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섬 속의 섬 -- 우도(牛島)'를 찾아서 (2)

김창집 2001. 12. 31. 11:25
△ 우도의 쇠머리오름, 살아 있는 지질 역사 박물관

우도에 가서 차를 타고 그들이 안내하는 몇 곳에 이르러, "아! 경치 짱이다."하고 자연 경관만 감탄하고 왔다면 당신은 우도를 30%밖에 못 느낀 것이 된다. 그 일정에 따르면 당신은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관광지를 돌아본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섬에 들어가면 그 섬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떤 점이 특이한지 보고 와야 한다. 더욱이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면, 미리 준비해 간 자료를 근거로 이 섬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직접 보고 탐구, 학습함으로써 그 즐거움을 배로 늘려야 한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 우도는 본 섬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설문대할망*이 오줌이 마려워 쇠머리오름과 일출봉에 한발씩 딛고 쉬를 했는데, 그 오줌 줄기가 너무 세서 땅을 갈라놓았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우도는 먼저 지열로 인해 봉긋이 솟아올랐고, 다시 수중화산 폭발이 더해진 섬이다. 그래서 솟아오르면서 바다 속에 퇴적층을 머리에 이고 나온 부분과 직접 솟아난 용암층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러고 보면, 우도는 쇠머리오름 분화구가 올라오면서 이고 나온 퇴적층과 화산이 토해 놓은 용암으로 이루어진 그야 말로 기생화산(오름) 그 자체다. 오름의 남∼남동 사면은 곧바로 높이 100m의 해안단애를 이루는데, 이는 몇 만년 동안 풍화작용 특히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태풍 때문에 할퀴고 깎이고 무너진 모습이다. 퇴적층이 단단하지 못해서 그 정도가 몹시 심했던 것이다.

쇠머리오름은 불덩이가 물과 합쳐지면서 수증기를 내며 폭발할 때 생기는 응회환(tuff ring)의 수중 분화구이며 분화구안 사면(斜面)에는 저수지와 함께 병풍처럼 둘러쳐진 화구륜(火口輪, 분화구의 바깥 둘레 부분)을 확인할 수 있고, 화구 중앙에 소위 알오름이라는 화구구(火口丘, 화산의 분화구안에 새로 터져 나온 비교적 작은 화산)인 '망동산'이 솟아있다. 이러한 2개의 기생화산체가 동시에 하나의 화구상에 존재하는 것을 제주도의 해안선 주변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두고 이중식 화산이라 한다.

그후에 계속된 파도에 의한 물리적인 해안 침식의 결과 이루어진 수직 절벽에는 해침에 의해 만들어진 해식동(海蝕洞, 파도에 의한 침식 작용으로 해변 낭떠러지에 생긴 천연 동굴), 해식애(海蝕崖, 파도의 침식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바닷가 낭떠러지)가 발달되어 있으며, 오름은 전체적으로 풀밭 오름인데 산꼭대기로부터 아래로 일부 소나무와 삼나무를 심어놓았고 분화구에는 바닷물을 걸러 단물로 만드는 시설과 저수지가 있다.

검멀래 해안은 우도봉 아랫마을 영일동에 검은 모래가 쌓인 해안인데, 이곳에 가보면 지층이 올라온 부분과 용암이 흘러 그 위에 쌓인 부분을 관찰할 수 있다. 이쪽의 모래는 퇴적층이 풍화작용으로 인해 부서져서 된 모래다. 그곳에는 또, 콧구멍처럼 생긴 동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파도에 의해 이루어진 동안경굴이다. 이 굴속에서 매년 여름 동굴음악회가 열리며, 들어가는 곳은 좁지만 굴속은 모레가 깔려 있어 환상적인 무대가 된다.
----
*설문대할망 : 제주 신화에 나오는 여신(女神)으로 몸집이 몹시 큰데, 한라산과 오름들을 만들었다.


