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섬 속의 섬 -- 우도(牛島)'를 찾아서 (1)

김창집 2001. 12. 26. 10:36
▲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세 번째로 가고 싶어하는 섬

조금 큰 우리 나라 지도를 펼쳐놓고 제주도 오른쪽 귀퉁이를 보면,
저 신라의 금관에나 매달려 있음직한 곡옥(曲玉) 같이 생긴 섬 우도(牛島).

성산포에서 북동쪽으로 약 3.8km 지점에 소가 벌렁 드러누워 있는 모습의 화산섬이며,
남북으로 3.5km, 동서 2.5km, 둘레 17km에 이르는 제주도의 부속도서 중 가장 큰 섬.

해산물이 풍부해 아주 옛날엔 사람들이 모여 옹기종기 살던 이곳에
왜적이 자주 출몰하여 괴롭히는 바람에 사람들은 본섬으로 물러나고 소나 말을 키우던 목장으로만 사용해왔다.

다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약 150년전,
1884년 김석린 진사가 조정에 탄원해 입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을이 이루어져
한동안 구좌읍에 속해 있었으나 1986년 4월 우도면으로 승격되었고,

2001년 1월에는 2개 항구와 우도해상일대 25,863㎢를 해양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 905ha 약 200만평, 현재 670여 가구, 약 18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섬.

남쪽에 높이 132m의 '쇠머리오름'이 등성이를 이루며 비스듬히 내려와 알오름을 거느리고
그 외는 대부분 나지막한 평지로 이루어진 반농반어(半農半漁)로 살아온 섬 속의 섬.

우뭇가사리, 감태, 톳, 미역, 성게, 오분자기 등 해조류와 패류로 해녀들의 살림터이며
주요 밭작물은 고구마, 보리를 주로 심어왔는데, 요즘 들어 땅콩과 마늘이 유명해졌다.

제주터미널에서 성산까지 직행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약 1시간 소요된다.
성산항에서는 첫배 07:30, 막배 18:30 출발, 하루 12회 운행(10∼3월은 10회 운행)
종달항에서는 첫배 09:00, 막배 17:00 출발. 하루 7회 운행(10∼3월은 5회 운행)
요금은 어른 2천원, 어린이 7백원, 섬에 들어가는 값 1천원을 물어야 한다.

지금 우도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드는데,
지난 7월 조사 결과 국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섬 3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 보는 즐거움이야, 비단 우도8경(牛島八景)뿐이랴

<주간명월 (晝間明月)> 섬의 남쪽 동어귀에 '광대코지'라는 암벽주변으로 해식동굴이 여럿 형성돼 있는데, 암벽밑 수중동굴에는 맑고 잔잔한 날 오전 10∼11시경이 되면 바다에 내비친 태양이 반사되어 동굴 천정에는 둥근 달의 형체가 환하게 떠오른다. 수중 동굴 안은 물이 맑아 깊숙한 곳의 바위도 속살을 드러내고 그 사이로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년 중 10∼11월 사이 오전 10∼11시경에 뜨는 달 모양이 가장 멋있다.(사진)

<야항어범(夜航漁帆)> 우도의 어느 곳에서나 한밤에 불을 켜 놓고 작업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밤바다에 뿌려놓은 별처럼 아름답다. 특히 여름철 한치·멸치·갈치 잡이 시기에는 헤아릴 수 없는 어선들이 형형색색 불을 밝히는데, 그 때 둥근 보름달이라도 떠오르면 금상첨화다.

<천진관산(天津觀山)> 천진리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모습은 장엄하다. 그 아래로 펼치지는 수없이 많은 오름들이 절경을 보는 맛, 기차다. 가까이 식산봉으로부터 성산일출봉, 수산봉, 지미봉, 두산봉, 대왕산, 용눈이오름, 다랑쉬, 둔지봉, 영주산, 좌보미……. 더욱이 구름이 한라산 앞뒤로 출몰하며 만드는 산들의 모습이 다양하고 변화무쌍.

<지두청사(指頭靑沙)> 등대가 있는 우두봉 꼭대기에 올라서서 바라본 우도 전경은 평온하게 누워있는 초록빛 대지를 껴안으며 티 없이 맑은 푸른 물결 위에 부서지는 흰 파도와 함께 하얀 백사장이 눈이 부시도록 시리다. 바다와 고기 낚는 배들의 모습은 차치하고서라도--.

