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문경공 고조기 무덤 이야기

김창집 2009. 7. 3. 06:45

* 이 글과 사진은 '제주교육소식' 2009년 7월호에 실렸던 것입니다.  

 

♧ 제주역사, 문화 기행

                                                 문경공 고조기 무덤 이야기


 우리 제주도를 이색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네모의 산담을 두른 무덤이다. 이런 무덤이 섬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한다. 제주가 화산섬이라 돌이 많을 뿐더러, 오랜 세월 목장지대로 있었기에 이루어진 자연적 ․ 역사적 산물이다. 남의 땅 일부를 사 무덤을 쓰면서 경계를 표시할 겸 마소의 출입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은 해마다 목장에 불을 넣을 때, 화입을 방지하는 역할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무덤의 모습은 대부분 조선시대 이후에 이루어진 것들이고, 그 전 무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본토에는 역대 임금의 분묘인 왕릉이 많은데, 이곳 탐라왕의 능은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제주에서 주인공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무덤은 제주시 아라동 2,464번지에 있는 시도기념물 제38호 문경공 고조기 묘(文敬公高兆基墓)이다.

 

 고려 초기의 문인이었던 계림(鷄林) 고조기(1088∼1157)는 탐라 성주로 있다가 인종 7년(1129)에 송도로 나아가 시어사(侍御使)가 되었고, 1130년에는 사신으로 금나라에 다녀오는 등, 여러 관직을 두루 거쳐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까지 올랐다. 공은 70세가 되면서 고향으로 돌아왔고, 별세 후 이곳에 묻혔다. 의종 임금은 그의 높은 경륜과 절의를 기려 수사공상주국(守司空上柱國)이라는 작위(爵位)를 내렸다.

 

 이 무덤은 제주도의 오래된 분묘 중 몇 안 남은 고려시대의 무덤 형태인 방묘형(方墓形)으로 석물 등이 잘 보존되고 있어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매년 4월 9일 제주 고씨 문중 주관으로 제를 올리고 있다. 내가 찾은 날은 소나무로 아늑하게 둘러싸인 무덤과 주변 잔디 위를 꿀풀과 봄구슬붕이 꽃이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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