△ 우도에 갈 때는 차는 두고 가서, 이렇게 즐기자

우도가 각광을 받게 되면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무분별한 해안 개발이나 관광객 및 반입 차량의 급증으로 인한 그 수용 문제, 입도세 문제, 해수욕장 운영권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도의 명성이 널리 알려져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우도로 반입되는 차량이 크게 늘어나는 데 따른 부작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이 좁은 섬에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만도 3백11대에 이르러 포화상태인데, 관광객들이 들여오는 차량이 7월말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나 증가한 2만6천5백94대에 달해 우도는 차량으로 완전히 점령당한 꼴이다. 사실 우도는 걸어서도 3시간이면 충분히 답파(踏破)할 수 있고, 마을 순환버스나 관광버스가 9대나 운행되고 있으며, 자전거도 대여업소 6곳에서 4백여 대를 보유하고 있어, 차를 갖고 가지 않아도 전혀 불편이 없다. 우도에 지금처럼 관광객과 차량이 물밀듯이 몰리면 섬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우도에 들어가면, 섬 하나를 즐기는 기분으로 서두르지 말고 걸어서 섬 일주를 하자. 우선 배에서 내려 몸을 추스린 뒤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오솔길에는 철 따라 섬 특유의 들꽃이 피어나 답사객들을 맞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도 고인돌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잠시 우리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고인돌에 대한 것은 물론, 예부터 조상들이 살던 이 낙원은 왜적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동안 비어놓았던 아픈 기억을 되살려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좀더 걸으면 바다와 해안 단애의 절경이 눈앞에 다가선다. 맑은 바닷물 -- 오염이 안된 에메랄드 빛 바다에 눈을 씻고 멀리 고기잡이배들이 바라보자. 운수가 좋으면 자맥질하며 유유히 헤엄쳐 가는 돌고래 떼의 장관을 만날 수도 있다. 그게 없다면 바위를 살펴, 우묵사스레피나 순비기나무, 해국(海菊)같은 섬 특유의 식물이 바닷바람에 의해 바위틈에서 예쁘게 자라는 모습도 확인해 보자. 포장이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 해변으로 내려가면 수만 년을 바닷물에 깎인 둥근 돌들을 만날 수 있다. 퇴적층에서 나온 것, 용암이 굳어진 것, 초기 제주섬의 윤곽을 형성한 현무암, 또는 이들이 합쳐진 온갖 형태의 돌들이 조용히 섬의 역사를 들려준다.

여기서 충분히 우도와 조우(遭遇)하셨다면, 다음은 오름에 오를 차례다. 겁낼 필요는 없다. 불과 132.5m의 쇠머리오름이다. 바닷가에서 다시 올라와 오름으로 난 길을 가면서 자연과 만난다. 철 따라 오름에 피는 꽃은 다르다. 요즘 같으면 주변의 띠와 억새는 서서히 말라버렸고, 상대적으로 사스레피나무나 보리밥나무, 사철나무, 인동초, 돈나무가 싱싱한 잎을 자랑하고, 청미래덩굴은 사랑의 열매를 닮은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다. 꽃은 들국화나 갯쑥부쟁이가 아직도 지나는 가을이 아쉬워 하는 듯 마지막 꽃을 피워대고 있다.

그곳을 오르면 주차장이 있고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잔디밭을 돌아 올라가면서 가까이 눈을 주어 겨울 바람을 이기고 그 좁은 몸을 바르르 떨고 있는 패랭이꽃도 찾아보고, 절벽에 이르러 수십 년을 억울하게 섬 감옥에 갇혀 목숨을 걸고 탈출을 꿈꾸던 빠삐온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고마움을 느껴도 보기도 한다. 그리고, 한번쯤은 저 눈 아래 아득한 곳에서 손짓하는 파도를 보며 죽음에 이르는 길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면 휴대폰이라도 걸어야 하겠지. "아! 난데 말이야! 나 우도로 옮겼어!"

