령 공원 조성사업비 지원 약속을 받고 예산에 반영하여 2000년 11월 1일 4·3 위령 공원 조성 기본 계획 연구 용역을 한 후 기본 계획안을 4·3 중앙위원회 심의 요청해 2002년 3월 14일 공원 조성 기본 계획 1단계 사업을 확정했고, 2002년 8월 27일 공원 조성 계획 현상공모 당선작 확정과 공원부지 12만평 매입 완료해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하게 되었고, 2003년 4월 3일 제주 4·3평화공원 기공식을 가졌다.

 

 추진 상황을 보면 2004년 4월 20일 토지 매입, 위령탑, 위령 제단, 추념 광장 등 1단계 조성 사업을 완료했고, 2004년 3월 9일 480억 원의 2단계 조성사업 기본 계획 심의 의결한 다음 2005년 11월 1일 100억 원을 들여 진입로 개설, 연못, 관리실, 조경, 전기 등 기반시설 공사를 완료했다. 지금 하고 있는 공사는 380억 원의 예산으로 200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연면적 11,455㎡(지하 2층/지상 3층)의 4·3 사료관 신축공사를 추진 중이다.

 

 

    4.3 평화공원 위령 참배하는 곳

 

▲ 서귀포시 성산읍 터진목을 향해

 

 4. 3평화공원 참배를 마치고 이날까지 전시했던 시화전을 보고 난 일행은 기념 사진을 촬영한 후 오늘의 기행지인 성산읍 터진목으로 출발했다. 2002년부터 제주4.3항쟁 희생자 위령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열어온 시화전은 올해도 4.3의 고통스런 역사를 거울삼아 '돌아오라, 눈물보다 붉게 피었다 진 생명이여'라는 주제로 평화와 인권, 통일 등을 주제로 창작된 회원 작품과 초대 시인들의 작품 59편이 전시되었다.  

 

 이곳 출신 시인인 김석교 회원의 소개에 따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 신양리 섭지코지, 그리고 멀리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들이 조망권 속에 들어오는 성산리는 그 아름다움 덕분에 예로부터 영주10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경승지다. 숱한 시인묵객들이 그 아름다운 시로써 노래하고 그림으로 그려온 덕분에 국제적인 관광지가 된지 오래다. 지금도 터진 목에는 한겨울에도 유채꽃이 만발하여 이국적인 풍취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학살터, 처형장이었다는 것을 관광객들이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제주도 대부분 지역이 각각 특징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고, 그 배경에는 학살의 기억이 아직도 짙게 남아 있지만, 특히 성산포는 더욱 뚜렷한 명암을 갖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제의 만행에 의해, 4. 3 때는 서북청년단에 의해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성상포. 오늘날에는 해양관광단지 개발 계획에 발묶여 주민들이 마음대로 재산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수난의 역사가 계속되어온 성산포. 이제 이곳에서의 학살 기록의 역사를 훑어본다."라고 소개했다.  

 

 

 4.3 평화공원의 시화전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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