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북촌리 바위그늘집자리

김창집 2009. 6. 9. 22:24

* 이 글과 사진은 '제주교육소식' 2009년 6월호에 실렸던 것입니다. 

 

* 제주역사, 문화기행


                                      북촌리 바위그늘집자리 선사유적 이야기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디서 살았으며, 제주 선인들은 언제부터 집을 짓기 시작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기념물 제12호 북촌리 바위그늘집자리 선사유적인 속칭 ‘고두기엉덕’이다. 여기서 ‘고두기’는 고유지명이고, ‘엉덕’은 절벽 밑이 안으로 굴처럼 파인 곳을 말한다. 제주화산섬에는 이런 곳이 많아 곳곳에 사람이 머물러 살았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사냥과 채집한 것을 먹고 살았다. 그렇게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집이 필요하지 않았고, 오랜 세월이 흘러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다보니, 가는 곳마다 다른 일행들과 마주쳐서 양식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일정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집을 짓고 살게 된다. 이때를 청동기시대로 보고 있다.

 이곳 고두기엉덕은 신석기시대 후기(기원전 2,700년~1,000년)의 대표적 유적으로 보며, 1987년 발굴 조사 결과 4개의 문화층이 나타났는데, 아래로부터 신석기~청동기~탐라전기~후기이다. 규모는 길이 11m, 높이 2.5m, 깊이 3m 가량 되며, 신석기후기 이후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머물며 흔적을 남겼다. 신석기시대 문화층에서 출토된 유물은 여러 가지 토기와 석기, 골각기와 조개껍질, 동물뼈, 그리고 산초나무 탄화열매 등이다. 

 굴은 남향이며 철책을 둘러 보호되고 있는데,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은 국립제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내가 찾은 날은 남쪽에 사상자 꽃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가시덤불을 살피다가 제주어로 ‘죄피’라 부르는 초피나무를 발견했다. 유물 중에 산초나무 열매가 있는데, 바로 같은 운향과의 나무열매다. ‘죄피’는 제주의 향토음식 자리물회에 넣어 먹으며, 한방에서는 복통, 설사, 감기, 이뇨, 황달, 진통, 뱀 물린 데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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