정상 바로 아래 더 오를 수 없는 곳에 이르면 "왜 더 못 가느냐?" 따지려 들지 말고, 우리가 타의 또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 의지가 꺾일 수도 있다는 현실도 이해해보고, 애써 저 쪽이 마음의 여지(餘地)라고 눌러두자. 우선은 자리를 잡고 앉아 기념 촬영이라도 하고는, 찬찬히 섬 주위로부터 바다, 그리고 바다 밖 남쪽으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성산 일출봉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멀리 오름이 차례로 서서 이곳을 응시하고 있는 본섬을 바라보면서 그리움이라는 단어도 떠올려 본다. 조용히 눈 아래로 펼쳐지는 오름의 생김새도 살펴볼 일이다.

다음 경계 근무자를 불러 저쪽 등대에 가는 길을 알려 달라고 묻고, 안내를 받아 등대로 간다. 발 아래를 조심하면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등대의 역할과 우리 삶과 결부시켜 우리가 무얼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한번 말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그런 다음 등대 아래서 바다를 향해 입을 모은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파도만이 울부짖는 고독한 섬 안에서……."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등대 노래를 함께. 그러면서 가지고 간 차나 음료 또는 과자나 과일 등속을 먹는 맛도 그만이리라.

다음은 북쪽으로 눈을 돌려 아까부터 보아왔던 섬의 행렬을 지켜보자. 지도를 가지고 갔다면 펼쳐놓은 다음 왼쪽부터 보길도·노화도·소안도 그 앞 자지도를 찾아보자. 그들은 거의 붙어 있어 망원경이 아니면 구분이 힘들다. 그 옆으로 대모도 그 다음이 손에 잡힐 듯한 여서도, 그 뒤로 크게 보이는 청산도, 줄줄이 초도군도의 섬들과 거문도군도의 동·서도·문도·상·하백도를 바라보며 본토와의 거리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 우도 여행 100배 즐기기

등대 아래서 분위기 조성이 끝났다면 이제는 우도 공부로 들어간다. 오름 등성이를 타고 조용히 내려오면서 우도 전체를 파악한다. 이곳에서는 유일하게 우도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 나라의 촌락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모여 사는가를 살피고 내가 살아온 모습과 견주어 보자. 왼쪽의 공동묘지를 보며 섬에서 나서 섬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가운데 움푹 들어간 분화구에서 몇 만년 전에 시뻘겋게 솟구쳐오르던 불 기둥을 상상하는 것도 즐겁고, 애들을 데리고 왔다면 왼쪽으로 내려가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시설을 관람시키면서 환경보존과 물 절약을 가르쳐도 좋으리라.

다음 오른쪽으로 조용히 내려가면 검멀래 해안으로 이르는 길이 나타난다. 나무와 밭의 모습도 살피고 땅콩을 심었는지 마늘을 심었는지 확인하다 보면 10분도 안돼 검멀래 해안이 나타난다. 우선 바닷가로 내려가 바닷물과 조우하고 물결과 장난도 치며 주위 환경을 익힌다. 이곳은 동쪽과 남쪽으로 불어오는 비바람과 파도에 의해 침식 작용을 많이 한 곳이다. 눈에 보이는 변화와 눈에 보이지 않은 변화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자갈돌들의 특이함과 침식에 드러난 단애 지층이 그려놓은 걸작품을 감상하고 왼쪽으로 들어가 섬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지질의 2중 구조를 살피는 지학 공부도 재미있다.

다음은 동안경굴로 들어갈 차례다. 물때가 안 맞아 잠겨 있다면 가게 아줌마나 사진사에게 물어 소라나 해삼 한 접시(1만원)를 먹으며 기다리거나 아니면 내일 아침 산책 코스로 돌린다. 이 해식 동굴은 묘하게 생긴 곳이어서 속에 모래가 깔려 있다. 다른 사람들이 없다면, 혹시 있어도 먼저 설득하고 의논해서 돌아가며 노래라도 한 자리씩 불러본다. 이곳은 해마다 한번씩 동굴 음악회를 여는 곳이니까. 그것이 끝나면 바다로 드러난 굴 입구를 찾아가 밖에 펼쳐진 바다 풍경을 살피며, 사진도 한 장씩 찍고.