<전포망도(前浦望島)> 구좌읍 종달리와 하도리 사이 앞 바다에서 본 우도 모습은 영락없는 와우(臥牛, 누운 소의 모습)이다. 포구가 아니라도 좋다. 성산 일출봉에서 또는 섭지코지에서, 오름에서 보는 우도의 모습은 더더욱--.

<후해석벽(後海石壁)> 동천진동 포구에서 동쪽으로 쳐다보면 자갈 해변을 끼고 도는 '광대코지'가 눈앞에 우뚝 선다. 수직 기암절벽이 성산 일출봉을 마주보며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웅혼하기까지 한데, 배를 타고 나가 이 수직 절벽과 바로 앞의 불끈 솟아오른 외돌바위가 어우러져 자아내는 정갈한 풍광을 더 말해 무엇하랴.

<동안경굴(東岸鯨窟)> : 우두봉 뒷마을 영일동의 남쪽 해안가는 성산 일출봉 동쪽 기슭의 우뭇개와 비슷한 검은 모래가 있는 '검멀레' 해변에 우두봉의 깎아지른 수직 절벽 밑으로 '콧구멍'이란 해식동굴이 두 개 연이어 있다. 썰물이 되어야 입구를 찾을 수 있는 이 굴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가 매우 큰데 거인고래가 살았음직한 이곳 풍경을 예찬하는 옛문사들의 싯귀가 전설처럼 전해온다. 모래 좌석에서 '동굴 음악회'도 열린다.

<서빈백사(西濱白沙)> 우도 서쪽 서천진동과 상우목동 경계 해안에 형성된 백사장은 한국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산호 모래밭으로 하얗다 못해 눈부셔서 푸른빛이 감도는 산호 모래는 종달리까지 해저에 깔려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미봉은 손에 잡힐 듯.

△ 배를 타는 즐거움, 겨울을 잊고 피어나는 꽃

우도행 도항선에서 배타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퍽도 부지런해야 한다.
불과 15분 동안 바다와 섬, 한라산과 오름,
갈매기와 고기잡이 배를 살피다 보면,
이건 도저히 멀미할 틈도 없구나.

추운 겨울 바다의 갈매기들---.
등대 아래 방파제에 줄줄이 앉아 쉬고 있는 놈도 있고
찬바람 속을 헤치고 비상하는 놈. 그리고 바다 속에 유영(遊泳)하면서
열심히 고기를 잡는 놈, 각양 각색이다.

오늘 어쩌다 오름 가족들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하며
무조건 떠나는 마음이 설레인다.
스크류가 만들어 놓는 하얀 포말들을 내려다보며 붕 뜨는 기분이다.

섬에 내려 버스를 타지 않고 막바로 오른쪽 해변길을 돌아
맑디맑은 에메럴드 빛 바다를 보며 쇠머리오름엘 오른다.

겨울이지만 고운 빛깔의 꽃들이 피어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갓 피어나는 갯쑥부쟁이의 청초한 빛깔, 허옇게 바래어가는 해국(海菊)의 겸허함.
노오란 들국화의 따뜻함과 가끔씩 나타나는 패랭이의 미소.

맑은 바다가 너무도 잔잔하여 그쪽을 응시하며 실컷 푸른 파도로 눈을 씻다가
빠삐온이 탈출했다는 절벽과 너무도 닮아 '빠삐온의 언덕'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서
일상의 탈출을 꿈꿔 본다.

정상 수선화 금잔옥대 두 송이 피어 있는,
여름에 수국이 만발했었던 경비 부대 건물 앞을 거쳐
하얀 무인 등대 아래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김밥, 밤 삶은 것, 따뜻한 계란 삶은 것, 족발, 내가 가지고 간 배추와 된장,
그리고 초장과 오징어 데친 것에
산복숭아주 담근 것과 백록담·한라산 소주를 즐겼다.
<2001. 12. 16.>

<사진은>은 우도 환타지에서 -- 우도8경 중 <주간명월>
http://www.woo-do.co.kr/gallery/gallery.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