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향토문화 기행

신흥리 방사탑 이야기

김창집 2009. 9. 17. 23:48

 * 이 글과 사진은 제주교육소식 제61호(2009년 9월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제주역사,  문화기행>

                                                                      신흥리 방사탑 이야기


 아직도 더위가 남아 가끔은 시원한 바닷가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럴 때 찾아가 거닐어 볼만한 곳이 있으니, 바로 조천리로 들어간 해안도로에서 함덕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 신흥리 방사탑 주변이다. 방사탑(防邪塔)은 우리 고장에서 원래 ‘답, 거욱' 거욱대' 가마귀, 하르방, 걱대’ 등으로 불려 왔는데, 근래에 와서 ‘사악(邪惡)한 것을 방어하는 탑’이란 뜻인 ‘방사탑’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처럼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시기였다면 몰라도, 병원이나 좋은 치료약이 없을 당시에는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목숨, 가축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악한 것들이 스며들만한 방향에 탑을 쌓아 이를 막았는데, 마을에서 볼 때 눈에 거슬리는 굴이나 험한 바위, 휑하니 비어있는 곳 등이 그 대상이다.  


 신흥리 방사탑은 조선시대에 쌓은 유적으로 바닷가 방파제와 북서쪽 바닷가에 1기씩 있다. 사람들은 신흥리 남쪽 포구에 있는 탑을 ‘큰개답’, 북쪽 ‘새백개’에 있는 탑을 ‘오다리답’이라 부른다. 1995년 8월 26일에 제주도민속자료 제8-10호와 11호로 지정되었고, 몇 년 전 해안도로가 생기며 바닷물이 잠기는 곳에 3개의 탑을 더 세웠다.


 탑을 쌓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겉에는 조금 다듬은 돌로 허튼층쌓기를 하여 속을 잔돌로 채웠고, 가운데 길쭉한 돌을 세웠다. ‘큰개답’은 지름 370㎝, 높이 245㎝, ‘오다리답’은 지름 432㎝, 높이 345㎝이다. 요즘도 스트레스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듯, 당시 허한 곳을 보면서 마음을 졸이느니 차라리 방어벽을 쌓아 걱정을 덜려 했던 조상들이 지혜가 엿보인다.  


       ▲ 사진은 조천면 신흥리 바닷가 물에 잠긴 방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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