나오면 해안을 따라 걸을 일이다. 거기서 아직도 가을의 끝을 붙잡고 있는 쑥부쟁이나 해국의 자취도 찾아보고, 왜적을 피해 살아보려고 돌을 모아 쌓아놓은 환해장성의 자취를 살피며 걷다보면, 이 혹한의 추위를 이기고 바다 속으로 수없이 자맥질하는 우도 해녀(海女)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우도의 해녀(잠수라고 해야 옳지만)들은 나이가 점점 많아져,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이어질 지 모른다고 한다. 그들이 죽음 속을 넘나드는 작업의 현장을 지켜보다가 나오면 그들이 캐어낸 소라나 문어를 사 먹어보는 맛도 괜찮을 것이다.

앞을 바라보면 비양도가 보인다. 섬 속의 섬이다. 1만5천평 가량 되는 이 섬에 커다란 2층 콘도 하나가 들어섰다. 꼭 이곳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야만 했나? 섬이지만 해안 위의 바위와 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자동차로 갈 수 있다. 물이 빠지면 비양도와 연결된 등대섬까지 걸어 가본다. 그런데, 우도를 돌다보면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곳이 많다. 영화나 CF에 등장하는 장면을 이곳에서 많이 찍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눈에 익은 곳을 확인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여기도 영화 '시월애'에서 전지현이 찾아갔을 때 공사를 하던 집터가 있는 곳이다. 방금 들렀던 검멀래 해안도로에서는 전지현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나온 곳이고. 더 가면 산호 모래 해수욕장이 나는데, 해수욕장은 우리 나라에서 유일한 산호초로 형성된 해수욕장으로, 영화 '시월애'에서 전지현이 이정재를 기다리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그리고, 이온 음료 F에서 김혜수가 바다에서 음료수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곳에는 영화 '실미도'의 세트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하루 묵을 예정이라면 잘 곳을 먼저 정해 두는 것이 좋다. 민박집을 정하고 주인과 상의하여 점심을 되도록 간단히 해결한 다음 배를 빌려 낚시를 해본다. 낚시는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으며, 자신이 잡은 고기를 배에서 썰어 회를 먹는 맛도 일품이다. 또, 시간이 된다면 낚시배를 타고 우도8경의 하나인 주간명월도 가보고, 섬 머리로 가서 차근차근 깎아지른 듯한 단애(斷崖)를 보면서 우리 인간이 위대한 자연의 힘에 비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도 생각할 일이다. 그리고 바다에서 본섬과 우도를 살피는 것도 재미있다.

저녁에는 서빈백사의 현장인 산호모레 해수욕장에 가서 저녁노을을 보고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한다. 될 수 있으면 식사 자리에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불러 술이라도 권하며, 우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돌면서 흥겨워지면, 민요나 전설을 들려달라 하고, 본인이 못하면 잘 하는 분을 소개 받아 가서 정중히 부탁해보자. 누가 불러주지 않나 하고 입이 궁금하던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추겨주는 바람에 단번에 승낙하고 같이 놀아줄 것이다. 끝나면 주인 아저씨와 상의해서 간단히 사례를 하면 된다.

이 행사가 끝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맥주나 음료수 두어 통을 사들고 해변을 거닐면서 해변의 밤을 즐기자. 멀리 본 섬에서 반짝이는 불빛, 여름이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고깃배의 불빛이 불야성이 볼만하다. 아침에는 비교적 빨리 일어나야 한다. 모처럼 성에 찾아왔으니, 섬의 일출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20분쯤 걸어 민박집에서 가까운 동쪽 해안이나 쇠머리오름을 산책 삼아 걸어 가서, 싱그러운 아침해를 맞으며 소원을 빌어본다. 해가 떠오르면 미리 시켜둔 식사 시간에 맞춰 서둘러 돌아와 빠른 동작으로 식사를 마치고 첫배로 나오면, 귀향하는 데나 나머지 제주도 여행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사진은>은 우도 환타지에서 -- 검멀래 해안
http://www.woo-do.co.kr/gallery/gallery.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