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제주문화 (2)

김창집 2007. 11. 29. 00:19

△▲△ 이글은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발간하는 ‘삶과 문화’ 2007년 가을호(통권제37호)에 써서 실렸던 글입니다. 동굴 사진은 직접 찍을 수 없어 제주일보 사진 전시회에서 취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 성산일출봉 옆으로 해뜨는 광경

 

(3) 세계자연유산의 의의와 등록의 이점


 세계자연유산을 잘 보존하고 이용하려면 등재 의의와 이점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 의의를 보면, 세계자연유산은 무기적 또는 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루어진 자연의 형태이거나 그러한 생성물의 일군으로 이루어진 미적 또는 과학적 관점에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것, 과학적 보존의 관점에서 탁월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질학적, 지문학(地文學) 생성물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과학, 보존 또는 자연미의 관점에서 탁월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점이나 구체적으로 지어진 자연지역을 잘 보존하려는데 있다.


 등록의 이점으로는 국내·외로부터의 관광객이 크게 증가되며 이에 따라 고용 기회와 수입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지역의 계획과 관리를 향상시킬 수도 있고, 또한 지역 및 국가의 자부심을 고취·보호를 위한 책임감을 형성한다. 소유권 행사의 범위는 세계유산등록은 소유권이나 통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소유권은 지정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국내법도 여전히 적용된다.


 또,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등록된 유산의 보전, 관리 의무는 협약국이 세계유산 지역의 보존상태를 모니터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보고하는 것과 세계유산센터나 다른 기구들이 위험에 처한 유산의 상태에 관하여 보고하는 것이 있다.

 

     * 올 여름에 영실을 거쳐 올라가다가 찍은 한라산

 

3. 제주문화예술인의 역할


  (1) 홍보를 위한 역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들 중 이미 이름이 나 있거나, 중국의 경우처럼 황산(黃山) 같이 웅장하고 경관이 좋은 자연유산과 복합유산을 합쳐 8개가 될 정도로 광범하다면, 또 호주처럼 복합유산을 포함한 자연유산이 15개나 몰려 있다면,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등재되었다는 소문만 듣고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제주도처럼 널리 알려지지도 않고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끊임없는 홍보 작전으로 동기를 유발시키지 않으면 곧 묻혀버리고 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올해까지 자연유산 166곳, 자연유산이 포함된 복합유산 25곳까지 합하면 191곳이 등재되었는데, 우리가 제대로 알고 찾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한다면 왜 홍보가 필요한지 자명해진다.


 물론 이제 정부 산하에 담당부처가 생겨나고, 도에서도 담당과에 필요한 인원을 확보하여 홍보에 힘쓸 것이다. 관광 단체에서도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온 도민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언론․방송인의 역할도 막중하다. 각종단체에서는 제주에서 열리는 국내외 행사시 이 유산을 활용하는 기획을 하고, 학생, 모두가 학생은 물론 일반인이 나서서 홈페이지나, 카페, 불로그 등으로 이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외국어가 되는 분은 그곳의 인터넷에 접속해 성의 있는 의견 제시로 인연을 만드는 역할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의 어느 굴속 모습

 

  (2) 보존을 위한 역할


 우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뜻은 ‘이것은 이제 우리의 보물만이 아니라 전 인류가 공동으로 누려야 할 재산임으로 우리가 책임지고 잘 지켜서 후손에 고스란히 물려줄 테니까 보증을 서 달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올해 오만의 ‘아라비안 오릭스 영양 보호구역’은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고도 이를 잘 지키지 못해 삭제되는 첫 사례가 되었다. 스스로 한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해 국제사회에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렇듯 세계유산을 지키는 일은 담당자의 몫을 떠나 온 국민에게 책임이 따른다. ‘한 도둑놈 열이서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아는 사람들끼리 나서서 모임을 만들고 보물을 자랑스럽게 즐기면서 지키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환경운동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 파수꾼이 되어 내가 지켜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곶자왈 한 평 사기 운동에 동참해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것도 보존을 위한 방편이 될 것이다.

 

  * 올 4월 중순에 찍은성산일출봉


  (3) 유산을 빛내는 역할


 ‘킬리만자로의 눈’은 헤밍웨이의 소설 이름이자 헨리 킹 감독이 만든 영화 이름이다. 둘 다 킬리만자로를 세계에 널리 알린 1등 공신으로 그 두 작품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라면 그곳에 한 번 가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타이티에 가서 그렸다는 폴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이나 ‘언제 결혼하니’ 같은 그림을 보며 그 강렬한 색채에 매료되면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을 느낀다. 이렇듯 예술의 힘은 위대하다.


 한편, 유산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도 멈춰서는 안 된다. 화산에 대한 것이든 식물에 관한 것이든 같은 분야의 유산을 가졌거나 관심을 가진 학자들을 초청하여 같이 조사 연구하고 국제적인 규모의 학술대회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시작하고 있는 한라산 노거수 찾기에도 힘을 보태고,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을 다치지 않고 기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 올봄 아부오름 쪽에 갔다가 본 한라산의 노을

 

  (4) 관광과의 연계를 위한 역할


 잘 모르는 자의 소견으로는 ‘이번에 우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으니, 가만있어도 그걸 보러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겠지.’ 하는 몽상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 염불보다는 젯밥에 더 눈이 간다고, 사실 이번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막연한 생각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큰 효과를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도 몸집을 불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화산섬에서 태어나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덧붙여 세계복합유산 등재로 갈 수도 있고, 세계에서 50곳밖에 없다는 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 추진도 큰 과제다. 이것은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하니,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중앙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주어를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일과 서귀포시에서 준비하고 있는 제주해녀 유네스코 생업유산 등재 등 할 일이 많다.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해외로 나가는 기회가 있으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을 찾아 그곳의 사정을 보고 돌아와 좋은 점이 있다면 여러 곳에 알려 이를 도입하거나 참고로 하여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어떠랴. 열심히 웹서핑(web surfing)만 해도 관심이 깊은 사람은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속하는 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