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제주문화 (1)

김창집 2007. 11. 28. 23:59

   * 성산 일출봉 옆으로 해 떠오르는 광경

 

△▲△ 이글은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발간하는 ‘삶과 문화’ 2007년 가을호(통권제37호)에 써서 실렸던 글입니다. 동굴 사진은 직접 찍을 수 없어 제주일보 사진 전시회에서 취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 붉은오름에서 찍은 한라산


1. 들어가며


  2007년 6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 등재목록에 새로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서 그 동안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를 위시하여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재과에 제주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용암동굴관리사무소․성산일출봉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갖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왔다. 2001년 1월 제주도 자연유산지구를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에 등재시킨 뒤 실로 7년 만에 얻은 결실이었다.


 그 동안 정부당국과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자문회의를 여러 차례 열어 의견을 모으면서 행정 절차를 밟았고, 학술단체에서도 현지조사와 학술세미나를 10여 차례 개최하며 이를 뒷받침하였다. 또한 현지 주민들의 동의로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내외에서 150여만 명의 서명을 이끌어내자, 이에 힘을 얻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위원들과 외교통상부가 합동 특별 외교활동을 전개하면서 관민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낸 결실이었기에 더욱 빛난다.  


 요즘 들어 세계유산 등재로 얻어지는 효과가 커지자 각국에서는 막대한 예산과 힘든 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등재에 힘을 쏟고 있다. 2006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제30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심사에 오른 8건의 후보지역 가운데 2건만 등재시키더니, 이번 2007년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최종심사에 오른 8건의 후보지역 가운데 5건을 등재시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치열했다.

 

  * 거문오름 동굴계에 속하는 어느 굴 속 풍경


 우리나라에 세계문화유산만 7건 있다가 이번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처음으로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사실을 잘 알고 있듯이, 자연유산은 그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거나 빼어나지 않으면 등재가 힘들다. 지금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근거해 등재된 유산목록을 보면 문화유산 660곳, 자연유산 166곳, 복합유산 25곳 등 총 851건이다. 복합유산까지 합하면 자연유산도 꽤 많은 숫자지만 일부 나라에 몰려있어 180개 회원국 중 아직도 100여 개국은 등재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유산을 조상으로 물려받아 그것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일이지만,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또 부동산처럼 팔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고, 오히려 파괴되지 않게 잘 보존하여 회원국들에게 부끄럼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할 의무가 따른다.


 하지만 보물의 속성이 그것을 잘 닦고 관리하면 빛을 발하며 제값을 하듯이,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소중한 유산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정성스레 보살피며 활용한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에 힘을 모아 뜻을 이루었듯 도민 모두가 파수꾼이 되어 이를 잘 지키고, 머리를 맞대어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먼저 등재된 곳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도 필요하다.  


 *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찍은 해국

 

2.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의미


  (1) 유네스코 세계유산


 유네스코에서는 유산(Heritage)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Heritage is our legacy from the past, what we live with today, and what we pass on to future generations.)’. 그래서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킨다는 것은 한 민족, 한 국가에서만 보존되고 전승되는 유산이 아닌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지키고 전승하는 유산이라는 의미가 된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 11월 1일 제17차 유네스코 정기총회에 참가한 각국의 대표자와 전문가들이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인간의 부주의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세계유산협약’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고, 세계유산위원회가 매년 6월 전체회의를 열어 여러 국가가 신청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중에서 선정한다. 세계유산협약에 따른 세계유산은 유네스코에서 선정하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해당하는 세계무형유산이나 세계기록유산과는 개념상 구별되며 별도로 관리한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문화와 자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복합유산의 3가지로 구분되며 그중 특별히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별도로 지정된다. 문화유산은 유적·건축물·장소로 구성되는데, 대체로 세계문명의 발자취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유적지·사찰·궁전·주거지 등과 종교 발생지 등이 포함된다. 자연유산은 무기적·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루어진 자연의 형태, 지질학적·지문학적 생성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점이나 자연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이다.


 * 한라산을 배경으로 세미오름에서 찍은 억새

 

  (2) 제주의 세계자연유산


 이번에 등재된 제주의 세계자연유산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 3곳이다.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서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순상화산체이며, 성산일출봉은 제주도에 분포하는 360개의 단성화산체 중의 하나인데, 수성화산체로서 해안선 근처에 뛰어난 경관을 제공하는 분석구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10~30 만 년 전에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으로부터 여러 개의 용암동굴이 만들어 진 것이며, 이 동굴계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된 동굴은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그리고 당처물동굴이다. 


 제주도는 수많은 측화산과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동굴, 다양한 희귀생물 및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분포하고 있어 지구의 화산 생성과정 연구와 생태계 연구의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으며,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생물· 지질 등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기준으로는 ‘최상의 자연현상이나 뛰어난 자연미와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하여야 한다.(vii)’는 규정과 ‘생명의 기록, 지형의 발달에 있어 중요한 지질학적 진행 과정, 또는 지형학이나 자연, 이학적 측면의 중요 특징을 포함하여 지구 역사상의 주요 단계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이어야 한다(viii).’는 규정에 해당된다.

 

    * 거문오름 동굴계에 속하는 굴속의 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