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4. 3 학살터 터진목에서 행사장을 꾸미고 있는 회원들
* 위령제를 지내고 있는 초헌관 작가회의 오영호 회장과 회원들
* 4. 3 학살터 터진목에서 증언하고 있는 제주문인협회장 강중훈 시인
▲ 학살의 현장, 터진목에서의 행사
터진목에 도착한 일행은 성산(城山)을 향해 현수막을 내걸고 소박한 제상(祭床)을 차려 간단한 진혼제를 치렀다. 모래가 씻겨가 버리고 암반이 드러난 이곳 해수욕장은 오랫동안 모래가 쌓이고 그 위를 소나무와 순비기나무로 가려져 터진목을 볼 수 없으나 당시에는 지금처럼 소나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길 양옆으로 바다가 훤히 보였다. 이곳에서는 4·3영령에 대한 묵념, 헌시 낭송에 이어 이곳 출신 강중훈 시인의 증언, 김광렬·김석교·김명숙 씨의 시낭송, 가수 최상돈씨의 4·3노래 공연 등이 행해졌다.
터진목은 서청특별중대에 의해 끌려온 당시 성산면, 구좌면 주민들이 성산리 감저공장 창고에 수감되어 고문당하다 총살당한 학살터다. 성산면 온평리, 난산리, 수산리, 고성리 등 4. 3 당시 희생된 관내 주민 대부분이 이곳에서 죽어갔다. 자료 및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48년 11월 17일 수산리 도피자 가족 13명, 49년 1월 9일 고성2리 신양리 주민 4명, 1월 13일 고성리 주민 28명, 2월 1일 난산리 8명, 2월 15일 12명 등이 학살당한 곳이다.
이날 기행에서는 특히 이곳 출신 시인인 강중훈 제주문인협회장이 특별 출연하여 처음으로 입을 열어 피해 유가족으로서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1949년 당시 자신의 아버지와 친족들이 터진목에서 무참히 죽임을 당했던 상황을 기억해내 주검을 지켜본 어린 시절의 경험담을 얘기할 때는 머리털이 곤두서면서 전율이 온몸으로 퍼졌다.
아직까지 고인들을 위해 자신이 한 일이 없기 때문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다가 작년에 이곳에서 진혼굿을 주선하고 나서야 고개를 들고 올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우리 제주도가 역사적으로 이만큼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은 필요한 법, 그 중심에 누가 있었는가가 문제라면서 당시에 돌아가신 분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고, 4. 3의 현장을 돌아본다는 생각에 그치지 말고, 4·3이 우리에게 무슨 교훈을 주는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 김석교 시인의 시낭송
숨부기꽃
-- 1949년 성산포의 기억
잘 있거라, 하늬바람 오금 조이던 터진목
우리 무참히 총 맞아
2연대 서청중대 군홧발에 짓밟힐 때
마지막 바라보던 수평선
땡볕 푸르른 여름날
무덤 이룬 모래굴헝 뒤덮으며
그 아릿한 내음 펄펄
숨부기, 옛 사랑 보라꽃 피우느니
말미오름에서 바우오름에서
큰물뫼 족은물뫼 모구리오름에서
개처럼 끌려와 피멍울 새긴 모살동네
통일 어느 날 서북사람들 찾아와
무심히 사진기 누를 때
그들에게로나 빙의(憑依)할까
네 불휘 이끄는대로
우리 비로소 해원할까
듬북할미 입술 푸른 보제기 나의 꽃
▲ 최상돈이 부르는 4. 3 노래 중 하나
돌아오라
-- 제주작가회의가 14회 4. 3 문학제에 붙인 글, 최상돈 곡
그래, 이 섬에 있긴한가
어느 보름질 떠도는가
돌아오라
그대, 이 섬을 떠났는가
오느 구름질 떠도는가
붉게 피었다 진 생명이여
눈물보다 붉게 피었다가
파도에 잠긴 이름이여
그대, 이 섬을 기억하는가
돌아오라
▲ 김광렬 시인의 시낭송
성산포에서 3
낡은 꿈들의 철석임이어도 좋다
다음어지지 않은
망설임 같은 것 그대로이어도 좋다
항상 질퍽거려 떠나지 못하는
그리움들이 주변에 무성하고
우수수 눈물꽃들로 피어난다 진다
끝없이 푸르른 바다
있을까 수평선 저 너머
성산포 아픔 잠재울 꿈나라
그냥 이대로 질퍽여도 좋다
고요 눈물 깨어나지 못해도 좋다
영영 떠나지 못해도 좋다
아무데도 떠날 곳 없으므로
서투르게 서투르게 출렁인다 성산포 바다여
나는 너의 품속에서 잠들고 싶다 영원히
▲ 김명숙 시인의 시낭송
숨비소리 3
--바람 부는 날
긴 골목 한참 돌아도 멀찌막이 보이는 등 굽은 초가집 등 굽은 할머니가 키우는 어
린 남매 바람 부는 날은 솜이불 속에 숨어 연 날리기 못한다
일출봉 소낭밭 아래 집에 들이지 못하는 시신 하나 누웠다 어느 겨울 젊은 머구리와
눈 맞은 검은 치마 숨비소리 크게 한 번 남기고 두 남매 가득 넣은 눈 크게 뜨고
죽음을 삼켰다 바람 불 때마다 검은 치마 펄럭였다
바람 부는 날은 입담 좋은 순덱이 어멍 째진 눈에 검은 치마 애달픈 손짓 퍼득퍼득
동네 할망 꼭 다문 입술 무자·기축년 애비 전쟁으로 내몰던 바람 퍼득퍼득
* 터진목을 돌아보고 있는 참가자들
* 터진목에서 행사를 기다리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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